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정부가 부동산 세 부담을 실제 거주 여부와 주택가액에 따라 차등화하고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하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내놓자 국민의힘이 사실상의 증세안으로 규정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의 과세 기준을 거주 중심으로 바꾸고 출산·혼인 세액공제와 친환경차 세제지원을 재정지원으로 전환한 것이 국민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일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한도 이월과 계약 연장을 제한한 데 대해서도 장기 자산형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했다.
◇ 거주 중심 부동산세제 전환… 생산적금융 ISA 신설
정부가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시행되면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세수가 총 3조4,43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11개 세법을 개정하고 전체 조세지출 241건 가운데 115건을 종료하거나 재설계·재정지원 전환하기로 했다.
부동산 세제는 장기 보유보다 실제 거주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실거주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아진다. 반면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아진다. 종부세 세율도 보유 주택 수가 아닌 주택가액을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일원화하고, 과세표준 산정에 사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상한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주택과 주택 외 자산으로 나뉜다. 주택에 대해서는 보유기간 공제를 거주기간 공제로 전환하고 공제액 한도도 신설한다. 다만 정부는 종부세 개편에 따른 매도 기회를 주기 위해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일정 기간 완화한다. 수도권 주택을 처분한 뒤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고령 1주택자에게는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비과세·감면 제도도 대거 정비한다. 출산·입양·혼인 세액공제는 폐지하고 예산을 통한 직접 지원으로 전환한다. 하이브리드차 개별소비세 감면은 종료하고 전기·수소차 개소세 감면도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구매보조금 체계로 통합한다. 신용카드 사용액 가운데 대중교통 추가공제 역시 재정지원으로 돌린다.
가업상속공제는 적용 요건을 강화한다. 피상속인의 계속 경영기간 요건을 현행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고 공제 대상 업종과 사업용 토지 범위, 사후관리 요건을 재설계한다. 대신 친족이 아닌 제3자가 기업을 인수해 사업을 승계할 경우 매도자와 매수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신설한다.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생산적금융 ISA도 새로 도입한다. 국내주식과 국내주식형 펀드, 국민성장펀드 등에 투자하면 이자·배당소득을 전액 비과세한다. 청년형 가입자에게는 납입액의 10%를 소득공제한다. 반면 일반 ISA는 연간 2,000만원의 미사용 납입한도를 다음 연도로 넘길 수 없게 하고 계약기간도 최대 5년으로 제한한다.
◇ 국민의힘 “조세강탈”… 부동산·민생·ISA 전방위 비판
국민의힘은 이번 개편안을 사실상의 증세안으로 규정했다. 장동혁 대표는 정부가 공정과세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뿌린 돈을 걷어가는 조세강탈”이라고 주장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증세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들은 향후 5년간 세수가 3조4,430억원 늘어나는 점을 들어 “더 걷고, 덜 주며, 생색만 내는 개편”이라고 가세했다.
국민의힘이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대목은 부동산 과세 기준을 장기 보유에서 실제 거주 중심으로 바꾼 부분이다. 정부는 거주 목적의 주택과 투자·보유 목적의 주택을 구분해 과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나경원 의원은 장기간 현행 세제를 믿고 주택을 보유해 온 1주택자에게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조세의 예측 가능성과 재산권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근무·취학·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거주하지 못한 기간을 일정 요건 아래 거주기간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사유와 기간을 납세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늘어난 보유세가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양도세 부담이 매물 잠김을 부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재경위원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 보유세와 전월세 가격이 함께 상승했다며 이번 개편이 임대차 공급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전월세 가격은 금리와 주택 수급, 임대차제도 등의 영향을 함께 받는 만큼 보유세 인상과 임대료 상승의 인과관계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세액공제를 직접 재정지원으로 바꾸는 방식도 문제 삼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재경위원들은 출산·입양·혼인과 친환경차, 대중교통 등에 대한 지원을 법률에 따른 세금 공제에서 예산사업으로 전환하면 지원 대상과 금액이 매년 예산 편성에 좌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세금을 내지 않아 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던 저소득층까지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액공제를 대체할 재정사업의 구체적인 대상과 지급액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지원 방식의 전환이 수혜 범위를 넓힐지, 기존 혜택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후속 예산안에서 확인해야 한다.
가업상속공제 요건 강화도 도마에 올랐다. 박 수석대변인과 국민의힘 재경위원들은 피상속인의 계속 경영기간 요건을 10년에서 30년으로 높이면 정상적인 기업 승계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명목상 가업을 이용한 상속세 회피를 막는 대신 제3자 사업승계에는 새로운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의원은 일반 ISA의 납입한도 이월을 없애고 계약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한 것이 기존 가입자의 혜택을 줄이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생산적금융 ISA에서 국내 상장 해외지수 ETF를 제외한 데 대해서도 국내 자본시장 육성을 앞세워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약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실거주자를 보호하고 조세지원의 재분배 효과를 높이는 한편 국내 생산과 투자로 자금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거주 여부에 따른 부동산 과세와 세액공제의 재정지원 전환, 일반 ISA의 이용 조건 축소가 국민의 예측 가능성과 선택권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세법 개정에 국회 동의가 필요한 만큼 이들 쟁점은 향후 입법 과정에서 다시 충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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