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폭염에 기후보험 수요가 커지고 있다. 자연재해에 따른 재산 피해 보장에 머물렀던 기후보험은 최근 온열질환 치료비와 폭염으로 인한 소득 손실까지 보장하며 사회안전망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수도권과 강원 내륙, 일부 전라권에는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 중이다.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는 35도 안팎까지 오르며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폭염이 일상적인 위험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기후 피해를 보장하는 보험 도입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도민이 별도로 가입하지 않아도 보장받을 수 있는 기후보험을 운영 중이다. 경기도민과 도내 등록 외국인, 외국국적동포 등 약 1440만명이 가입 대상이다.
온열질환과 한랭질환 진단 시 각각 15만원을 지급하고 취약계층에는 추가 보장을 제공한다. 기후재해 사고 시 3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며, 말라리아와 쯔쯔가무시 등 감염병 진단 시에는 20만원을 지원한다. 민간보험과 중복 보상도 가능하다.
제주도는 보장 범위를 소득 손실까지 넓혔다. 이달부터 폭염으로 작업이 중단된 건설 일용직 근로자의 소득 감소를 보전하는 지수형 기후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발주한 일정 규모 이상 건설현장에서 오후 1시 이전 폭염경보가 발령돼 작업이 전면 중단되면 쉬게 된 시간에 따라 하루 최대 4시간까지 소득 감소분을 보장한다. 시간당 지급액은 약 1만7000원이다.
지수형 보험의 특징은 실제 손해액을 일일이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손해보험은 사고 발생 이후 피해 규모를 조사해 보험금을 산정하지만, 지수형 보험은 기온이나 강수량, 풍속 등 미리 정한 지표가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보험금을 지급한다.
제주도의 경우 폭염경보 발령과 작업 중단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면 실제 손해액을 별도로 입증하지 않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피해 직후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일용직 근로자에게는 신속하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민간 보험사들도 기후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동양생명은 최근 온열·한랭질환을 보장하는 ‘우리WON하는 mini 기후질환보장보험’을 출시했다. 40세 기준 보험료는 남성 130원, 여성 150원으로 한 차례 보험료를 내면 1년 동안 온열질환이나 한랭질환 진단 시 10만원을 받을 수 있다.
KB손해보험은 해외여행보험 고급형에 온열·한랭질환 진단비를 추가했다.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는 기온과 강수량 등이 일정 기준을 벗어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날씨보험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화재 역시 계절별로 발생 빈도가 높은 질환을 보장하는 미니보험을 판매 중이다.
기후보험 시장 확대에 맞춰 관련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기상청과 손해보험협회는 올해 기상정보를 활용한 보험상품 개발 등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손해보험협회는 기상·기후 데이터와 보험 정보를 연계한 종합 포털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기후보험이 보험사의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문제가 데이터다. 같은 38도의 폭염이라도 지역과 업종, 근무 형태에 따라 실제 피해 정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해진 기상지표가 기준을 넘어 보험금이 지급됐지만 실제 손실은 크지 않거나, 반대로 상당한 피해를 입고도 기준에 미치지 못해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권순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우리나라는 재난적 기후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손해평가가 어렵고 신속한 보험금 지급이 필요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지수형 기후보험 도입 확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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