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다시 치라고 하면 못 쳐요.”
23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까지 통산 홈런이 7개밖에 안 되는 김재현(33)은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뿌리는 왼손 파이어볼러 이의리(24)의 155km 포심을 어떻게 공략했을까. 김재현은 4-7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 볼카운트 2B2S서 7구 포심이 몸쪽 높은 코스로 오자 감각적으로 잡아당겨 끝내기 그랜드슬램을 쳤다. 생애 첫 만루홈런이었다.

김재현은 경기 후 “그냥 공만 맞춘다는 생각이었다. 앞에서 헛스윙을 두 번 했는데 너무, 아예 안 맞을 것 같더라고요. 그냥 공만 한번 맞춰보자 싶어서, 파울 몇 개 치다가 변화구가 오면 무조건 삼진을 먹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타구가 멀리 날아갔다”라고 했다.
이의리는 초구부터 7구까지 전부 포심으로 승부했다. 가장 자신있는 공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김재현도 이를 알고 있었다. 투수의 빠른 공은 타자가 알고도 당하는 게 야구의 묘미다. 그러나 더 큰 묘미는, 이렇게 간혹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김재현은 “살짝 느낌이 오긴 했다. 내가 홈런을 친지 엄청 오래돼서”라면서도 “나도 어떻게 쳤는지 몰겠다. 경기를 많이 못 나가서 감도 없었을 뿐더러 어차피 못 쳐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앞에서 대충 치자, 이런 느낌이었다”라고 했다.
솔직했다. 김재현은 웃더니 “다시 치라고 하면 못 칠 것 같아요. 이게 공을 (파울)커트하는 건지 볼을 헛스윙 하는 것인지도 몰랐고. 느낌은 전혀 없었다”라고 했다. 심지어 “그냥 내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다. 끝났다고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니까 삼진 당하지 말고 공을 맞춰보자는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김재현은 심지어 타구를 치고도 제대로 확인도 못했다. 그는 “넘어가는 것도 못 봤다. 보고 있었는데 공이 안 보였다. 주위에서 넘어갔다고 해서 그때 알았다. 갑자기 조명이 꺼져서 그때 알았어요”라고 했다.
김재현은 2022년 5월25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1551일만에 홈런을 쳤다. 생애 첫 만루홈런이었다. 생애 첫 만루포, 1551일만의 홈런의 임팩트가 엄청났다. 베테랑이지만 주전은 엄연히 김건희다. 경기 출전도 제대로 못하는데 국내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투수의 공을 통타했다.

야구도 인생도 이렇게 가끔 기적이 찾아온다. 물론 김재현이 최선을 다한 결과다. 웃을 일 없는 키움 사람들과 키움 팬들이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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