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이미연] 책방을 연 뒤로 ‘기획’은 항상 물음표였다. 무엇을 기획해야 할까? 어떻게 기획해야 할까? 도대체 기획이란 무엇일까? 머리를 아무리 쥐어뜯어도, 어느 하나 명쾌한 답은 없었다.
회사에 다닐 때도 기획은 나를 힘들게 했다. 해마다 기획해야 하는 책 종수가 정해져 있고, 쫓기듯 책을 기획했다. 그래도 그때는 문제를 내는 상사가 있고, 함께 고민해 줄 동료가 있었다.
자영업자인 지금은 문제도 직접 내고 고민도 홀로 해야 한다. 피할 수 있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다. 사소하게는 어떤 책을 들일지부터 어떤 모임을 꾸릴지까지 기획은 빠지지 않는 단계다.
<기획자의 일>의 저자 양은우는 ‘기획은 회사뿐 아니라 삶에서도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예비 배우자에게 프러포즈하려 할 때도, 퇴직이나 퇴사 이후를 그릴 때도 기획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자신의 기획 노하우를 10개 장에 나눠 담았다. 가로·세로 법칙으로 피라미드 구조 만들기, 로직 트리 그리기, PACT 표를 작성해 콘셉트 도출하기 등 실제로 활용할 여러 기술도 소개했다. 그동안 작업한 기획 경험담이 생생한 예시로 등장했다.
하지만 정작 내 마음에 와닿은 부분은 따로 있었다. 저자가 기획이란 무엇이라 정의하는지 드러나는 부분에서였다. 특히 기획과 계획을 설명한 대목이 그랬다.
“기획과 계획은 그 의미가 다르다. 기획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명확화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Why’나 ‘What’이 중요하다.
반면에 계획은 기획을 통해 명확히 설정된 방향에 따라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정비하고 준비하는 일이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화해야 하므로 ‘How’가 더 중요하다.” (166쪽)
그동안 내가 해온 작업이 과연 기획이었을까? 계획은 아니었을까? 나를 되짚어 보았다.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나? 슬프게도 ‘아니오’다.
어떤 일은 엉뚱한 문제로 끙끙대고, 어떤 일은 고객보다 내 니즈에 충실했다. 새롭다 할 만한 일은 또 어떤가. 거의 없다. 어쩌면 내가 ‘기획’이라 이름 붙여온 많은 일이 그저 ‘계획’이었을지 모르겠다.
기획은 어렵다. 저자의 노하우를 엿보았지만 여전히 어렵다. 아직 머리로만 익혔기 때문일까. 이제 책을 덮고 책에서 배운 방법을 직접 활용해 보자. 계획자에 머물지 말고 기획자로 한발 나아가 보자.
|이미연. 출판업계를 뜰 거라고 해 놓고 책방까지 열었다. 수원에 있지만 홍대로 자주 소환된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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