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회사에 쏠린 거래… 북경한미 1,000억 채권이 던진 경고

시사위크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한미약품 중국법인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이하 북경한미)의 1,000억원대 매출채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계절적 비수기와 중국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채권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본질은 채권 회수 여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문제가 된 채권 대부분이 오너일가 지배법인인 룬메이캉(RMK)과의 거래에서 발생했고, 장기간 대규모 외상거래가 이어졌다는 점에서다.

결국 시장이 던지는 질문은 ‘돈을 받을 수 있느냐’가 아니다. 오너일가 지배법인과의 거래에서도 독립적인 거버넌스와 내부통제가 실제로 작동했는지 여부다.

◇ 채권 대부분, 오너일가 회사 거래서 발생

한미약품에 따르면 북경한미 전체 매출채권은 2025년 말 약 9억 위안에서 올해 6월말 6.7억 위안으로 감소했다. 반면 3개월 초과 연체 채권은 같은 기간 3.2억 위안에서 4.3억 위안으로 증가했다.

‘매출채권’은 제품을 판매하고도 아직 받지 못한 외상대금을 의미한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 상황에서 매출채권이 계속 늘었다는 것은 판매대금의 현금 전환 속도가 늦어졌다는 의미다.

북경한미 매출채권의 대부분은 RMK에서 발생하고 있다. RMK는 북경한미가 생산한 의약품의 중국 유통을 맡아 온 핵심 회사로, 3개월 이상 미회수 채권 95% 이상이 RMK에 집중돼 있다.

시사위크가 입수한 한미약품 내부문건에 따르면, 북경한미의 ‘채권 회전일(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2024년 말 약 80일에서 올해 6월 말 약 150일로 증가했다. RMK는 360일을 넘어섰다. 매출채권 증가와 함께 회수기간도 급격히 길어진 것이다. RMK의 매출채권 규모를 비롯해 채권 회전일은 이미 2024년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미약품은 “3개월 이상 미회수 채권을 전액 회수 불능 또는 전액 손실로 단정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회수 가능성과 회수 지연은 별개의 문제다. 대금 회수가 늦어질수록 현금은 묶이고 운전자본 부담은 커진다. 최종적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은 북경한미를 거쳐 한미약품 연결실적에도 반영된다. 시장과 주주들이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 이익은 오너회사로, 위험은 상장회사로?

RMK는 일반 유통업체가 아니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2세인 임종윤 사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회사다. 임종윤 사장은 RMK의 핵심 거래처인 북경한미 동사장도 맡고 있다.

2007년 설립된 RMK는 2009년부터 북경한미 제품을 유통해왔다. 북경한미가 개발·생산한 제품의 유통기회와 이익은 RMK에 집중되는 구조다. 임 사장은 이를 기반으로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코리그룹의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거래 집중 자체만으로 위법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거래가 장기간 독점적으로 유지됐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RMK가 유통사로 선정된 과정은 적정했는지, 거래가격과 결제조건은 일반 거래처와 동일했는지, 신용한도와 출하 승인 절차는 어떤 기준으로 운영됐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담보나 지급보증 등 채권보전 장치가 있었는지도 중요한 검증 대상이다. 오너일가 지배법인과의 거래일수록 일반 거래보다 더 엄격한 내부통제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이익은 RMK와 이를 지배하는 오너일가에 귀속되는 반면, 결제 지연에 따른 매출채권과 현금흐름 부담은 북경한미가 떠안는 구조라면 회사와 일반주주의 이익이 침해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논란의 본질은 채권 회수 가능성에서 나아가, 특수관계자 거래에서 이익과 위험이 공정하게 배분됐는지를 검증해야 한다는 데 있다.

한미약품 한 주주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 사안의 핵심은 RMK가 돈을 갚을 수 있느냐만이 아니다”라면서 “오너일가 법인에 사업기회와 장기 신용이 함께 제공되는 동안, 그에 상응하는 위험과 책임도 공정하게 부담했느냐가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 “오너일가 중심 경영이 만든 1천억 매출채권”

북경한미와 RMK의 거래구조를 둘러싼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미약품은 2024년 그룹 차원에서 RMK에 대한 내부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감사결과는 현재까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채권은 1,000억원 규모까지 늘어났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채권관리 문제가 아니라 거버넌스와 내부통제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미약품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1,000억원대 매출채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문제가 아니라 수년간 누적된 결과”라며 “거래가 장기간 지속되는 동안 채권은 꾸준히 불어났지만, 이를 견제하거나 관리하는 장치가 충분히 작동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오너 일가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너일가와 이해관계가 얽힌 거래에서는 내부 견제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결국 채권관리에도 허점이 생긴 것”이라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고 하지만,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제 의사결정 구조와 내부통제 시스템의 변화”라고 덧붙였다.

실제 일부 주주들도 종목토론 게시판 등을 통해 “시장은 신약 기대보다 중국 자회사 신뢰문제를 더 크게 보고 있다”면서 “임종윤 사장과 북경한미 거버넌스가 신뢰회복의 핵심”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미약품은 북경한미 매출채권과 관련해 “그룹 차원에서 보다 강도 높은 채권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특정 채권의 회수 여부를 넘어, 상장회사가 오너일가와의 특수관계자 거래를 어떤 원칙과 통제로 관리했는지에 대한 시장의 검증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언한 한미약품이 오너일가와 관련된 거래에서도 독립적인 거버넌스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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