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없는 뽑기?… ‘쿠지’는 규제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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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니메이션 흥행과 맞물려 늘고 있는 경품 추첨 게임 ‘쿠지’와 관련해 확률 조작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최근 애니메이션 흥행과 맞물려 늘고 있는 경품 추첨 게임 ‘쿠지’와 관련해 확률 조작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김지영 기자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과 맞물려 늘고 있는 경품 추첨 게임 ‘쿠지’와 관련해 확률 조작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의 필요성도 함께 거론된다.

◇ 日 애니 흥행에 굿즈 수요 급증

논란은 지난 16일 홍대의 한 캐릭터 굿즈 매장에서 시작됐다.

이날 A씨는 해당 매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블리치’의 피규어를 갖기 위해 ‘쿠지’라는, 일종의 ‘뽑기 게임’에 참여했다. 종이판에 붙어있는 쪽지를 떼어내 펼쳤을 때 쪽지에 적힌 등급에 따라 피규어 등의 경품을 받는 구조다.

A씨는 추첨권을 여러 번 구매했으나 원하는 경품이 나오지 않았다. 1등 당첨자도 나오지 않았던 터라, A씨는 1등 경품인 피규어를 갖기 위해 남은 추첨권을 모두 구매했다. 그러나 1등 경품 추첨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해당 매장은 당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직원 한 명의 실수로 1등 경품 추첨권이 누락됐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시했으나 논란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쿠지’는 꽝 없는 뽑기 게임으로, 추첨권에 적힌 등급에 따라 피규어 등의 경품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높은 등급일수록 희귀하거나 인기있는 경품이 제공되지만, 그만큼 당첨 확률도 낮다.

국내에서 흔히 ‘쿠지’로 불리는 뽑기 게임의 원형은 일본 완구·캐릭터사업 회사인 반다이 스피리츠가 운영하는 ‘이치방쿠지(제일복권)’다. 제작사가 추첨권과 경품을 하나의 상품으로 구성해 공급하는 구조다. 반면 국내에서는 업체가 개별적으로 확보한 피규어나 캐릭터 굿즈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자체 제작한 추첨권을 판매하는, 이른바 ‘자체 쿠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국내에서 ‘진격의 거인’ ‘귀멸의 칼날’ ‘체인소맨’ 등 애니메이션이 잇따라 흥행하면서 관련 굿즈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추세다. 21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2020년과 비교해 올해 이치방쿠지의 검색량은 550% 증가했으며 온라인 쿠지는 2,250%, 온라인 이치방쿠지는 2,850%증가했다.

문제는 자체 쿠지의 경우 추첨권과 경품 구성을 업체가 직접 결정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운영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을 경우, 1등 등 상위 경품의 당첨권을 애초에 넣지 않거나 추첨 과정에서 제외하는 등 임의로 결과를 조작하더라도 소비자는 이를 알아채기 쉽지 않다. 당첨되지 않은 이유가 단순히 운이 없었기 때문인지, 판매자의 개입 때문인지 외부에서는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논란이 불거진 홍대의 한 굿즈 매장 역시 자체 쿠지를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매장 정책마다 다르지만 쿠지 추첨권 한 장의 가격은 8,000원부터 비싸게는 2만원 수준이다. / 문제가 된 홍대 스매시쿠지 매장 인스타그램 계정 게시물 갈무리
매장 정책마다 다르지만 쿠지 추첨권 한 장의 가격은 8,000원부터 비싸게는 2만원 수준이다. / 문제가 된 홍대 스매시쿠지 매장 인스타그램 계정 게시물 갈무리

◇ 오프라인 뽑기, 관련 규정 없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이런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같은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는 것인데, 인스타그램에서 애니메이션 정보 계정을 운영하는 20대 A씨는 19일 시사위크에 서면을 통해 “업계 관계자에게서 낮은 등급의 추첨권을 다시 추가하는 방식으로 1등 경품이 나올 확률을 낮춘다고 들었다”며 이 때문에 자신은 자체 쿠지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매장 정책마다 다르지만 쿠지 추첨권 한 장의 가격은 8,000원부터 비싸게는 2만원 수준이다. 논란이 된 홍대 모 매장의 경우, 추첨권 한 장을 2만1,000원에 판매했다. 수집 문화를 고려하면 이보다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A씨의 경우에도 가챠(캡슐에 든 피규어를 랜덤기계에서 뽑는 게임), 쿠지 등 소비에 한 달에 최소 10만원부터 통상 30~40만원을 쓴다고 답했다.

피규어 관련 매장과 함께 이를 온라인 환경에서 구현한 사업장도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는 부재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시사위크에 “표시나 광고가 없다면 사전에 당첨 확률을 사전 고지하게 하는 등 조치할 방법이 없다”며 공정위 내 담당 부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 역시 “쿠지와 관련해 접수된 문의나 진행된 조사는 없다”며 “의심이 된다 해도, 사업자가 부인하거나 명확하게 사실이 입증이 되지 않는다면 처리가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대만 타이베이시에서는 이치방쿠지 조작 문제가 반복되자 지난해 3월 상품명 명시, 추첨권 일련번호 명시, 자체 제작 여부 고지, 총 당첨 수와 추첨 현황 공표 등을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산업발전국이 자치조례 제정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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