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구 오면 무조건 삼진 당한다” KIA 마무의리 무너뜨린 그 남자의 고백…왜 1~7구 전부 패스트볼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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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이의리가 2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서 투구하고 있다./KIA 타이거즈 제공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변화구가 들어오면 무조건 삼진 먹는다고 생각하고 그냥 공만 앞에서 맞춰보자 했는데…”

KIA 타이거즈 ‘마무의리’ 이의리를 무너뜨린 김재현(33, 키움 히어로즈)의 노림수는 간단했다. 어차피 이의리의 주무기가 150km대 중~후반의 패스트볼이니, 자신을 힘으로 압박할 것이라고 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했다.

KIA 타이거즈 이의리가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랜더스와의 원정경기서 투구 후 3루 덕아웃을 응시하고 있다./KIA 타이거즈 제공

김재현은 23일 고척 KIA전 9회말 2사 만루서 이의리의 몸쪽 155m 포심을 공략해 끝내기 좌월 그랜드슬램을 친 뒤 “공만 맞춘다는 생각이었다. 그 전에 헛스윙을 두 번 했는데 너무, 아예 안 맞을 것 같더라고요. 파울 몇 개 치다가 변화구 오면 무조건 삼진 먹는다고 생각하고 그냥 앞에서 맞춰보자 했는데 이렇게 타구가 멀리 날아갔다”라고 했다.

이의리의 최대 무기는 158km까지 나오는 패스트볼이다. 역대 국내 좌완 최고 스피드를 보유했다. 물론 1이닝을 전력으로 던지는 마무리로 변신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의리는 승부처에 결국 빠른 공으로 승부해야 한다. 타자도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 타자가 가장 힘든 구종도 빠른 공이다.

그러나 이의리가 과거와 지금이 다른 건 제구력이다. 여전히 좋은 편은 아니지만, 주자가 없거나 만루일 때 이중키킹을 하면서 스트라이크를 넣는 비율이 확 올라갔다. 타자들에게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으면서 승부가 수월해진 게 사실이다.

이러면서 달라진 모습이 있다. 변화구 구사다. ‘볼질’이 심할 땐 스트라이크를 넣기 급급해서 변화구를 구사할 여력이 없었다. 이의리는 체인지업이 변화구 주무기이고, 슬라이더, 포크볼 등도 구사할 줄 안다. 그래서 최근 또 달라진 게 변화구로 헛스윙이나 약한 타구를 유도하기 시작한 점이었다.

그러나 이날 이의리는 포심 비중이 높았다. 이것은 이날 변화구 컨디션이 안 좋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포수 김태군과 이날만큼은 포심 위주로 가자고 미리 합의했을 수도 있다. 노련한 투수리드 능력을 지닌 베테랑 김태군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실제 안치홍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1사 만루가 되자 사실상 빠른 공 하나로 승부했다. 아직 경험이 적은 대타 여동욱에겐 통했다. 초구 포크볼이 볼이 됐으나 이후 153~154km, 157km 포심으로 잇따라 파울,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 처리했다. 그리고 김재현에게 초구부터 7개의 공 모두 포심을 택했다.

김재현은 이날 전까지 통산 7홈런에 불과했다. 한 방은 사실상 없다고 계산했을 확률이 높다. 또 고척돔이 투수친화적이고, 이의리가 이 승부에서 변화구를 택하는 건 리스크가 있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때문에 김태군-이의리 배터리가 1~7구 모두 포심을 택해 힘으로 윽박지르려고 한 선택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김재현이 결국 잘 쳤다. 볼카운트 2B2S서 구사한 155km 포심은 볼을 각오한 듯했다. 김재현의 눈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몸쪽 높은 코스였다. 통상적으로 타자가 움찔해야 정상이지만, 정타를 만들겠다는 김재현의 집중력이 더 뛰어났다.

키움 히어로즈 김재현이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서 끝내기 만루홈런을 치고 홈을 밟고 있다./키움 히어로즈 제공

야구는 결과론이다. 만약 이의리가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하나라도 잡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변화구 유인구로 김재현을 속일 확률은 그만큼 높았을 것이다. 김재현이 변화구에 삼진을 당한다는 각오를 했다고 털어놨기에, KIA로선 더더욱 아쉬운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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