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K-뷰티 제품에 대한 전세계적 수요 폭증으로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계 생산라인이 포화에 다다른 가운데, 최근 업계 안팎에서 소규모 인디 브랜드들의 발주 및 납기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ODM 업체와 화장품 제품 생산 수주 의뢰를 마친 업체들마저, 실제 납기가 몇달째 밀리고 있는 등 소규모 브랜드 업체로서는 생존의 문제를 걱정해야 할 처지로까지 사태가 번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스레드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구다이글로벌이 한국콜마에 제품 2억개를 발주했다’는 풍문까지 나돌면서 ‘인디 브랜드 소외론’까지 일고 있다.
25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한국콜마에 약 2억개 규모의 화장품 제조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 규모만 보면 국내 ODM업계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수주다. 한국콜마 세종공장의 연간 생산능력(CAPA)은 약 8억9000만개로, 2억개는 이 공장 캐파의 약 22%에 달한다. 이 같은 소식은 지난 24일 오전부터 각종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양사는 해당 소식에 대해 “발주 등은 계약상 비공개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고객사의 주문량이나 품목은 계약상 대외 공개가 불가능하다”면서도 “2억개 발주가 들어왔다면 이례적인 수치”라고 설명했다.
구다이글로벌 측도 “온라인에서 나온 해당 내용은 확인했으나 발주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밝혔다.
업계는 물량 규모를 고려할 때 연내 전량 납품보다는 장기간에 걸친 수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앞서 양사가 공동 개발한 선케어 제품의 5년간 누적 판매량은 올해 3월 1억개를 넘어선 바 있다. 조선미녀 ‘맑은쌀 선크림’, 라운드랩 ‘자작나무 수분 선크림’, 스킨1004 선케어 제품 등이 대표적인 협업 사례다.
ODM업계 관계자는 “올 봄에 양사 협업으로 단일 화장품 누적 1억개 생산·판매라는 소식이 공론화 된바 있지만 연내 2억개를 단기간에 전량 생산·납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1~2년 이상에 걸친 수주 잔고 개념의 장기 계약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국내 ODM업계, 수주 폭주에 풀가동
현재 국내 ODM업계는 이미 수주 폭주로 비상이 걸렸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 빅3는 물론 중소형 제조사까지 2~3교대 풀가동 체제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구다이글로벌뿐 아니라 다른 큰 브랜드들도 있고, 해외에서 잘되는 브랜드들의 수주 의뢰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공장은 오래전부터 풀가동 상태이며, 영업이나 생산 쪽까지 전사적으로 바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형 수주 여파가 중소 인디 브랜드의 납기 지연 등 생산 병목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디 브랜드 관계자는 “지난 4~5월에 넣은 발주 건조차 아직 출하하지 못했다”며 “주요 ODM사의 생산라인이 차 있어 대체 제조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ODM업계 관계자는 “신규 주문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주문 물량을 여러 차례로 나눠 납품하거나 생산 일정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병목 현상은 K-뷰티 수출 증가와 맞물려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7.3% 증가한 70억달러(약 11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55억달러에서 1년 만에 15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늘어난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ODM업체들은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콜마의 국내 연간 생산능력은 2023년 3억7000만개에서 현재 8억9000만개로 3년 만에 2.4배 늘었다. 중국 베이징 공장을 국내로 이전하는 리쇼어링을 확정하고, 오는 2028년까지 1700억원을 투입해 생산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코스맥스는 605억원을 들여 평택 공장을 증축 중으로, 오는 10월 말 완공되면 캐파가 11억2000만개로 늘어난다.
지난해 충북 청주에 신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지난 6월 640억원을 들여 청주시 흥덕구 소재 공장 토지와 건물을 인수하는 등 추가 생산기지 확보에 나섰다. 현재 캐파는 2억6500만개다.

◇ 내년 IPO 앞둔 구다이글로벌에 쏠린 관심
내년 초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구다이글로벌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도 이번 발주설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4717억원, 영업이익 273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94.5%, 98.5% 증가했다. 조선미녀·티르티르·스킨푸드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왔으며, 최근에는 스킨케어 브랜드 토리든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바디케어 등 신규 카테고리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ODM 기업의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 신규 브랜드의 시장 진출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며 “K-뷰티 수출과 브랜드들의 해외 판매가 빠르게 늘면서 생산능력이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느냐가 ODM 업계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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