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천하의 선동열도, 오승환도 홈런 맞았다.
KBO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라는 오승환도, 오승환에 앞서 사실상 선발과 마무리 역할을 다 해냈던 선동열도 사람이다. 당연히 홈런 맞고 무너지고, 충격도 받고 그랬다. 현존 ‘리빙 레전드’ 류현진(한화 이글스)도 투수는 맞는 사람이라고 늘 강조한다.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KIA 타이거즈 마무리 이의리는 7-2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서 갑자기 마운드에 올라와 맷 데이비슨에게 정신 없이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계속된 2사 만루 위기서 프로 12년차에 홈런 7개이던 백업포수 김재현(키움 히어로즈)에게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았다.
볼카운트 2B2S서 몸쪽으로 155km 포심을 높게 던졌다. 7-4였다. 밀어내기 볼넷이 돼도 좋다는 생각으로 던진 공이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김재현이 이걸 가볍게 찍어치며 기적을 만들었다. 보통 이의리 정도의 스피드를 가진 좌완이 우타자 몸쪽을, 그것도 시선과 가장 가까운 높은 코스로 넣으면 타자가 피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스윙이 안 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김재현은 사실상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방망이를 돌렸고, 기적을 만들었다. 실제 김재현의 경기 후 코멘트가 “공만 맞춘다는 생각이었다”였다. 심지어 “변화구가 들어오면 그냥 삼진 먹는다고 생각하고 앞에서 맞추려고 했는데 타구가 멀리 날아갔다”라고 했다.
한 마디로 이날 야구의 신이 키움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의리가 예전처럼 ‘볼질’을 하다 무너졌으면 이의리를 탓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이의리는 이의리다운 투구를 했다. 데이비슨에게 적시타를 맞은 뒤 안치홍에게 볼넷을 내준 것도 정면승부를 하다 나온 결과였다.
이의리는 일본유학 이후 주자가 없거나 만루일 때 이중키킹을 하며 크게 재미를 봤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제구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은 맞지만, 커맨드까지 갖춘 투수는 아니다.
때문에 언제든 이런 경기가 나올 수 있다. 이범호 감독도 이의리에게 사실상 마무리를 맡긴 뒤 “앞으로 얻어맞는 경기도 나올 것이다”라고 했다. 그게 이날이어서 KIA가 뼈 아팠을 뿐이다. 7-2 리드를 놓친 건 너무 아프긴 했다.
그러나 이의리도 이런 과정을 거쳐 마무리로 더 성숙해질 수 있다. 공식적으로 마무리 임명장이 나온 적은 없지만, 사람들은 KIA 마무리가 이의리라는 걸 안다. 이런 경기서 투수코치가 뭐라고 해줄 말도 없을 것이다. 최선을 다했고, 김재현은 잘 쳤다. KIA가 졌고 다시 4위가 됐지만 어차피 순위다툼은 9월 말까지 가야 한다. 이의리가 과도한 자책을 할 필요가 없다.
오승환은 지난해 은퇴를 선언한 뒤 취재진 인터뷰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마무리는 2경가 연속 안 무너지는 게 중요하다고. 전날 결정적 한 방을 얻어맞은 타자를 다음날 보란 듯이 잡으면 괜찮다고 했다. 실제 오승환은 전성기에 그런 클로저였다.

과연 ‘초보 클로저’ 이의리의 다음 등판은 어떤 모습일까. 어차피 제구의 불안전함은 안고 가야 한다. KIA는 그냥 이의리가 이의리답게 던지길 바라는 게 맞다. 이범호 감독은 25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늘 그랬듯,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의리를 대할 것이다. 그런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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