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신약개발에 적극 도입하거나 도입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산업 현장에서는 AI 전문인력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면서 인재 양성과 데이터 인프라 구축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은 AI 신약개발에 대한 산업계의 인식과 교육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AI신약개발전문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과 AI 전문기업, 학계, 연구기관 관계자 55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AI신약개발전문위원회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AI 전환과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2023년 출범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26명은 현재 AI를 신약개발 과정에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활용 방식은 내부에서 직접 활용이 1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외부 전문기업에 맡기는 방식이 9명, 자체 활용과 아웃소싱을 병행하는 경우가 7명이었다.

여기에 AI 도입을 검토하거나 계획 중이라는 응답도 23명에 달해 대부분의 기관이 AI 활용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활용 계획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6명에 그쳤다.
현재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후보물질 발굴과 최적화 단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AI를 적용하고 있었다. 복수응답 기준으로 후보물질 식별과 후보물질 최적화가 각각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화합물 식별(11명), 작용기전 분석(9명), 표적 식별 및 검증(8명), 전임상(6명), 임상과 약물 재창출(각 4명) 순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싶은 분야로는 합성의약품이 27명(49.1%)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바이오의약품 및 항체(12명·21.8%), 표적단백질분해(TPD)(6명·10.9%), 항체-약물접합체(ADC)(5명·9.1%), 약물전달시스템(DDS)(3명·5.5%) 등이 뒤를 이었다.
AI 도입 의지는 높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문인력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67.3%(37명)는 신약개발 부서에 AI 전문인력이 없다고 답했다. AI 인력을 4명 이상 보유한 곳은 10명이었으며, 1명 보유는 4명, 2명은 3명, 3명은 1명에 불과했다.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자금과 리소스 부족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내부 인력의 AI 기술 이해 부족, AI 신약개발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제시됐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정부와 유관기관에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는 AI 전문인력 양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복수응답 결과 AI 전문인력 양성을 선택한 응답자가 3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25명), 투자 및 자금 지원(23명), 실증·검증 기회 제공(22명), 인허가 가이드라인 마련(15명), 글로벌 진출 지원(9명) 등이 뒤를 이었다.

교육 수요도 상당했다. 응답자의 91%인 50명은 AI 신약개발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세부적으로는 AI 알고리즘 및 모델링 프로그래밍 교육이 가장 높은 수요를 보였다. 이어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생물정보학·화학정보학 데이터 활용 교육, 소프트웨어 및 프로그래밍 기술 교육 순으로 나타났다.
AI 기반 자율실험실(SDL)에 대한 이해도는 아직 높지 않았다. 응답자의 38%는 용어만 들어봤다고 답했고, 36%는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SDL은 AI와 실험 자동화 로봇을 결합해 연구 목표에 맞는 실험 설계부터 수행, 데이터 분석, 후속 실험까지 자동으로 진행하는 연구 체계를 의미한다.
AI신약연구원은 이러한 산업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부터 AI 신약개발 전문 교육 플랫폼 'LAIDD(Learning AI for Drug Discovery)'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총 166개 교육과정을 개설했으며, 최근 5년간 2275명의 교육 수료생을 배출했다. 올해 기준 누적 가입자는 1만3823명에 달한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AI는 이제 신약개발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산업계와 정부가 AI 전문인력 양성, 데이터 인프라 구축, 실증 환경 조성 등을 함께 추진한다면 국내 AI 신약개발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회와 AI신약연구원은 기초교육부터 실습 중심의 전문교육, 자율실험실(SDL) 교육까지 교육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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