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국민의힘이 쇄신을 외치며 당 개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지도부의 시선은 오히려 과거 보수의 상징이었던 전직 대통령들에게 향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현직 의원들의 연찬회에 참석하고,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보수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겠다던 국민의힘이 결국 과거의 인물들에게 다시 손을 내미는 모양새다.
◇ 박근혜, 국민의힘 연찬회 이례적 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은 2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는 27~28일 열리는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연찬회 참석은 지난 19일 정점식 원내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해 직접 참석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27일 오후 4시40분께 연찬회에 참석해 약 20분간 공개 모두발언을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대통령이 현직 의원들의 연찬회에 찾는 것은 이례적이다.
박 전 대통령의 연찬회 참석에 이어 정 원내대표는 오는 31일 이명박 전 대통령도 예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6·3지방선거 과정에서 선거 지원에 나섰던 이 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양향자 경기도지사 후보,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등을 지원 사격하며 선거 지원에 나선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연찬회 참석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구태로의 회귀’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6일 “보수 정치를 벼랑 끝으로 내몬 장본인에게 보수의 재건을 묻는 국민의힘의 처지가 안타깝다”며 “국민이 내린 준엄한 심판을 받은 인물을 다시 정치 전면에 불러 세우는 것은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짓밟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음 차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다시 찾는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모두 국정 운영 과정에서 탄핵과 사법처분을 겪은 인물들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직에서 탄핵된 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고,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특별사면됐다. 이 전 대통령 역시 2020년 뇌물 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가 2022년 윤석열 정부에서 특별사면됐다.
이러한 과거사와 별개로 두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존재감은 최근 들어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일에도 영남권 지역 의원 등 국민의힘 인사 15명가량과 만찬 회동을 갖고 보수 결집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직접 예방에 나서고 연찬회 참석까지 요청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역할이 다시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재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는 2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박 전 대통령은) 현실 정치를 떠나신 분이다. 본인이 정치를 다시 하겠다는 생각은 일도 없다”며 “보수 진영이 지리멸렬하고 구심점도 없고 힘들어하니까 그게 좀 안타까우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정치에 복귀하기보다는 보수 진영의 ‘어른’을 자처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국민의힘의 행보가 실제 보수 결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장동혁 대표가 ‘당원 중심 정당’과 인적 쇄신을 앞세워 당의 체질을 바꾸겠다고 강조하는 상황에서, 탄핵과 수감 등 불명예 꼬리표가 있는 전직 대통령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쇄신의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겠냐는 의문도 나온다. 결국 국민의힘이 과거의 정치적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면서 보수의 구심점을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