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자 보호는 조직 내부의 위법행위를 드러내기 위한 중요한 사회적 장치다. 그러나 공익신고 과정에서는 신고자의 사건 관여 정도와 책임, 보호 범위 등을 둘러싼 다양한 법적 쟁점도 함께 제기된다. 시사위크는 ‘공익신고, 두 얼굴’ 기획을 통해 공익신고자 보호의 필요성을 전제로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쟁점과 국내외 제도, 입법적 과제를 살펴봤다. 이번 기획은 공익신고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보호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제도 운영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기 위해 마련했다. [편집자주]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한 사람의 용기가 때론 사회를 바꾼다. 하지만 그 용기에는 대가가 따른다. 조직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린 내부 제보자는 해고와 징계, 형사고발, 손해배상 소송까지 감수해야 했고 침묵을 깨는 일은 곧 자신의 삶을 걸어야 하는 선택이 되기도 했다. 이런 희생을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공익신고자 보호법’이다. 시행 15년을 맞은 지금,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왜 만들어졌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차분히 돌아볼 시점이다.
◇ 제22대 국회 24건 발의… 보호 확대·실효성 강화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흔히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법이 보호하려는 대상은 신고자 개인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환경, 소비자 이익, 공정한 시장질서를 위협하는 공익침해행위를 드러내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다. 내부 구성원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위법행위를 사회에 알릴 수 있도록 국가가 신고자의 위험을 함께 부담하겠다는 것이 제도의 출발점이다.
내부 신고는 개인에게 상당한 위험을 안긴다. 신고를 이유로 해고를 당하거나 징계를 받기도 한다. 조직에서 배제되는 것은 물론 형사고발이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공익을 위해 침묵을 깬 사람이 모든 불이익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신고가 활성화되기 어렵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 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됐다.
이후 제도는 조금씩 빈틈을 메워왔다. 공익신고 대상은 점차 확대됐고, 비실명 대리신고와 변호사 조력제도가 도입됐다. 신고로 해고되거나 치료비·이사비 등 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을 지원하는 구조금 제도와, 신고로 공공의 이익을 회복한 경우 지급하는 보상금 제도도 정비됐다. 신고자의 신분과 신변을 보호하는 장치 역시 한층 촘촘해졌다. 제도는 신고한 뒤 피해를 회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신고자가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익제보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발전해 왔다.
다만 제도는 시행 과정에서 새로운 과제도 드러냈다.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신고가 있었고, 권익위의 보호 결정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신고 절차와 보호 범위를 둘러싼 미비점 역시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22대 국회는 공익신고자 보호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후속 입법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제22대 국회에서는 현재까지 공익신고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24건이 발의됐다. 법안마다 내용은 다르지만 크게 네 가지 흐름으로 정리된다. △공익신고 대상 확대 △신고자 보호 강화 △신고 절차 개선 △책임감면 제도 정비다.
가장 주목되는 보완은 공익신고로 인정받는 범위를 넓히는 움직임이다. 현행법은 별표에 열거된 법률 위반행위만 공익신고 대상으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 중대한 위법행위라도 대상 법률에 포함되지 않으면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22대 국회에서는 파견근로자보호법과 기간제·단시간근로자보호법, 국가정보원법을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에 추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는 형법과 계엄법 위반행위까지 보호 범위에 포함하자는 개정안도 제출됐다. 공익신고의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시도다.
두 번째 흐름은 신고자를 보호하는 방식 변화다. 기존 제도가 신고 이후 원상회복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 개정안은 피해 자체를 막는 데 무게를 둔다. 신변보호 요건을 완화해 위험이 현실화하기 전에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권익위 결정 전에 해고나 징계가 끝나지 않도록 불이익조치 절차를 잠정 중지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신고자의 신원을 공개하거나 보호조치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행위에 대한 제재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호의 무게중심이 ‘사후 회복’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 번째는 신고자가 제도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손질하는 입법이다. 국회의원을 공익신고 접수기관으로 법률에 명시하고 보상금과 포상금 지급 여부를 원칙적으로 90일 이내 결정하도록 하는 법안이 대표적이다. 신고부터 보호, 보상까지 이어지는 절차를 보다 명확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려는 취지다.
네 번째는 신고자의 형사책임 감면을 확대하는 개정안이다. 현행법은 신고 과정에서 자신의 범죄가 드러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자발적 신고자에 대해서는 형 감면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범죄를 주도했거나 감면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는 제외하도록 해 무분별한 면책은 제한했다. 내부자가 아니면 드러나기 어려운 범죄를 밝히기 위한 유인이 필요하다는 취지지만 동시에 보호와 책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는 앞으로도 중요한 논쟁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22대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은 공익신고자 보호제도가 아직 보완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법 시행 이후 보호 장치는 꾸준히 확대됐지만 새로운 공익침해 유형이 등장했고 제도 운영 과정에서는 보호 결정의 이행과 신고 절차 등을 둘러싼 빈틈도 드러났다. 이번 개정안들은 신고자가 법에 규정된 보호를 실제 현장에서 받을 수 있도록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호 강화는 공익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제다. 그러나 형사책임 감면 문제는 보호의 확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공익신고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것과 신고자가 사건에 가담한 책임까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도가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호의 필요성과 책임의 기준을 함께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범죄에 가담한 사람이 공익신고를 통해 스스로를 신고자로 내세우고 공동정범에게 책임을 집중시키거나 자신의 형사책임을 줄이는 수단으로 제도가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음 편에서는 공익신고자보호제도가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살펴본다. 공익신고를 통해 위법행위를 드러낸 사례뿐 아니라, 제도를 이용해 자신의 책임을 줄이려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사례도 함께 짚어본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