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의 세심함. 아직 마무리라고 한 적이 없다.
이범호 감독은 폭염 브레이크 이후 이의리를 마무리로 쓰고 있다. 야구 팬이라면, 특히 KIA 팬이라면 이를 모를 수가 없다. 이의리 본인도 자신이 마무리라는 걸 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공식적으로 외부에 이의리가 마무리라고 한 적은 없다.

이의리를 마무리라고 못 박는 순간, 이의리가 과도한 부담을 가질 수 있는 걸 염려하기 때문이다. 이의리는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 끝내기 만루포를 맞았지만, 마무리로 나선 뒤 위기상황서 침착하게 잘 대응해왔다. 제구력이 좋은 투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위기서 흥분하거나 자멸하는 투수도 아니다.
때문에 구위, 스피드가 아닌 마인드, 멘탈 측면에서도 마무리로 성공할 자질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범호 감독은 그런 이의리에게 불필요한 프레스만 안 주면 된다고 본다. 23일 경기서 5점 리드를 못 지킨 건 뼈 아팠지만, 이날 경기를 본 사람은 이의리를 탓하면 안 된다는 걸 모르지 않을 듯하다.
예전처럼 볼질을 하다 자멸했으면 몰라도, 이의리는 이의리답게 최선을 다하다 무너졌다. 만루포만 하더라도 김재현이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온 155km 포심을 잘 쳤다. 김재현에게 변화구를 하나도 안 쓴 게 옥에 티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서 이의리에게 가장 자신 있는 공은 포심이다.
현 시점에서 KIA 뒷문은 이의리 외에 대안도 없다. 단, 경기상황에 따라 다른 투수가 경기를 마무리하고 이의리가 8회를 지키는 경우가 발생할 수는 있다. 실제로 이범호 감독은 이의리가 경기후반 가장 중요한 시점에 나가는 투수라고 말한다. 8회에 왼손 중심타자들이 걸리면 이의리가 8회에 나간다는 얘기다.
또 이의리는 내년엔 선발로 돌아가야 한다. 이런 여러 상황, 사정을 종합할 때 이범호 감독은 굳이 이의리를 마무리로 못 박지 않는다. 이의리는 정말 마무리라는 부담을 과도하게 가질 필요 없이, 자신의 공만 던지면 된다.
KIA는 6연승 이후 최하위 키움에 당한 2연패가 뼈 아프다. LG 트윈스에 다시 3위를 내주고 4위로 내려갔다. 그러나 LG, 두산 베어스와의 3위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결국 잔여경기까지 전부 치러봐야 3위의 주인공이 가려질 전망이다.
훗날 이 패배가 치명적으로 해석될 순 있다. 그러나 KIA가 지금 전력으로도 이 데미지를 극복하고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불펜만 해도 당장 다음주에 곽도규가 돌아온다. 곽도규가 마무리를 꿰차진 않겠지만, 중요 시점에서 팀 불펜의 안정감을 높일 수 있다. 좌타자 전문 요원이라 이의리의 지분도 상당 부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이의리는 정말 이날 블론세이브, 패전을 빨리 잊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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