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인데 ‘적자’?…항공업계, 탑승률 90% 넘고도 씁쓸한 이유

마이데일리
휴가철인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역대급 만석’ 비행을 이어가며 화려한 상반기를 보낸 국내 항공업계가 속빈 강정 신세에 처했다. 고유가·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이 여객 수요 회복 효과를 모두 상쇄한 결과다.

9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항공사의 평균 탑승률은 89%로 집계됐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수요 폭발이 두드러졌다. 이스타항공은 상반기 370만석 중 343만명을 태워 평균 탑승률 93%로 업계 1위를 달성했고, 제주항공(91%), 티웨이항공(89%), 진에어(88%) 등 주요 LCC 대부분이 90% 안팎의 고탑승률을 기록했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역시 87%를 기록하며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여객 수요 회복세와 달리 항공사 실적 개선 효과는 제한적인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별도 기준 2분기 매출이 5조1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9% 증가하며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989억원에서 2618억원으로 34.4% 감소했다. 국제선 수요 회복으로 외형 성장은 이어졌지만, 연료비가 9478억원에서 1조9991억원으로 110.9% 급증하는 등 영업비용이 32.6%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 역시 2분기 별도 기준 매출 4417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2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영업손실 524억원을 기록하며 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전년 동기 영업손실(450억원) 대비 적자 폭도 확대됐다. 에어부산도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235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111억원에서 355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트리니티항공(옛 티웨이항공)과 진에어 등 주요 LCC 역시 영업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항공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12개 주요 항공사의 2분기 합산 영업손실 추정치는 7613억원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항공망이 사실상 마비됐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연간 적자 규모에 맞먹는 수치다.

이처럼 승객이 가득 찼음에도 수익성이 쪼그라든 배경에는 통제 불가능한 외생 변수와 고정비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큰 악재는 고환율과 고유가다. 항공기 리스료, 항공유, 해외 공항 이용료, 해외 정비비 등 항공사 핵심 비용의 대부분은 달러로 결제된다. 삼성증권은 올해 2분기 항공사들의 부진한 실적에 고유가와 고환율 영향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 여파로 2분기 평균 국제유가(WTI)는 배럴당 95.8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1% 상승했고,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66.1달러로 107% 급등했다. 유류비가 항공사 전체 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만큼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도 1450~1500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항공사 비용 구조에 부담을 더했다.

제주항공 B737-8. /제주항공

이 가운데 LCC 간 중단거리 노선 공급 경쟁이 치열해지며 승객당 평균 단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따라 유류할증료가 오르더라도 고객 유치와 탑승률 방어를 위해 운임을 할인하면 비용 상승분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떨어진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가 항공권 등 프로모션으로 좌석을 채워 높은 탑승률을 만들었지만, 원가 상승분을 차감하고 나면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박리다매’ 구조에 갇힌 셈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운임을 무작정 올리면 탑승률이 떨어져 손실이 더 커지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하면서, 저가 마케팅으로 좌석을 채우는 기존 방식 대신 손실이 나는 비수익 노선 운항을 축소하고 연비가 좋은 기재를 우량 노선에 집중 배치하는 쪽으로 전략을 전환하는 곳도 늘고 있다.

트리니티항공은 수요가 높은 중·단거리 노선에 대형 기재를 탄력적으로 재배치하며 운항 효율성 극대화에 나섰고, 이스타항공은 단순 공급 축소 대신 수요가 높은 중국·동남아 신규 노선을 발굴하는 동시에 연비가 좋은 B737-8 신형기를 순차 도입해 유류비 부담을 관리하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재무 완충을 위한 움직임도 병행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400억원 규모 단기차입 한도를 설정했고, 에어서울은 사모 회사채 발행으로 180억원을 조달했다.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11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반기 전망 역시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정세 격화로 국제유가가 다시 뛰면서 9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상승 전환했다. 대한항공 기준 9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편도 2만900원으로 전월 대비 26.7% 오른다. 4인 가족 왕복 기준 유류할증료 부담만 3만5000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오는 16일 발표되는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전달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류할증료 인상은 유가 상승분을 일부 보전해주지만, 한 달 시차가 있는 데다 소비자들의 체감 티켓 가격을 올려 중단거리 여객 수요를 위축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LCC로서는 유류할증료 상승에 따른 승객 이탈을 막기 위해 운임을 더 내릴 수도, 오른 원가를 그대로 끌어안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B737-8 등 연비가 좋은 차세대 기재로의 교체 속도와 함께 3분기 여름 휴가철 성수기 실적이 연간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견조한 탑승률로 확인된 여객 수요가 3분기 운임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2분기 적자 폭을 상쇄할 수 있을지가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의 최대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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