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NH농협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1% 감소한 가운데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부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 농협은행이 농업인·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부담하는 농지비는 상반기에만 252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1% 증가했다.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기준 순이익 감소폭은 0.3%에 그쳐, 농지비 부담 증가가 최종 순익 감소폭을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 농협은행 상반기 농지비 2525억…1년 새 15.1% 증가
농협금융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농지비는 252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2194억원에서 331억원, 15.1% 증가했다.
농지비는 농협법에 따라 농협 계열사가 농업인·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납부하는 분담금이다. 농협금융은 이를 농협의 고유목적사업을 위한 비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16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879억원보다 250억원, 2.1% 감소했다. 반면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기준 연결당기순이익은 1조3460억원으로 지난해 1조3493억원보다 33억원, 0.3% 감소하는 데 그쳤다.
◇ 이자이익 늘었는데 순익 감소…충당금 부담도 확대
농지비만으로 농협은행의 순익 감소를 설명할 수는 없다. 올해 상반기에는 신용손실충당금 증가도 수익성을 압박했다.
농협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3조975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8% 증가했다. NIM(순이자마진·카드 포함)도 지난해 말 1.67%에서 올해 6월 말 1.74%로 개선됐다.
반면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297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882억원보다 57.9% 증가했다.
기업대출 확대와 함께 건전성 부담도 커졌다. 농협은행 기업대출은 6월 말 118조560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5% 증가했고, 대기업 대출은 15.6% 늘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지난해 말 0.49%에서 올해 6월 말 0.52%로 상승했다.
이자이익 증가에도 충당금 부담이 크게 늘면서 순익이 감소한 가운데 농지비까지 증가해 최종 실적을 끌어내린 구조다. <관련 기사 : [은행장 연임 성적표⑤] ‘AI 행장’ 강태영 농협은행장…기업대출 vs 건전성, 명암 뚜렷>
◇ “더 내라”던 정치권…농지비 상한은 3%로
농지비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농협금융이 농업·농촌에 더 많은 재원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농협금융의 농지비 부과 상한을 기존 2.5%에서 5%로 두 배 올리는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안 의원은 농협은행 영업이익이 2017년 대비 2021년 두 배로 증가했지만 농업지원사업비는 연 4000억원대에 머물렀다는 점 등을 근거로 상한 상향 필요성을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농협금융의 농지비는 2013년 4535억원에서 2022년 4505억원으로 거의 늘지 않은 반면,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930억원에서 2조2308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의 이익 증가에 비해 농업·농촌으로 돌아가는 재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농지비 부과 상한은 2.5%에서 3%로 상향됐다. 관련 개정 법률은 오는 9월 11일부터 시행되며, 2027년 농업지원사업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 농협은행 농지비 5년새 39%↑…순익보다 가파른 증가세
농협은행 자체 부담액을 봐도 최근 증가세가 뚜렷하다. 농협은행의 농지비는 2021년 3156억원에서 2022년 3247억원, 2023년 3306억원으로 완만하게 늘다가 2024년 3702억원, 2025년 4387억원으로 증가폭이 커졌다. 2021년과 비교하면 5년 새 39% 늘어난 규모다.

특히 2024년 농지비는 전년보다 12.0% 증가했고, 2025년에는 18.5% 늘었다. 반면 농협은행 당기순이익은 2023년 1조7804억원에서 2024년 1조8070억원, 2025년 1조8140억원으로 증가폭이 제한적이었다. 2025년 연간 순이익 1조8140억원은 농협금융의 공식 연간 실적 발표 수치다.
농지비를 당기순이익과 단순 비교하면 그 비중도 2023년 약 18.6%에서 2024년 약 20.5%, 2025년 약 24.2%로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농지비 2525억원이 상반기 순이익 1조1629억원의 약 21.7%에 해당한다.
농지비가 순익보다 빠르게 늘면서 농협은행이 벌어들인 이익에서 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부담하는 금액의 상대적 규모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농협금융 계열사의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이다. 실제 농협은행 측에서는 농지비 부담이 과도해질 경우 자본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농업·농촌 지원이라는 농협의 고유 목적과 금융계열사의 건전한 경영 사이에서 적정 부담 수준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부각되는 이유다.
◇ 농업 지원과 금융사 수익성 사이…‘농협 딜레마’
농지비는 일반 시중은행에는 없는 농협금융만의 특수한 비용이다. 농업인·농업·농촌 지원이라는 농협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재원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비용으로만 볼 수 없다.
실제 농협은행 사회공헌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지원사업비 4387억원을 통해 농축산물 생산·유통 기반 강화와 안정적인 영농환경 조성, 농촌지역 의료·문화 서비스 확대 등을 지원했다. 농지비가 농협의 고유 목적사업과 직접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농협은행은 올해 농지비 증가가 특정 사업이나 일회성 이벤트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업지원사업비는 매년 증가해 왔으며, 특정 복구사업 등으로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농지비는 3개년 평균 영업수익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에 따라 은행의 영업수익 규모가 커지면 농지비 부담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농협은행은 2012년 농협중앙회에서 금융지주와 경제지주가 분리된 이후 금융사업에서 창출한 수익의 일부를 농업·농촌에 환원하는 역할을 농지비가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농업인들에게 많이 혜택이 가고 금전적으로 지원이 된다면 원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건전성 등을 관리하면서 농업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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