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를 대표하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2분기 나란히 실적 개선을 이루며 반등에 성공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급증과 북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효과가 실적을 이끈 주요 요인이다.
3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매출 7조5602억원, 영업이익 11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8%, 전분기 대비 15.3%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7.0% 줄었지만, 전분기 2078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2분기 실적에는 북미 생산 보조금(IRA Tax Credit) 2410억원이 반영됐다.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ESS 사업의 고성장이다. 상반기 ESS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배 늘며 전사 매출 비중의 20%대 후반까지 확대됐고,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포함해 3조원 이상의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말까지 북미에 50GWh 이상의 ESS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리튬인산철(LFP)·각형 배터리 라인업을 강화해 시장 지배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매출 3조7688억원, 영업이익 2038억원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했고, 영업손익은 2024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482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SDI는 AI 데이터센터용 무정전 전원장치(UPS)·배터리백업유닛(BBU) 등 고출력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한 점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독일 3대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했고, 하반기에는 유럽 전기차 시장 공급 확대와 차세대 소듐이온 배터리 개발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SK온은 2분기 매출 2조9460억원, 영업이익 821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1조7912억원) 대비 1조1548억원(64%), 전년 동기(2조1077억원) 대비 8383억원(40%) 늘었다.
영업손익은 지난 1분기 3492억원 적자에서 한 분기 만에 1조1710억원 개선됐다. 전년 동기 665억원 손실과 비교하면 8883억원 늘어난 규모다. SK온이 분기 흑자를 낸 것은 2024년 3분기(241억원)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아시아 지역 판매량 확대, 고객 보상금 수령, IRA 세액공제 금액 증가가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SK온은 하반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한 고정비 절감과 함께 AI 하이퍼스케일러·전력회사 대상 ESS 수주를 적극 추진해 중장기 수익성 모멘텀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3사의 실적 개선을 이끈 ESS 사업은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5월 발간한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ESS 수요가 지난해 90GWh에서 2030년 160GWh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AI 데이터센터용 ESS 수요는 같은 기간 9GWh에서 40GWh 이상으로 늘어 연평균 30%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제시됐다. 배터리사가 북미에 ESS 생산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수요 확대를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탈(脫)중국 공급망 재편도 우호적 환경으로 지목된다. 신한투자증권은 미국이 IRA와 해외우려기업(FEOC),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등을 통해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고 있으며, 중국산 ESS 배터리에는 43.4%의 관세와 보조금 제한이 동시에 적용되는 반면 미국산 부품 요건을 충족한 ESS 프로젝트는 최대 40%의 투자세액공제(ITC)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완성차 수요 회복도 긍정적 신호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유럽 전기차 판매는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 강화와 각국 보조금 재개 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배터리 3사의 유럽향 출하 비중은 55%에 달했다.
낙관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글로벌 전기차(EV·PHEV·HEV)용 배터리 사용량은 244.6GWh로 전년 동기 대비 9.1% 성장하는 데 그쳤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15.6%로 전년 동기 대비 2.1%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이 28.4% 감소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 CATL 등 중국계 배터리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중장기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생산능력 확대와 ESS 수요 증가를 기반으로 실적 턴어라운드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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