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부분변경에 2700개 뜯어고친 S-클래스…벤츠가 '절반' 바꾼 이유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부분변경 모델에 '2700개'라는 숫자가 붙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서 새로 개발하거나 재설계한 요소의 수다. 차량 구성의 50% 이상을 손봤다. 현 세대 S-클래스 출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변화다.

통상 부분변경은 디자인을 다듬고 상품 구성을 보강하며 신차효과를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S-클래스는 손을 댄 범위가 훨씬 넓다. 외관부터 실내와 운영체제, 주행 보조 시스템, 섀시와 뒷좌석 구성까지 사실상 차량 전반을 다시 손질했다.

2700개라는 숫자를 시장 상황과 함께 놓으면 변화 폭은 더 선명해진다. 한국에서 S-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이라는 상징 이상의 판매 기반을 구축해왔다. 

2003년 4세대 모델 국내 출시 이후 2023년 11월까지 누적판매량은 10만911대에 달했다. 당시 한국은 세계 3위 S-클래스 시장이자 세계 2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시장이었다. 2022년에는 한 해에만 1만1645대가 팔리며 수입차 전체 베스트셀링 모델 3위까지 올랐다.


그만큼 한국에서 S-클래스가 갖는 위상은 뚜렷했지만 최근 플래그십 세단 판매 구도는 달라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BMW 7시리즈는 국내에서 3077대가 판매됐다. 같은 기간 S-클래스는 1839대로 집계됐다. 7시리즈는 2024년과 2025년에도 국내 수입 대형 세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한때 S-클래스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던 시장에서 경쟁 모델이 2년 연속 앞선 데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선두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이번 부분변경에서 선택한 해법은 S-클래스가 강점을 보였던 승차감과 쇼퍼드리븐 성격을 유지하면서 디지털과 개인화 영역을 크게 확장하는 방식이다.

변화는 차를 보는 순간부터 드러난다. S-클래스 역사상 처음으로 라디에이터 그릴에 조명을 넣었고, 헤드램프 내부에는 삼각별을 형상화한 트윈 스타 디자인을 적용했다. 후면 역시 스타 패턴을 활용한 새로운 테일램프로 바꿨다. 기존 S-클래스의 익숙한 차체 비율을 유지하면서 조명을 활용해 야간에도 브랜드와 차종을 바로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


외관 변화보다 범위가 큰 쪽은 차량 안이다. 전 라인업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운영체제(Mercedes-Benz Operating System, 이하 MB.OS)가 들어간다. 인포테인먼트와 주행 보조, 차체 및 편의 기능을 하나의 운영체제로 묶고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개선하는 구조다. 

자동차의 상품성을 출고 시점에 고정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관리하는 흐름을 플래그십 세단에도 본격적으로 적용했다.

MB.OS를 기반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사용자 경험(Mercedes-Benz User Experience, MBUX)도 새롭게 구성했다. 음성 비서는 챗GPT와 마이크로소프트 빙을 활용하며, 국내에서는 티맵 오토를 적용한다. LG유플러스 라이브TV+와 지니뮤직, 밀리의서재 오디오북을 비롯한 국내 콘텐츠 서비스도 차량 안으로 들어왔다.

S-클래스가 오랫동안 경쟁력을 인정받아 온 승차감과 뒷좌석 역시 손질 대상에 포함됐다. S 450 4MATIC Long 익스클루시브 이상 모델에는 메모리 기능을 포함한 뒷좌석 전동 시트와 열선·통풍 시트가 적용된다. S 450 4MATIC Long AMG 라인부터는 두 개의 뒷좌석 터치 디스플레이를 갖춘 MBUX 하이엔드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한다.


S 500 4MATIC Long 이상에서는 동승석 뒤쪽 좌석 등받이를 최대 43.5도까지 조절하는 이그제큐티브 시트와 동승석을 앞으로 이동시키는 쇼퍼 패키지가 기본 사양이다. 전 라인업에는 최대 44℃까지 온도를 높이는 앞좌석 열선 안전벨트도 적용했다.

