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최근 러닝 인구가 늘면서 마라톤 행사가 지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건강도 챙기고 지인들과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관심도 높다. 그러나 상당수 대회가 평소 차량이 오가는 주요 간선도로를 코스로 활용하면서 운전자와 나들이객은 물론, 교통통제에 투입되는 경찰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에 시민 불편과 경찰력 투입 등을 사전에 따져볼 수 있도록 ‘도로통제 마라톤’에 대한 심의·협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규제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 도로통제 마라톤 줄잇는 이유
오는 10월과 11월 주말 및 공휴일은 총 20일이다. 이 가운데 엿새를 제외한 총 14일 동안 서울 내에서 차량의 도로 통행을 통제한 채 도로를 달리는 마라톤 행사가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통제 마라톤이 이렇게 자주 열릴 수 있는 이유는 복합적으로 엮여 있다.
마라톤 등 체육행사의 경우 주최 측이 자유롭게 개최할 수 있다. 이 과정에 서울시청이나 각 지자체에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며, 별도 허가도 필요없다. 대신 출발지와 기착지 및 목적지에 부스를 설치해야 하는 경우 해당 공간을 관리하는 기관 및 시설 측과 협의해 비용만 지불하면 특정 날짜에 일정 시간 동안 부지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마라톤 참가자들이 달리는 코스가 차도(도로)를 점거하게 되는 ‘도로통제 마라톤’이라면 경찰 측에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는데, 마라톤 등 체육행사의 후원단체에 정부 및 공공기관이 포함될 시 공공성과 후원성이 증명돼 행사가 진행되는 지역의 지방경찰청에서는 교통통제 등 지원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 국민체육진흥법상 체육행사는 승인이나 허가대상이 아니다. 마라톤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가 행사를 자유롭게 개최할 수 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마라톤과 같은 체육행사는 국민체육진흥법상 지자체의 승인을 받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개최할 수 있다”면서 “마라톤의 경우 출발지와 기착지, 그리고 최종 목적지에 부스 등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해당 장소가 서울시청광장 등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부지라면 주최 측이 시청에 장소 대관 및 시설 설치 허가 요청 시 사용료를 일부 협의할 뿐, 장소 이용 허가를 내줄 때도 마라톤 코스 구성이나 도로통제 및 교통 우회 여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의 도로 통행을 제한하고, 마라톤 참가자들이 도로 위를 뛰는 행위는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지자체의 승인이나 허가와는 무관하다”면서 “도로통제의 경우에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행사·대회에 대해 경찰 측이 교통통제를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울경찰청 측에 따르면 ‘도로 위 체육행사 경찰 교통관리 표준’ 지침에 따라 ‘국가·지자체 및 관련 단체가 주최·주관·후원한 공익적 행사에 대해서는 교통통제를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도로통제 마라톤이 줄줄이 열리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9월 이후 개최되는 마라톤 행사를 살펴보면 후원 기관으로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 등 정부 기관의 명칭이 포함돼 있다.
마라톤 행사 주최 측은 이렇게 받은 정부 기관의 후원증명 공문을 서울경찰청 등 각 지방경찰청에 제출해 마라톤이 개최되는 날 특정 시간대에 도로통제 협조를 요청한다. 문제는 경찰 입장에서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점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정부기관의 후원명칭 사용승인 절차는 각 기관 조례나 행정규칙에 따라 발급되는데, 마라톤 행사를 개최하는 주최 측이 이 서류를 제출하면 경찰 입장에서는 후원성과 공익성이 증명됐다고 판단돼 도로통제 지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실정”이라며 “교통소통을 원활히 하고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교통통제를 하는 것인데, 시민들의 민원도 적지 않아 시민 불편은 인지를 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에 열리는 마라톤 행사로 인해 도로통제를 지원하게 되면 경찰 입장에서도 주말에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며 “정부기관의 후원명칭과 관련해 심의 규정을 강화하거나 마라톤 개최로 인한 도로통제 관련해서도 절차적으로 개선이 되거나 법률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시갑)은 “도로를 통제하는 마라톤 주최 단체는 행사와 관련한 후원·광고를 먼저 받은 후에 경찰 측에 정부기관 후원증명을 근거로 ‘도로 통제를 해 달라’고 통보를 하는데 순서부터 잘못됐다”며 “경찰에서는 모든 정부기관의 협조 요청에 응해야 한다는 기조가 있는데, 도로를 점거하고 진행하는 마라톤 때문에 시민이나 경찰 등 불편을 겪는 게 상당히 많은 만큼 이러한 체육행사와 관련해서는 경찰에서 도로통제 여부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협의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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