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내시장 장기 투자에 혜택을 집중하는 '생산적금융 ISA'를 신설해 시중 자금이 우리 경제의 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2026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 잡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생산적금융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함을 넘어 분노에 가깝다. 국민의 자산 형성이라는 ISA의 본래 취지는 희미해지고, 오로지 국내 증시를 살리겠다는 정책 의지만 드러나서다.
신설된 '생산적금융 ISA'의 한계는 분명하다. 투자자들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글로벌 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더 나은 수익을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시장의 논리다. 그런데 세제 혜택 대상을 국내 주식과 국내 펀드 등 국내 자산으로만 철저히 한정했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시장 자체의 매력도를 높이겠다던 금융당국이 이제는 세제 혜택을 무기로 투자자의 선택지를 국내 증시로 좁힌 셈이다. 이는 전형적인 관치금융적 발상이다. 국민의 자산 증식보다 증시 부양을 우선시한 주객전도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백번 양보해 '생산적금융 ISA' 신설의 정책적 당위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번 개편안은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 신설 상품에 혜택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들이 애용하던 '일반 ISA'의 혜택마저 대폭 축소해 버렸기 때문이다.
당국은 일반 ISA의 납입금 이월 한도를 폐지하고, 계좌 만기를 최장 5년으로 제한했다. 당장 기존 계약이 일괄 강제 해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가입자들도 2027년 이후 새롭게 납입을 하거나 만기를 연장할 시점부터는 이 조항을 강제받게 된다. 장기간 계좌를 유지해 복리 효과와 절세 효과를 기대하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연금이나 ISA 같은 장기 금융상품이 유지되는 가장 큰 동력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다. 경기 도중 심판이 일방적으로 룰을 바꾸는 상황에서 앞으로 정부가 내놓을 어떤 장기 투자 상품을 국민이 믿고 가입할 수 있겠는가.
단기적인 자금 유입을 위해 정책의 신뢰를 담보로 삼는 것은 결국 소탐대실이다.
돈은 억지로 가둔다고 고이지 않는다. 유리하고 안전한 곳을 향해 흐르는 것이 자금의 본성이다. 투자자의 팔을 비틀어 억지로 국내 증시에 앉히려는 땜질식 처방은 오히려 시중 자금의 이탈만 부추길 수 있다.
진정한 밸류업은 정부가 스스로 정한 룰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쌓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부가 정말 국내 증시를 살리고 싶다면 세제 혜택으로 투자자를 묶어두려 하기보다,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머물고 싶은 시장을 만드는 데 먼저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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