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국내 생산 금 매입 추진…13년 만에 보유량 늘린다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한국은행이 국내에서 생산된 금을 직접 매입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해외 수출 예정 물량을 국제 시세로 사들여 외환보유액을 확충, 중장기적으로 금 보유 비중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3일 한은에 따르면 국내 금 생산업체, 한국거래소(KRX), 한국예탁결제원(KSD) 등 유관기관과 '국내 생산 금 거래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번 방안은 KRX 금시장의 거래·결제·보관 인프라를 활용해 국내 생산업체의 해외 수출 예정 물량을 한은이 국제 금 시세 기준으로 매입하는 방식이다. 해외 수출 예정 물량을 거래 대상으로 삼아 국내 금시장에 추가 수요를 일으키지 않으며 일반 장내 매매가 아닌 '협의대량매매'를 적용해 장중 호가와 수급 영향을 최소화한다.

한은이 금 매입 채널 다변화에 나선 것은 주요국 대비 현저히 낮은 금 보유 비중과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에 따른 대책으로 풀이된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 기준 104.4t의 금을 보유해 세계 중앙은행 중 39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은은 지난 2011~2013년 순차적으로 금을 사들인 이후 104.4t을 그대로 유지해 왔다. 이로 인해 한은의 금 보유량 순위는 2013년 말 32위에서 지속해서 하락했다.

전체 외환보유액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3.5%에 불과해 미국(83.1%), 독일(82.8%), 일본(9.5%) 등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정희섭 한은 외자운용원장은 "금은 이자나 배당 수익이 없을 뿐 아니라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기에 불리하고 과거 주식에 비해서도 수익률이 떨어지는 자산인 것도 맞다"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된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한은 내에서도 높아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결정을 하는 데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한은의 금 보유량이 타국 대비 낮은 상황이라는 점, 최근 금 가격이 하락해 매입 부담이 줄어든 점, 국내 생산금 매입을 통해 매입 경로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금 보관장소 분산에 따른 이점도 언급됐다. 한은은 현재 보유 금 전부를 영국 영란은행에 예치 중이다. 정 원장은 "금은 자산 매각에 용이한 데다 국내에 보관 시 비용이 들지 않는다"며 "국내 보관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이점도 있어 타국에서도 금 보유분을 분산 보관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창헌 외자운용원 운용기획팀장 역시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안전자산 관심이 크게 증대됐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최근 들어 금값이 하락하면서 매입 부담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생산 금 이외 다른 금 매입 채널을 닫는 것은 아니며 가장 유리한 채널을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정황과 준비 상태에 맞춰 향후 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 원장은 "향후 한은의 금 매입 방향은 가격적인 면보다 중장기적인 필요에 의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국내 생산 금 매입 기반의 안정적 정착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은 관계자는 "실제 매입 시기는 금 거래 관련 제반 준비 사항, 금 생산업체의 수출 계획, 한은의 금 운용 계획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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