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청와대가 지난 30일 6개 부처 장관 후보자 지명 및 대통령실 인선 등을 포함한 2차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은 정부 부처 수장 공백 해결, 집권 2년 차 주요 국정과제 추진 속도를 내기 위한 인적 쇄신이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인공지능(AI)’ 정책 분야 수장이다. 청와대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에는 하정우 전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을, 후임 수석에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을 내정했다.
AI학계·산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인사에 대해 청와대 AI컨트롤타워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기존 국내 최고 수준의 AI전문가이자 산업체 경험까지 풍부했던 하정우 수석의 빈자리를 이해민 후임 수석이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주목도 커지고 있다.
◇ AI연구에서 서비스까지… 하정우·이해민의 다른 강점
이번 청와대의 AI수석 인사는 기존 하정우 수석이 ‘AI기술 연구’ 중심의 전문가였다면 이해민 후임 수석은 정책적 지원 강화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다. 실제로 두 선·후임 수석의 AI연구 및 산업 분야에서의 그간 활동을 살펴보면 체감이 더 크게 된다.
먼저 하정우 전 수석은 국내서 내로라 하는 AI전문가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머신러닝·딥러닝을 연구했다. 2015년 ‘네이버랩스’에 합류한 뒤, 클로바 AI리서치 리더와 네이버 AI랩 연구소장 등을 거치며 AI 선행기술 연구를 총괄했다.
특히 하정우 전 수석은 한국 초거대 AI연구의 초석을 다진 연구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세계 최초 한국어 중심 초거대 AI모델 ‘하이퍼클로바’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이를 기반으로 2023년 공개된 후속 AI모델 ‘하이퍼클로바X’는 당시 ‘GPT-3’ 대비 한국어 데이터 학습량이 6,500배 많았다.
현업 활동뿐만 아니라 연구 성과에서도 하정우 전 수석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다수 보유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AI학회인 ‘ICLR’, ‘CVPR’, ‘ECCV’, ‘ACL’ 등에서 단일 학회 두 자릿수 논문 발표, 한 해 100개 이상의 논문 발표를 하는 등 학자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 AI연구에서 서비스까지… 하정우·이해민의 다른 강점
하정우 수석이 가진 전문성에 후임자인 이해민 수석 입장에선 부담감도 상당할 수 있다. 다만 이해민 수석 역시 산업계와 연구 방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AI전문가로 꼽힌다. 서강대 전자계산학과(현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UC어바인(Irvine)에서 컴퓨터과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구글 본사 및 한국지사에서 약 15년간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 다양한 서비스 개발과 운영에 참여했다.
눈에 띄는 성과는 UC어바인 박사과정 중 진행한 연구다. 박사과정 중인 2004년 이해민 수석은 재난 대응 정보기술 프로젝트 ‘RESCUE’에 참여했다. 이는 시민과 구조대원 등이 제공한 문자·음성·영상·센서 정보를 분석, 재난 상황을 자동 분류하고 대응기관에 전달하는 ‘CAMAS’ 시스템의 개발이다.
이해민 수석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UC어바인 박사과정 당시 RESCUE에 참여, 영상·음성·텍스트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함께 처리하는 다차원 데이터베이스와 검색 알고리즘을 연구했다”며 “멀티디멘저널 데이터베이스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 쿼리 스페이스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이 주요 연구 분야였다”고 설명했다.
이해민 수석은 구글 재직 당시 AI 연구진과도 긴밀하게 협업했다. 2010년 한국어 음성검색 서비스를 출시할 당시 음성인식 연구자인 마이크 슈스터와 함께 서비스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과거 구글의 AI연구부서인 ‘구글 브레인(Google Brain)’과도 지속적으로 협업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08년엔 구글 검색 서비스 관련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2012년 미국서 등록된 이 특허는 ‘부분 사용자 엔트리들에 대한 사전 제안들(Dictionary suggestions for partial user entries)’이다. 사용자가 검색창에 단어를 끝까지 입력하지 않아도 서버가 과거 검색 데이터를 이용, 완성될 검색어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이해민 수석은 “예를 들어 ‘삼성전자’라고 입력했을 때 사용자가 그다음에 무엇을 찾고 싶은지를 적은 타이핑만으로 알아내는 기술”이라며 “당시 AI알고리즘을 비롯, 다양한 기술이 적용돼 사용자가 여러 검색 결과를 거치지 않고 원하는 정보를 보다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성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 “기술을 국민에게”… 이해민 수석이 그릴 ‘다음 단계의 AI’는
아울러 이해민 수석이 갖는 강점은 정책과의 ‘연관성’으로 꼽힌다. 2024년 22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AI·디지털 정책을 다뤘다. 또한 조국혁신당 AI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대표적인 것이 ‘AI전환 연대회의’다. 이해민 수석은 지난해 2월 임문영 당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특별위원장과 함께 연대회의 공동의장을 맡았다. 정치권과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 조직은 국가 AI·디지털 전략 수립과 정부의 디지털 혁신, AI 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주요 의제로 삼는다.
이해민 수석은 “정치색을 빼고 AI만 생각했을 때 좋은 제안서부터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산·학·연 전문가들을 모아 만들어진 조직”이라며 “특히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당시 함께 정책을 논의했던 인사들이 국가AI전략위원회와 대통령실 등 AI 정책 핵심 조직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입법 성과도 있다. 올해 1월에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진흥에 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비수도권 데이터센터의 직접 전력거래 특례, 금융·세제 지원 등을 통해 AI 인프라 구축을 촉진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다른 관련 법안들과 병합 심사돼 위원회 대안에 반영됐다. 이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으로 지난 6월 공포됐다.
또한 지난 14일엔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인공지능 전환 대응을 위한 기본사회법안’을 비롯, 국가재정법·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 등 관련 3개 법안을 공동 대표발의했다. AI 기반 산업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구조 변화와 사회적 격차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AI 전환 대응 분담금’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해민 수석은 “이제 국가 AI산업과 정책은 기술 개발을 넘어 서비스의 영역으로 도약하는 단계가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에 차기 AI수석으로서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AI서비스, 기술이 될 수 있도록 무게중심을 옮겨오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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