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앞둔 르노코리아…파업 변수 낮춘 '잠정합의'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판매 부진으로 부산공장 생산량 감축까지 추진 중인 르노코리아가 노사 갈등이라는 변수는 일단 낮추게 됐다. 임금 및 단체협상을 시작한 지 약 4개월 만에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다.

르노코리아는 대표 노조인 르노코리아 노동조합과 지난 20일 진행한 2026년 임금 및 단체협상 15차 본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4월27일 협상을 시작한 이후 4개월간 이어진 교섭이 16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접점을 찾았다.

노사는 구체적인 잠정합의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오는 26일 조합원 사원총회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가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양측은 현재의 어려운 경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잠정합의가 주목되는 이유는 르노코리아의 경영 상황과 맞물려 있다. 올해 신차를 투입했지만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판매 감소 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르노코리아의 국내외 판매량은 3030대로 전년 동월 대비 58.2% 감소했다. 내수는 1704대로 57.4%, 수출은 1326대로 59.2% 각각 줄었다. 올해 1~7월 누적 판매도 3만641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9%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출 감소에 올해 내수 부진까지 겹쳤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그랑 콜레오스를 앞세워 국내에서 5만2271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31.3% 성장했지만, 수출은 3만5773대로 46.7% 줄었다. 전체 판매량도 8만8044대로 17.7% 감소했다.

올해는 내수에서도 신차효과가 빠르게 약해졌다. 3월 출시된 필랑트는 첫 달 4920대가 판매됐지만 4월 2139대, 5월 1201대, 6월 1324대에 이어 7월에는 537대까지 떨어졌다. 주력 모델인 그랑 콜레오스 역시 7월 내수 판매가 728대에 머물렀다.

판매 부진은 부산공장 생산 조정으로 이어졌다. 르노코리아는 지난달 노조에 부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량(UPH)을 기존 55대에서 45대로 낮추는 방안을 전달했다. 약 18%에 해당하는 조정 폭이다. 생산직 인력 약 10%를 다른 업무로 전환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노사 입장에서는 임단협과 생산량 조정 문제가 동시에 놓였다.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 불성립을 거쳐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여서 교섭이 장기화할 경우 판매 감소와 감산에 생산 차질 가능성까지 더해질 수 있었다.

과거 노사 갈등이 실제 생산 차질로 이어졌던 경험도 있다. 2024년 임단협 당시 첫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뒤 노조는 부분파업에 이어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부산공장은 부분 생산 체제로 운영됐고 9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1.5% 감소했다.


당시에는 4년 만의 신차인 그랑 콜레오스가 고객인도를 막 시작한 시기였다. 결국 노사는 두 번째 잠정합의안을 마련했고,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0.5%의 찬성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반면 지난해에는 9차 교섭 만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조합원 55.8%의 찬성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마쳤다.

올해 협상이 15차 본교섭까지 이어진 데는 임금뿐 아니라 단체협약까지 함께 다뤄야 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합의에 따라 구성한 노사공동 인사제도 개선위원회에서는 임금피크와 통상임금, 근무환경 개선 등도 논의해왔다.

올해 상황은 지난해보다 까다롭다. 판매가 늘던 시기에 임금 문제를 풀었던 지난해와 달리 현재는 판매 감소와 생산량 조정을 함께 다뤄야 한다.

부산공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올해 2월 누적 생산 400만대를 넘어선 부산공장은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최대 4개 플랫폼, 8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현재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 폴스타 4 등이 부산공장에서 생산된다.


특히 폴스타 4는 르노코리아 자체 차종의 수출 부진을 일부 보완하는 물량이다. 부산공장은 지난해부터 북미 등을 대상으로 폴스타 4를 위탁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1~5월에만 2921대를 수출했다.

이 때문에 노사 관계 안정은 단기적인 생산 차질 방지뿐 아니라 부산공장의 중장기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르노그룹 내 신차 물량과 외부 위탁생산을 확보하려면 안정적인 생산 기반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잠정합의의 의미는 임금 인상 폭보다 생산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있다. 르노코리아는 판매 감소를 되돌려야 하고, 노조는 생산량 축소 과정에서 고용과 근무환경 변화를 살펴야 한다.

잠정합의안이 오는 26일 사원총회를 통과하면 르노코리아는 임단협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를 덜고 판매 회복과 부산공장 운영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와 사측 간 교섭이 다시 이어지면서 파업 가능성이 재차 변수로 떠오른다.

판매 반토막과 감산 추진이 겹친 상황에서 마련된 잠정합의가 노사 리스크를 줄이고 부산공장 생산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26일 조합원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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