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가상자산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1·2위 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빗썸의 상반기 매출이 나란히 반토막 났다. 매출 대부분을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후발 거래소들이 ‘수수료 0원’을 앞세워 점유율 공세에 나서면서 양강의 수익성 방어 부담도 커지고 있다.
3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수익(매출)은 40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115억원으로 79.7% 급감했고 당기순이익은 1084억원으로 74.1% 줄었다.
빗썸도 상황은 비슷했다. 상반기 매출은 16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49억원으로 83.4% 줄었고 당기순손익은 지난해 상반기 550억원 흑자에서 올해 1087억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가상자산 처분·평가손실 등 영업외비용까지 겹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가상자산 거래 위축이다. 가상자산 정보 제공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5대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고팍스)의 거래대금은 1464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9.5% 감소했다.
거래 감소는 두 회사의 주 수익원인 거래 수수료 매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두나무의 상반기 거래 플랫폼 수수료 매출은 39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75억원보다 49.8% 줄었다. 전체 영업수익 4081억원 가운데 수수료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6.9%에 달했다.
빗썸의 수수료 수입도 지난해 상반기 약 3235억원에서 올해 1687억6000만원으로 47.8% 감소했다. 상반기 전체 매출이 1688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모든 매출을 거래 수수료에 의존한 셈이다.
두나무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68.5%에서 올해 27.3%로 낮아졌고, 빗썸도 같은 기간 27.4%에서 8.8%로 떨어졌다. 거래 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만큼 거래 위축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 것이다.

◇거래 줄었는데 후발주자는 ‘수수료 0원’
두나무와 빗썸이 거래 위축으로 수수료 수입 감소를 겪는 사이 후발 거래소들은 ‘수수료 0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코인원은 지난 26일부터 원화마켓 전 종목의 거래 수수료를 0%로 낮췄다. 이용자가 30일짜리 무료 바우처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횟수 제한 없이 재발급할 수 있다.
미래에셋그룹에 편입된 디지털엑스도 지난 24일부터 1년간 원화마켓 전 종목의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후발 거래소들이 수수료 수익까지 포기하며 고객 확보에 나선 배경에는 업비트와 빗썸이 장악한 시장구조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량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점유율은 업비트가 약 69%, 빗썸이 28%로 두 곳을 합하면 약 97%에 달했다. 코인원은 2%, 코빗은 0.5%, 고팍스는 0.1% 수준이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거래량이 늘수록 유동성이 풍부해져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유리하다. 후발 거래소들이 당장의 수수료 수익보다 거래량과 고객 확보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실제 수수료 무료 정책이 단기간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빗썸은 지난 2월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이후 일주일간 전 종목의 거래 수수료를 면제했다. 무료 기간 점유율은 한때 37%대까지 올랐지만 정책 종료 이후 다시 20%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수수료 무료화가 장기적인 점유율 상승으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상반기 거래 위축으로 수수료 수입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두나무와 빗썸 입장에서는 후발 거래소의 가격 경쟁을 무시하기 어렵다. 후발주자들이 무료 정책을 발판으로 거래량을 끌어올릴 경우 양강 역시 점유율 방어를 위한 고객 혜택과 수수료 전략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후발 거래소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포기하더라도 거래량과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관건은 무료 정책으로 유입된 이용자를 얼마나 유지하고, 늘어난 거래량을 향후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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