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6·3지방선거 당시 전국 지원 유세에 나서며 정치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던 박 전 대통령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과 잇따라 회동하는 등 공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보수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에 기대는 데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 당내 갈등 속 접점 넓히는 박근혜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해 약 30분간 면담했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후보들을 지원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를 전하고, 오는 27~28일 열리는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 참석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보수가 허물어져 가는 것을 견디지 못하겠다. 내가 조금이라도 보태면 우리 당이 살아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선거를 지원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에게 이 당(국민의힘)만이 희망이라는 인식을 심어야 다가올 선거에서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다”며 당의 화합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발언에는 현재 국민의힘이 직면한 위기 상황과 보수 진영의 결집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퇴임 이후 한동안 공개 활동을 자제했던 박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 당시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에 나선 것 역시 보수 진영의 위기를 막기 위한 행보였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이번 발언 역시 당시와 같은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대구시장·경남지사·경북지사 등 주요 광역단체장 자리를 지켜내면서 이른바 ‘박근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정치 행보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보수 진영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며 정치권과의 접점을 넓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울산의 한 음식점에서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의원 등 국민의힘 인사 15명가량과 만나 보수 결집과 야당으로서의 역할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박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그가 다시 보수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정서적 분당 상태’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당내 리더십을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이 당내 분열을 봉합하고 보수 지지층을 결집할 것이라는 기대다. 또 향후 전당대회와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예방을 정 원내대표의 당내 입지 및 당권 행보와 연결해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당내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과 맞물리면서다. 실제로 정 원내대표는 예방 직후 당 혼란 수습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필요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필요하다는 분도 있고 아니라는 분도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답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가 그동안 조기 전당대회나 재신임 투표 등에 거듭 선을 그어온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여지를 남긴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을 다시 정치권으로 불러들이는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19일 페이스북에 “정 원내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방문한 건 당권 욕심이 나서 그런 게 아닌가 보여진다”며 “언제까지 박근혜 그늘에서 보수정당이 놀아나야 하는지 참 안타깝다”고 적었다. 정 원내대표의 예방을 당권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로 해석하는 동시에, 박 전 대통령이 보수 재건의 해법이 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가 국민의힘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영향력을 바탕으로 보수 지지층을 재결집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새로운 리더십과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할 국민의힘이 다시 과거의 정치적 자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재등판이 보수 재건의 발판이 될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그늘에 갇혀 보수의 몰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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