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 기자 해마다 여름이 찾아오면 쪽방촌의 열악한 주거 현실은 어김없이 뉴스에 등장한다. 언론에 비친 쪽방촌의 여름은 늘 비슷하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몸을 누일 수 있는 1평 남짓한 방, 바깥보다 더 덥고 어두운 공간에서 더위와 싸우는 주민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면 이들을 향한 관심은 사라지고, 쪽방촌 주민들은 또다시 같은 여름을 맞는다.
매년 달라지는 것은 이들이 견뎌야 할 여름의 온도다. 지구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한국의 폭염은 해마다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최근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은 42도를 넘어서며 1904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40도를 웃도는 극단적인 폭염이 앞으로는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상적인 여름 풍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이러한 기후변화가 쪽방촌 주민들에게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해마다 반복되는 쪽방촌의 여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6일 시사위크와 만난 송아영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인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게 하는 공용 에어컨 등의 폭염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결국 문제는 최저주거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비적정주거를 개선하려는 국가의 의지가 부족한 데 있다”고 꼬집었다.
◇ 최저주거기준 못 미쳐도 ‘임대’… “국가 개입 의지 어디로”
국가는 국민이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주거기본법’에 최저주거기준의 근거를 두고 있다. 최저주거기준에는 가구원 수에 따른 최소 주거면적을 비롯해 △하수도 시설이 완비된 전용 입식 부엌과 전용 수세식 화장실, 목욕시설 △적절한 방음‧환기‧채광 및 난방시설 △안전한 전기 시설과 화재 발생 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구조와 설비 등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쪽방은 이러한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비적정주거 중 하나다.
그럼에도 쪽방은 여전히 빈곤층에게 임대되고 있다.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공간이 주거로 유통되고, 임대인은 그 대가로 임대료를 받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송아영 교수는 “어떻게 보면 불법적인 집을 통해 쪽방촌 임대인들은 임대료 수익을 얻고 있는 셈”이라면서 “임대료를 받으면 적절한 주거를 제공해야 하는 ‘임대인의 의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국가가 강제적인 개입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집들이 계속 양산되고 임대인들이 계속 수익을 올리고 있는 현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개입할) 의지가 있다면 임대인들이 기준 미달 주택을 임대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고 그곳에 거주하는 분들을 적절한 주거로 이동시키거나, 임대인들이 최소주거기준을 충족한 뒤 임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노력할 것인지, 임대인의 의무를 어떻게 지키도록 할 것인지, 적절한 주거환경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가 모두 맞물려 있다”고 덧붙였다.
◇ 쪽방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 “욕구 고려한 주거정책 필요”
열악한 주거환경과 달리 쪽방의 임대료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현재 대다수 쪽방촌 주민들은 한 달에 30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4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 등 공공부조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는 쪽방 주민은 60.8%에 달한다. 상당수 주민이 주거급여 등 공적 지원에 의존해 주거비를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주거급여가 인상되면 쪽방의 월세도 덩달아 오른다. 쪽방촌 주민들은 ‘지난 3개월 중 가장 큰 비중의 지출’을 묻는 질문에 62.5%가 주거비를 꼽았다. 특히 서울 쪽방 주민의 경우 이 비율이 70.8%에 달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슷한 비용이라면 쪽방보다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나은 고시원 등으로 옮길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하지만 쪽방촌 주민들에게 거처를 옮기는 일은 단순히 월세만 비교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쪽방촌을 벗어나 삶을 유지할 경제적 기반이 부족한 데다, 무료급식소와 쪽방상담소 등 각종 지원체계가 쪽방촌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한 지역에서 생활하며 형성된 이웃 관계 등 사회적 관계 역시 쉽게 쪽방촌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송아영 교수는 “누군들 쪽방에서 내가 평생을 살 것이라 생각하겠나. ‘돈 모아서 나가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미 굉장히 취약한 상태에서 오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자력으로 그곳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사업 등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해 쪽방 공실이 생기면, 다시 공실이 채워진다. 즉 쪽방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이 계속 생겨난다는 것이고, 이는 우리 사회가 이 단계에서 뭔가를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쪽방촌에서 20~30년 사신 분들은 새로운 환경으로 가는 것에 대해 환영하지는 않는다”며 “이미 그곳에 너무 익숙해졌고 이웃들도 생겼기 때문이다. 또 무료 급식소, 쪽방상담소, 복지관, 노숙인 상담센터 등이 다 모여 있어 떠나기가 되게 어렵다. 이들의 욕구를 고려하면서 주거권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지난해 9월 입주를 시작한 공공임대주택 ‘해든집’을 눈여겨 볼 대안의 하나로 꼽았다. ‘해든집’은 쪽방촌 주민들이 거주할 임대주택을 먼저 마련해 이주한 뒤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방식으로 추진된 ‘민간 주도 순환정비’의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전체 18층 가운데 6~18층은 공공임대주택인 해든집으로 조성됐으며, 지하 3층~5층에는 사회복지시설과 편의시설 등이 마련됐다.
송 교수는 “쪽방에 정주성이 강해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동네를 떠나지 않고도 주거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해든집’과 같은 새로운 시도가 하나의 전환점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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