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 모빌리티-체리자동차 '자본 동맹'…속도와 의존 사이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KG 모빌리티(003620, 이하 KGM)와 중국 체리자동차의 협력이 플랫폼 공유에서 공동개발을 거쳐 자본까지 묶는 단계로 깊어졌다. 체리자동차가 KGM에 75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양사는 신차 개발과 미래 기술, 해외 생산·판매를 아우르는 장기 협력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지난 2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동반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 계약 체결식'에는 곽재선 KGM 회장과 황기영 대표이사를 비롯해 다이빙(Dai Bing) 주한중국대사, 인퉁웨(Yin Tongyue) 체리자동차 회장, 장귀빙(Zhang Guibing) 사장 등이 참석했다.

양사의 관계는 2024년 10월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4월에는 중·대형 SUV 공동개발에 합의했고, 올해 전략적 투자 계약까지 체결했다. 기술을 제공하고 도입하는 관계에서 신차 개발의 비용과 성과를 함께 나누는 파트너로 협력 수준이 높아졌다.

이번 투자가 KGM에 안겨주는 가장 큰 효과는 신차 개발 속도다. 전동화 전환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이하 SDV) 경쟁이 빨라지면서 완성차 업체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전자·전기 구조를 모두 독자 개발하기에는 부담이 커졌다.

KGM은 체리의 글로벌 플랫폼과 친환경 파워트레인 기술을 활용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상품기획과 디자인, 차량 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필요한 기술을 처음부터 구축하기보다 외부 역량을 활용해 시장 대응 시기를 앞당기는 선택이다.


체리자동차도 KGM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 시장과 글로벌 SUV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개발 경험을 확보할 수 있다. 체리자동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280만여대를 판매했고, 이 가운데 134만여대를 해외에 수출했다. 대규모 생산과 수출 경험에 KGM의 SUV 상품기획 능력이 더해지면 시장별 요구에 맞춘 차종을 개발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다.

양사 협력의 첫 결과물은 프로젝트명 'SE-10'이다. 렉스턴의 정체성을 잇는 중형급 SUV로 개발되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2.0ℓ 가솔린 모델을 갖춰 2027년 초 출시될 예정이다.

SE-10은 체리자동차의 플랫폼과 친환경 파워트레인 기술에 KGM의 디자인과 SUV 개발 경험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양사가 제시한 협력 구조가 실제 상품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줄 첫 완성차다.

KGM 입장에서는 렉스턴으로 쌓아온 정통 SUV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최신 전자 장비를 빠르게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체리자동차는 자사 플랫폼을 한국 완성차 업체의 상품기획과 결합해 새로운 시장에 적용하는 경험을 얻게 된다.

두 번째 공동개발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한 차종에 플랫폼을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양사의 신차 개발 체계를 장기적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후속 차종은 한국·중국·유럽 등 주요 시장의 법규와 안전기준, 소비자 요구를 기획 단계부터 반영한다. 국내에서 개발한 차를 해외에 추가로 판매하는 기존 방식보다 여러 시장을 겨냥한 차종을 처음부터 공동 설계하는 형태다.


KGM은 이를 통해 제한된 개발 자원을 여러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차종에 집중할 수 있다. 판매 지역이 넓어지면 개발비를 회수할 수 있는 기반도 커진다. 내수시장 의존도를 낮추려는 KGM의 글로벌 전략과도 연결된다.

체리자동차의 7500만달러 투자는 후속 프로젝트의 지속성을 높이는 장치다.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만으로는 개별 차종 중심의 협력에 그칠 수 있지만, 자금이 투입되면 양사가 개발 위험과 사업성과를 함께 부담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협력 범위는 완성차 개발에 한정되지 않는다. 양사는 자율주행과 SDV 기반 전자·전기(E/E) 아키텍처 분야에서 기술 협력을 확대한다. 차량의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구조가 자동차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데 따른 대응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동투자와 개발도 협의한다. SDV와 자율주행 기능이 늘어날수록 차량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성능과 공급 안정성이 중요해진다. 완성차 공동개발에서 시작한 협력이 핵심 부품과 공급망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로봇 분야에서는 공동 연구와 실증,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한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양사가 보유한 제조 기술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자동차 이외의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살피는 장기 과제로 볼 수 있다.

해외 생산과 사업 거점에 대한 공동투자도 협의 대상에 포함됐다. 양사의 생산시설과 공급망,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성이 확보된 지역에 공동 진출하는 방식이다.


KGM은 독자적으로 해외 생산시설과 판매망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체리자동차는 KGM의 브랜드와 차량 개발 역량을 활용해 기존 네트워크에서 판매할 상품군을 확대할 수 있다. 두 번째 공동개발 차종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만큼 생산과 판매 협력은 신차 개발의 연장선에 놓인다.

곽재선 회장은 "글로벌 시장 판매를 목표로 두 번째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로봇과 반도체 사업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도 협력할 예정이다"라며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해외 생산 및 사업 거점에 대한 공동투자도 협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KGM의 70년 기술 노하우와 체리자동차의 우수한 기술력을 결합하는 이번 전략적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 발전해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협력 범위가 플랫폼과 친환경 파워트레인, SDV 기반 E/E 아키텍처 등 차량의 핵심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더라도 핵심 설계와 제어 기술을 KGM의 역량으로 축적하지 못하면 독자 개발 능력과 상품 차별성이 약해질 수 있다.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는 체리자동차 계열 차종과 구분되는 SUV 디자인과 상품기획, 주행 특성을 공동개발 차종에 구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SE-10과 후속 차종은 양사의 결속이 실제 상품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줄 핵심 프로젝트다. 체리자동차의 기술을 활용해 개발 속도를 높이면서도 KGM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구현한다면 이번 투자는 글로벌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 반면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급받아 제품을 변형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중국 기술 의존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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