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대한제당은 설탕 가격 담합으로 부과받은 1200억원대 과징금의 납부 유예를 받은 직후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 나서면서 껄끄러운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대표이사를 비롯한 본사·계열사 임원들이 회삿돈을 무담보 차입해 회사 주식을 매입한 사실은 일반 주주들과의 형평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과 달리 임원들의 주식 매입은 개인 명의로 이뤄지는 만큼, 회사 자금이 경영진의 개인 투자로 활용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징금 소송 중 배당·자사주…주주환원 이어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설탕 가격 담합 사건과 관련해 대한제당에 1273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한제당은 담합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하기보다 과징금 산정과 리니언시 적용 결과가 과도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과징금 납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대한제당의 과징금 납부는 현재 유예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과징금을 내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소송 결과 과징금 처분이 확정되면 납부하겠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한제당은 과징금 관련 충당부채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연결 기준 603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그럼에도 올해 2월 결산배당으로 111억5937만원을 결정했고, 5월에는 보유 자기주식 345만4665주를 전량 소각했다. 이어 7월에는 2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측은 자사주 취득에 대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우려에 대응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대표 포함 임원 17명, 회사서 무담보 차입해 주식 매수
논란의 중심에는 경영진의 개인적인 회사 주식 매입이 있다. 대한제당이 지난달 공시한 바에 따르면 강승우 대표를 비롯한 본사 등기임원과 계열사 임원 17명은 지난 3월 말과 6월 초 두 차례에 걸쳐 회사 또는 계열사에서 자금을 빌려 대한제당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개인별 차입 규모는 30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 수준이다.
회사 측은 해당 자금이 무담보로 차입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적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모든 절차를 거쳐 관련 문서를 갖추고 진행했으며, 임원들의 퇴직금 한도 내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임원들이 본인의 퇴직금 한도 내에서 자금을 차입해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며 “주식 투자인 만큼 반드시 이익을 얻는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영입된 임원의 경우에는 대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덧붙였다.
다만 일반 주주에게는 제공되지 않는 회사 자금 차입을 통해 임원이 개인 명의로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은 남는다. 특히 무담보 차입이라면 회사가 임원에게 자금을 제공하면서 별도의 담보를 요구하지 않은 이유와 차입 조건, 승인 절차가 무엇이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회사 측은 이를 주가 관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임원 개인의 주식 투자와 회사의 주가 관리 목적이 결합된 구조인 만큼 이해상충 여부를 둘러싼 시장의 시선도 피하기 어렵다.
오너 지분 50%대…자사주 매입의 경영권 효과는
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을 두고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연결하는 시각도 있다. 자사주를 취득하면 해당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돼 기존 주주의 상대적인 지분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사내이사로 회사를 총괄해온 설윤호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24.21%를 보유하고 있으며, 박선영 명예회장(14.72%), 설혜정 씨(9.90%) 등 특수관계인 20명의 지분율은 50.65%에 이른다.
다만 대한제당 측은 경영권 방어나 승계를 위한 매입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오너 지분을 더 살 필요도 없고 아직 승계 시기도 아니다”며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오너 지분 변동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회사가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에 나섰고, 동시에 오너 일가와 별개로 대표 및 임원들이 회사 자금을 차입해 개인 명의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두 거래의 목적과 성격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담합은 인정하지만 과징금 과도해”
대한제당은 과징금 처분의 근거가 된 담합 자체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제당업체 간 지속적인 소통이 있었고 담합을 관례적으로 해왔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담합을 사전에 중단하고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했는데도 리니언시 적용이나 과징금 수준이 예상과 차이가 커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서울·경기 지역 중식당 12곳과 지방 제과업체 등 피해 자영업자들이 제당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연이어 제기한 것과 관련해 "수요처에 따라 가격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왔다"며, 거래 규모에 따른 가격 차등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제당의 최종 과징금 부담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과징금 처분으로 적자 전환한 상황에서 회사가 주주환원을 이어가고, 동시에 경영진에게 무담보 차입을 통한 자사주 매입이 허용됐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회사 측이 적법한 절차와 퇴직금 한도를 근거로 정당성을 설명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시장의 관심은 차입 자체의 적법성뿐 아니라 대출 금리와 상환 조건, 승인 절차, 이사회 등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 일반 주주에게도 납득 가능한 수준이었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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