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할 때 강해져”… ‘비광’에 담은 가족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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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광’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플레이그램, 콘텐츠지오
영화 ‘비광’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플레이그램, 콘텐츠지오

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제값을 인정받지 못하는 화투패 ‘비광’은 다른 광패들과 모였을 때 비로소 그 힘을 발휘한다. 이지원 감독은 그 상징을 빌려 서로 기대고 버티며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류승룡·하지원·김시아 등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도 기대를 더하는 이유다.

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비광’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이지원 감독과 배우 류승룡·하지원·김시아·김선영·김영민 등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비광’은 톱스타 부부였던 중구(류승룡 분)와 남미(하지원 분)가 갑자기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 분)로 인해 파경을 맞은 뒤, 8년 후 사건에 휘말린 동주를 구하기 위해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미쓰백’으로 주목받은 이지원 감독의 신작으로, 2021년 촬영을 마친 뒤 약 5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미쓰백’을 통해 상처 입은 인물들이 서로를 구원하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냈던 이지원 감독은 이번에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연대와 생존을 그려낸다. 여기에 류승룡부터 하지원·김시아·김해숙·김선영·김영민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함께해 강렬한 시너지를 완성한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이지원 감독은 “‘미쓰백’이라는 작품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 줘서 영화 차기작으로 어떤 걸 할까 고민이 많았다”며 “이번에는 더 확장시켜서 가족들이 서로 고군분투하며 연대하고 어려움도 뚫고 나가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비광’이라는 제목에도 이러한 주제의식이 담겨 있다. 이지원 감독은 “화투패 중 유일하게 사람이 들어있는 패가 ‘비광’”이라고 운을 뗀 뒤 “유래가 궁금해 찾아보니 서예가가 비가 많이 오는 어느 날 개구리가 살아남기 위해 나뭇가지를 잡으려고 뛰어오르는 걸 보며 개구리도 저렇게 살아남고자 발버둥 치는데 나도 열심히 살아남아야겠다는 큰 뜻을 얻어 그린 그림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의미에 더해 비광패는 다른 광패와 달리 제값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다섯 장이 모이면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패”라며 “그 지점이 서로 연대하며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비광’이라는 제목도 그런 의미를 담아 붙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비광’으로 뭉친 (왼쪽부터) 김영민·하지원·이지원 감독·김시아·류승룡·김선영. / 시사위크 DB
‘비광’으로 뭉친 (왼쪽부터) 김영민·하지원·이지원 감독·김시아·류승룡·김선영. / 시사위크 DB

배우들은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이지원 감독에 대한 믿음이 출연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입을 모았다. 류승룡은 “제목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궁금증으로 시나리오를 보게 됐는데 감독님이 말한 것처럼 평범하지 않은, 성공을 맛본 사람들의 추락을 그리면서도 함께했을 때 힘을 발현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감독님의 전작을 너무 잘 봤다.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이지원 감독이라는 이름의 지분이 굉장히 컸다”고 말했다.

하지원은 “‘비광’ 안의 모든 인물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남미가 가족과 함께 추락과 구원을 맞이하는 삶을 꼭 표현해 보고 싶었고, 이지원 감독님, 류승룡 선배와도 좋은 작업을 함께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미쓰백’에 이어 이지원 감독과 재회한 김시아도 “‘미쓰백’보다 더 성장한 모습으로 감독님과 다시 한번 합을 맞춰보고 싶었다”며 “대본도 좋았지만 그 마음이 가장 컸다”고 미소 지었다.

김선영도 ‘미쓰백’에 이어 다시 이지원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그는 “‘미쓰백’ 때 작업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며 “감독님이 저를 버리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생각이다. 제가 출연하지 않으면 버렸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김영민은 “‘미쓰백’을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이지원 감독이 연출한다고 해서 무조건 선택했다”며 “내로라하는 류승룡, 하지원과 함께한다는 것도 큰 이유였다”고 거들었다.

류승룡은 최고의 야구선수였지만 동주의 등장으로 모든 것을 잃고, 딸을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아빠 중구를 연기한다. 그는 “잘나가는 야구선수였기 때문에 야구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폼 좋지 않나”라며 웃었다. 

