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제주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같은 날 사건 현장과 제주경찰청을 찾으며 경찰개혁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민주당은 허위 종결을 걸러내지 못한 경찰 내부 시스템을, 국민의힘은 경찰청장 공백과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따른 경찰 권한 집중을 문제로 지목했다. 그러나 실종자의 생존과 소재를 어떻게 확인하고 사건 종결을 누가 다시 검증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현장 방문과 책임 공방을 넘어 허위 종결을 차단할 절차와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민주당, 허위 종결 가능했던 내부 시스템 지적
더불어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잇따라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과 제주경찰청을 방문했다. 민주당에서는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과 김남희·이해식 추진단 공동단장, 이주희·김동아 추진단 위원, 문대림 의원이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을 면담했다. 장 대표를 비롯한 김장겸‧박준태 의원 등도 현장을 둘러본 뒤 제주경찰청을 찾아 사건 처리 경위와 후속 대책을 확인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15일 장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아무개 경장이 실제로 연락하지 않고도 연락이 닿은 것처럼 신고자에게 알린 뒤 사건을 종결하면서 시작됐다. 부 경장은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 목록에서도 장씨의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는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고 부 경장은 다른 실종 신고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 혐의로 구속됐다.
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은 이날 장씨의 시신이 발견된 현장을 방문한 뒤 오후 1시 45분 제주경찰청장을 면담했다. 추진단의 제주 방문은 다음 주 공식 출범에 앞서 사건 처리 경위와 실종 사건 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남희 공동단장은 면담 후 “제도상 사건을 종결하려면 상부 보고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시스템에서는 허위 종결 처리가 가능한 허점이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내부 보고 절차는 있었지만 담당자가 입력한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거나 허위 종결을 차단하는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영진 위원장도 이번 사건을 담당 경찰관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개인의 일탈과 더불어 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난 상황”이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전국 실종 사건 점검과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다만 민주당은 경찰 수사를 보완하거나 통제할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추진단 출범 전이어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폭넓게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 국민의힘, 청장 공백·경찰 권한 집중 문제 제기
장 대표도 이날 오후 3시 사건 현장을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위로를 전했다. 그는 “200일 가까이 경찰청장의 공백이 이어지고 있지만 제청도 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것이 이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대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발생한 책임을 정부에 돌리며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장관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다만 경찰청장 공백과 이번 사건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장 대표는 민주당 추진단이 국민의힘보다 먼저 제주경찰청을 방문한 것을 거론하며 자신도 같은 방식으로 면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주가 인구 10만 명당 범죄 발생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통계도 언급하며 불법체류자와 무비자 입국 문제를 포함한 제주 치안체계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유족들이 이날 발인을 진행한 만큼 별도 면담은 하지 않았다며 유족이 원한다면 조속히 일정을 잡겠다고도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경찰에 권한이 집중되는 문제와 연결했다. 장 대표는 “시스템은 바꿔놓고 이를 운영할 소프트웨어, 즉 형사소송 절차 등에 대한 입법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종합대책을 마련해 국민에게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여야가 하루빨리 대책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국민의힘이 먼저 논의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경찰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출발점은 달랐다. 민주당은 허위 내용을 걸러내지 못한 사건 종결 시스템과 지휘·감독 체계를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은 경찰청장 공백과 경찰 권한 집중,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대비한 후속 입법 미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양당 모두 실종자의 생존과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해야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지, 담당자가 입력한 내용을 상급자가 어떤 근거로 검증할지에 대한 대책은 구체화하지 않았다. 허위 입력만으로 실종자 관리 목록에서 자료를 삭제할 수 없도록 하고 종결 근거를 의무적으로 남기는 방안, 복수 검증과 가족의 이의제기 절차 등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의 경찰개혁 경쟁은 누가 먼저 제주를 찾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재발 방지책을 내놓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담당 경찰관 처벌과 과거 사건 전수점검이 진상규명을 위한 조치라면 사건 종결 기준과 검증 절차를 바꾸는 것은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정치권의 제주행이 일회성 현장 방문과 책임 공방에 그칠지,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양당이 내놓을 후속 대책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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