기계적인 움직임도 함께 다듬었다. 모델에 따라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 또는 각 바퀴의 감쇠력과 차고를 개별 제어하는 E-액티브 바디 컨트롤을 적용하고, 전 라인업에 최대 4.5도 또는 10도까지 움직이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기본 제공한다. 직렬 6기통 디젤·가솔린과 V8 가솔린으로 구성된 S-클래스 전 라인업에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들어간다.

결국 2700개를 손댄 방향은 뚜렷하다. 큰 차체와 고급 소재,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대표되던 플래그십 세단의 경쟁 영역에 운영체제와 콘텐츠, 주행 보조 기능을 깊숙이 넣었다. 기존 고객이 S-클래스에 기대하는 안락함은 유지하면서 최신 차량에서 요구되는 디지털 경험을 한 차 안에 묶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로 올라가면 전략은 다시 달라진다. 기술보다 고객 한 사람의 취향을 얼마나 세밀하게 구현하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도입 예정인 '마누팍투어 메이드 투 메져(MANUFAKTUR Made to Measure)'를 이용하면 100가지 외장 컬러와 51가지 투톤 페인트 조합, 400가지 실내 컬러, 40가지 스티칭 컬러 가운데 원하는 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대시보드와 센터콘솔 등 가죽 적용 영역을 넓히거나 도어 실 패널과 플로어 매트 등에 원하는 레터링과 로고를 넣는 구성도 가능하다.

전문 컨설턴트는 국내 세 곳에 배치된다. 해당 프로그램 고객에게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이용 시 메르세데스-벤츠 에어포트 서비스를 횟수 제한 없이 제공한다. 3억원을 웃도는 최상위 차급에서는 차량 자체의 사양 경쟁과 함께 주문 과정과 소유 경험까지 상품의 일부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라인업도 폭넓게 가져간다. S-클래스는 S 350 d 4MATIC을 시작으로 S 580 4MATIC Long까지 총 6개 모델로 구성되며 가격은 1억5400만원에서 2억7000만원이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는 S 580과 S 580 마누팍투어, S 680 총 3개 모델로 운영한다. 가격은 3억1700만원부터 4억700만원까지다.

초기 반응은 빠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 5월18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이후 8월18일까지 3개월 동안 S-클래스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를 합쳐 2500대 이상의 계약을 확보했다.


상반기 기존 S-클래스 판매량 1839대와 신형 S-클래스·마이바흐 합산 사전계약 2500대는 집계 범위와 기준이 달라 직접적인 판매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신형을 기다린 수요가 상당 규모 형성됐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상반기 7시리즈와 벌어진 판매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출발점은 마련된 셈이다.

S-클래스의 이번 변화는 플래그십 세단 시장의 경쟁 방식도 보여준다. 브랜드 역사와 승차감만으로 우위를 유지하던 시기는 지나고 있다. 경쟁 모델이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넓히고 뒷좌석 디지털 경험을 강화하는 동안 S-클래스 역시 차량 운영체제와 현지 콘텐츠, 쇼퍼 기능, 개인화를 한꺼번에 끌어올렸다.

메르세데스-벤츠에게 S-클래스는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는 상징인 동시에 실제 판매량을 책임져야 하는 모델이다. 특히 한국은 이미 S-클래스 누적 판매 10만대를 만든 시장인 만큼 플래그십 세단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정에서도 중요도가 높다.

국내 고객 인도가 시작되면서 관심은 사전계약에서 실제 판매로 옮겨간다. 상반기 3077대와 1839대로 벌어진 7시리즈와 S-클래스의 격차를 얼마나 좁힐지도 관건이다. 2700개를 바꾼 대규모 부분변경이 7시리즈가 차지한 플래그십 세단 선두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가 신형 S-클래스의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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