이어 “중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좌충우돌하는 인물이지만, 딸 동주를 위해서는 거칠고 투박하게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 그게 옳든 그르든 오로지 딸만 생각하는 아빠”라고 소개했다. 또 “지금까지 표현했던 부성애와는 조금 다른 캐릭터인 것 같다”며 “그런 진한 마음은 모든 아빠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원은 톱스타였지만 갑자기 나타난 동주로 인해 한순간 추락한 뒤 생계형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남미로 분한다. 그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신 바이 신, 남미의 대사 하나하나까지 감독님과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며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강한 이미지를 다 빼고, 무언가를 더 채우기보다는 남미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남미 역시 배우인 인물이다 보니 그 삶에 놓여 연기할 때 정말 많이 가슴이 아팠다”며 “삶을 이겨내려 애쓰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놓인 삶을 처절하게 견뎌내는 과정이 너무 눈물 났고, 같은 배우로서 직접 연기하면서도 그 감정을 생생하게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지원 감독은 두 배우의 캐스팅 비화를 공개했다. 먼저 류승룡에 대해 이지원 감독은 “평소 작품을 좋아했고 다른 감독들이 어떻게 류승룡을 만드는지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라면 배우 류승룡의 어떤 면을 끄집어낼 수 있고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됐다. 눈물의 편지를 써서 결국 함께했고 그 시간이 즐거웠다”고 전했다. 

하지원에 대해서는 “‘비광’을 제안했을 당시 예전에 보여줬던 날이 선 모습이나 척박하거나 뭔가를 갈망하는 역할을 맡은 지 오래된 상태였다”며 “그런 처연한 하지원은 필승이라는 공식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 공식을 가져와야겠다고 해서 제안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김시아는 친구의 죽음 이후 용의자로 지목되며 벼랑 끝에 내몰린 소녀 동주 역을 맡았다. 김시아는 “동주가 처한 상황 자체가 워낙 비극적이라 촬영하는 동안 쉽지 않은 신들의 연속이었다”면서도 “‘미쓰백’ 때부터 감독님이 항상 심리적인 안정을 잘 잡아주셨다. 덕분에 아무렇지 않게,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스태프들도 제가 연기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현장을 만들어줬다”며 “크게 힘든 점 없이 촬영했고, 감독님은 정말 안정감을 주는 분이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지원 감독 역시 김시아의 성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김시아도 그사이 성장했다”며 “굉장히 영민하고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배우라 현장에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아서 연기한 부분이 많았다. 믿음직스러웠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지원 감독(왼쪽)이 캐스팅 기준을 밝혔다. / 시사위크 DB
이지원 감독(왼쪽)이 캐스팅 기준을 밝혔다. / 시사위크 DB

또 이지원 감독은 “한 번 같이 작업했던 배우들과 다시 작업하는 게 서로에게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한다”며 “첫 작품에서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두 번째는 이미 서로를 많이 알고 시작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시간이 생긴다. 한 번 작업했을 때 좋았던 배우들에게는 다시 연락을 드리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선영과 김영민 역시 각각 ‘미쓰백’과 ‘클라이맥스’를 통해 이지원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 김선영은 중구의 누나 지숙으로, 김영민은 지숙의 남편 성명으로 합류해 활력을 더한다. 

김선영은 “지숙은 지금까지 연기했던 인물들 가운데 가장 저와 닮은 캐릭터”라며 “겉은 까칠하지만 정이 깊고 자신의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남동생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 전형적인 ‘K-장녀’다. 그래서 연기하는 내내 어렵지 않았고 재미있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김영민은 “성명은 가족들 사이에 끼어 있는 사람, 그 자체”라고 표현하며 “나름 중재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화투패로 치면 가장 보잘것없는 패 같지만, 가족들이 광으로 빛날 수 있도록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짚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영화를 공개하게 된 소감도 전했다. 이지원 감독은 그 시간이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그는 “영화를 세상에 내보내기 전까지는 최대한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를 놓지 않는 편”이라며 “편집과 색 보정, 음악까지 계속 손보는 스타일인데 개봉이 예상보다 늦어진 만큼 후반작업 과정에서 스태프들을 많이 괴롭혔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 당시에는 보지 못했던 것이 내일의 나에게는 보이고, 모레의 나에게는 또 다른 것이 보인다. 그만큼 작업에 공을 많이 들였다”며 “오래된 영화라는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영화가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문제였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또 “간, 쓸개, 온갖 내장을 영화에 다 빼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견 없이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류승룡 역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가족이라는 건 시공간을 떠나 언제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라며 “정말 치열하게, 다시 하라고 하면 하지 못할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연기와 미술, 감독님의 이야기까지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영화라고 자부한다”고 보탰다.

끝으로 이지원 감독은 “‘비광’이 최근 개봉한 블록버스터처럼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니지만, 명품 배우들이 펼치는 감정의 블록버스터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오랜만에 뜨겁고 가슴 따뜻한 영화를 봤다고 느낄 수 있을 거라 자부한다. 극장에 걸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후회 없는 결과물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비광’은 오는 9월 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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