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얼굴을 45도로 돌린 뒤 손바닥만 한 셰이드 카드를 볼 옆에 댔다. 화면 속 가이드에 카드를 맞추자 카메라가 피부색을 읽었다. 잠시 뒤 태블릿에 '차분한 핑크 쿨 베이스의 라이트톤'이라는 진단 결과와 추천 셰이드 '23C2'가 떴다.
맞은편 벽에는 밝기와 언더톤이 다른 파운데이션이 빼곡했다. 제품과 색상을 고르고 제작을 요청하자 유리 부스 안 로봇팔이 용기를 집어 들고 색소를 배합하기 시작했다. 피부 데이터가 세상에 하나뿐인 화장품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지난 30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090430) 본사 2층에 위치한 '아모레용산'을 찾았다. 이곳은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일반적인 화장품 매장보다 뷰티 연구소와 체험 공간을 결합한 플랫폼에 가까웠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존 47평 규모의 매장을 전면 재구축해 약 150평 규모의 브랜드·서비스 공간으로 넓혔다. 여기에 기존 고객연구센터와 시티랩을 통합하고 밋업·행사 공간을 더해 전체 350평이 넘는 통합 공간으로 확장했다.
단순히 면적만 키운 것은 아니다. 지난해 창립 80주년을 맞아 선포한 비전 '크리에이트 뉴 뷰티(Create New Beauty)'를 고객이 직접 경험하도록 구현한 '하우스 오브 뉴 뷰티(House of New Beauty)'로의 전환이다.
◆205개 셰이드 중 '내 색' 찾는다
가장 눈길을 끈 곳은 헤라의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 '커스텀 매치'였다. 성별과 연령을 입력한 뒤 셰이드 카드를 얼굴에 대면 기기가 피부의 언더톤과 명도, 채도를 분석한다. 기자에게 제시된 결과는 언더톤 1단계, 명도 3단계, 채도 2단계의 '23C2'였다.

선택지는 촘촘했다. 쿨·뉴트럴·웜 계열의 5개 언더톤과 41개 밝기를 조합해 총 205개 셰이드를 구현한다. 색상 범위는 3호부터 50호까지다. 고객은 실키 스테이 파운데이션과 블랙 쿠션, 리플렉션 스킨 글로우 가운데 원하는 제품을 고를 수 있다. 립 제품 역시 142개 색상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주문이 들어가면 로봇이 용기를 옮기고 색소를 배합한다. 제조 상황과 예상 수령 시각은 화면에 표시된다. 자동화 설비가 전면에 나서지만, 조제 공간은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자격을 갖춘 직원이 관리한다.
◆13개 문진 거치면 20분 만에 맞춤 세럼
메이크업뿐 아니라 헤어 제품도 개인 취향에 맞춰 만들 수 있다. 미쟝센 '퍼펙트 세럼 비스포크'는 모발 굵기와 손상 정도, 평소 관리 습관 등을 묻는 13개 문항으로 시작한다.

진단 결과를 토대로 5개 제형 중 하나를 추천하고, 고객이 9개 향 가운데 원하는 향을 고르는 방식이다. 가능한 조합은 총 45가지다. 추천받은 제형을 직접 바꿀 수도 있고 용기에 새길 문구도 정할 수 있다.
문진부터 결제까지 마치면 약 20분 뒤 완성된 세럼을 받을 수 있다. 가격은 1만5000원이며 별도 예약 없이 이용 가능하다.
매장 관계자는 "맞춤형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외국인 고객이 많다"며 "오픈과 동시에 방문할 정도로 반응이 좋은 서비스"라고 말했다.
◆연구소가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아모레용산의 또 다른 특징은 연구 기능을 고객에게 개방했다는 점이다. 매장 곳곳의 '셀프 스킨 체크'와 '셀프 두피 체크'에서는 얼굴이나 두피를 촬영하고 문진을 거쳐 현재 상태와 적합한 제품을 확인할 수 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아모레 시티랩'에서는 상주 연구원이 피부와 두피 상태를 정밀 진단하고 개인별 뷰티 솔루션을 제안한다. 현재 피부뿐 아니라 생활 습관에 따른 미래 변화를 보여주는 '마이 스킨 퓨처'도 연구 데이터를 고객 경험으로 옮긴 사례다.
향 연구 공간에서는 제품에 쓰이는 향과 개발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고, 고객연구 공간에서는 출시 전 제품을 사용해 보고 반응 조사와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다. 소비자가 완성된 제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 과정에 들어오는 구조다.
매장에는 설화수와 라네즈, 이니스프리, 헤라 등 26개 브랜드의 약 1000개 제품이 입점했다. 현재 시즌 전시는 피부와 헤어, 이너뷰티, 웰니스까지 아우르는 '홀리스틱 롱제비티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용산은 여러 기능을 단순히 모아 놓은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개념 아래 통합된 경험 구조로 완성했다"며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넘어 브랜드·미래 뷰티·연구·교류가 하나의 구조 안에서 연결되는 아모레퍼시픽 본사형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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