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광] 가장 낮은 곳에서 다시, 서로를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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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광’(감독 이지원)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플레이그램, 콘텐츠지오
영화 ‘비광’(감독 이지원)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플레이그램, 콘텐츠지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국 야구의 간판스타 중구(류승룡 분)와 올 타임 레전드 배우 남미(하지원 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톱스타 부부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은 갑자기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 분)로 인해 파경을 맞는다.

차마 동주를 외면할 수 없던 중구와 아이의 존재만으로 상처받은 남미가 각자의 삶을 살던 8년 후 어느 날 우림천 여중생 사망 사건이 발생한다.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동주. 중구와 가족들은 벼랑 끝에 몰린 동주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남미는 자신들을 추락시킨 8년 전 악연이 현재까지 이어져 있음을 알게 되는데…

영화 ‘비광’(감독 이지원)은 톱스타 부부였던 중구와 남미가 갑자기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로 인해 파경을 맞은 뒤 8년 후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린 동주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미쓰백’ 이지원 감독이 약 8년 만에 내놓는 스크린 신작으로, 2021년 촬영을 마친 뒤 약 5년의 기다림 끝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미쓰백’을 통해 상처 입은 두 사람이 서로를 구원하는 과정을 그려냈던 이지원 감독은 이번에는 가족으로 시선을 넓혔다. 한때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이들이 동주에게 닥친 위기를 계기로 다시 모이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나아간다.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비광’은 가족에게 하나의 불행을 안기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중구와 남미가 누리던 화려한 삶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이들의 삶에는 그날의 상처가 짙게 남아 있다. 여기에 동주의 사건을 시작으로 예상치 못한 진실과 또 다른 사건들이 꼬리를 물며 가족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는다.

호연을 펼친 배우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류승룡·김선영·김영민·김해숙·하지원·김시아. / 플레이그램, 콘텐츠지오
호연을 펼친 배우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류승룡·김선영·김영민·김해숙·하지원·김시아. / 플레이그램, 콘텐츠지오

수많은 사건 끝에 영화가 끝내 붙드는 것은 ‘가족’이다. 동주의 결백을 밝히는 사건의 전말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족의 감정에 더 많은 힘을 싣는다.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온 이들이 동주의 위기를 계기로 다시 모이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이지원 감독 역시 “빌런의 붕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중구가 동주를 구해내는 과정에서 이들이 어떤 감정으로 어떻게 움직이고, 가족끼리 어떻게 화합을 만들어내는지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충분히 들여다보기 전에 또 다른 문제를 꺼내놓으며 끊임없이 감정의 강도를 높이는데, 묵직한 사회적 문제까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면서 이야기는 점차 몸집을 키우고 그 과정에서 불행이 거듭돼 관객에 따라 다소 버겁게 다가올 여지도 있다. 

특히 중구와 남미가 얼마나 높은 곳에서 추락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데 비해, 그 추락 이후 8년의 시간이 두 사람을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는지를 충분히 채우지는 않는다. 한때 최고의 자리에 있던 두 사람이 좀처럼 삶을 회복하지 못한 채 과거의 상처에 머물러 있는 이유가 촘촘하게 쌓이지 않으면서 현재의 비극 역시 온전히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배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낸다. 류승룡은 모든 것을 잃은 뒤에도 딸만큼은 놓지 않는 중구의 거칠고 투박한 부성애를 묵직하게 밀고 나간다. 하지원은 한때 누구보다 화려했던 톱스타에서 생계를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연예인이 된 현재까지 큰 낙차를 오가며 이전과 다른 얼굴을 꺼낸다. 김시아는 많지 않은 대사임에도 눈빛과 표정을 통해 너무 일찍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동주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지원 감독은 ‘비광’을 ‘감정의 블록버스터’라고 표현했다. 그는 “내로라하는 명배우들이 펼치는 연기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한다”며 “후반부 가족끼리 화합하며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파도가 관객의 가슴에 잔잔한 여운으로 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러닝타임 109분, 오는 9월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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