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상장지수펀드(ETF) 신탁을 판매한 주요 은행들이 고객에게 불리한 수수료 구조를 유도해 과도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소비자 이익을 훼손한 영업 관행으로 보고 판매 절차 전반을 손질할 방침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6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SC·농협)의 ETF 신탁 판매액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64조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5월 ETF 신탁 판매액은 1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2000억원보다 8.8배 증가했다. 증시 호황에 힘입어 판매액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단기 매매 고객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선취수수료 체계를 집중적으로 권유했다는 점이다.
통상 투자 기간이 1년 이하로 짧을 경우에는 해지 시 일할 계산해 납부하는 후취수수료가 유리하다. 반면 투자 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 투자에서는 가입 시 미리 납부하는 선취수수료가 유리하다.
그러나 전체 ETF 신탁 거래의 94.6%가 6개월 이내에 매도되는 단기 거래였음에도, 대다수 투자자(91.7%)는 선취수수료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기형적인 수수료 구조는 낮은 목표수익률 설정을 통해 형성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계좌의 절반 이상(58.1%)이 목표수익률을 5% 이하로 설정했으며, 3% 이하로 설정한 계좌도 20.8%에 달했다.
목표수익률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면 조금만 수익이 발생해도 자동으로 매도 주문이 체결돼 잦은 단기 매매가 이뤄진다. 실제로 목표수익률을 5% 이하로 설정한 계약의 거의 100%가 단기 거래에 불리한 선취수수료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실적을 위해 이러한 구조를 교묘하게 유도해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창구 직원의 개인 역량에 의존한 단기 매매 위주의 권유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자산 규모와 연령대 등 고객군별 투자 목적과 투자 기간에 부합하는 전사적 차원의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일선 영업점에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판매 절차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고객이 투자 기간에 맞는 최적의 수수료 체계인 후취수수료를 선택했다고 가정할 경우 은행이 받을 수 있었던 수수료는 545억원이다. 그러나 은행이 실제로 받은 신탁수수료는 이보다 7.2배 많은 3948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가 하락에 따른 원금 손실 위험은 전적으로 고객이 부담하는 반면, 고객의 매각 차익(2조9100억원)의 13.6%를 은행이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간 셈이다.
특히 이러한 영업 행태가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주식 투자 경험이 없는 투자자의 가입 건수는 2025년 12월 657건에서 올해 5월 1426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가입 건수 역시 같은 기간 6492건에서 5만2082건으로 크게 늘었다.
금감원은 은행권의 이같은 영업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본격적인 점검에 나섰다. 업계 및 협회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신탁 수수료 체계 전반을 원점에서 재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TF는 금융소비자의 이익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은행의 신탁 관련 핵심성과지표(KPI)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KPI 산식과 배점 등이 적정한지 여부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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