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대한축구협회 청문회가 ‘맹탕 청문회’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핵심 증인들이 줄줄이 불출석한 데다 여야는 청문회 취지와 동떨어진 정쟁에 시간을 허비했고, 여기에 일부 의원들의 수준 낮은 질의까지 이어졌다. 이에 축구협회 운영의 난맥상과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문제점을 규명하기 위해 마련된 청문회가 정작 국회의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만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최민희, 코치 향해 “왜 졌냐” 황당 질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30일 국회에서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지난 북중미월드컵 전후로 불거졌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의 절차적 논란과 축구협회 운영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청문회에는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증인 총 13인과 참고인 4인이 출석했다.
그러나 청문회는 시작부터 여야 간 신경전으로 삐걱거렸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여야 합의 없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청문회 계획서와 증인·참고인 명단이 의결된 점을 문제 삼으면서다. 그는 “축구 문제까지도 여야가 나눠지는 건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따졌고,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문체위원장은 “아쉽고 안타까운 지점이 분명히 있었다.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여야 공방의 불씨를 당긴 것은 첫 질의에 나선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월드컵) 32강 탈락에 대해 정부는 책임이 없냐”고 물은 뒤, 이재명 대통령이 월드컵 탈락 직후 SNS에 “능력보다 네편 내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축구협회를 비판했던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축구협회 인사 문제와 함께 정부의 인사 기조에도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그러자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왜 대통령을 끌어들이냐”고 반발했다. 이에 김 의원이 “이 자리에서 대통령 얘기하면 안 되냐”고 따지자, 최 의원은 “(대통령 얘기하면) 안 된다. 관계된 발언만 해라”고 맞서며 한동안 두 사람 간 고성이 오갔다. 결국 이 문체위원장이 “논점을 회피한 질의에 대한 책임도 의원 개인이 지는 것이다. 정쟁적 요소를 제거하고 사안에 집중하라”고 중재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수준 낮은 질의도 도마에 올랐다. 최민희 의원은 김진규 북중미월드컵 당시 축구대표팀 코치를 상대로 손흥민·이재성 선수의 남아프리카공화국전 선발 제외가 홍명보 감독의 보복성 차원이었는지, 또 그것이 패배의 원인이었는지를 거듭 추궁했다. 그러나 김 코치가 ‘보복은 전혀 없었고, 선발 제외가 패인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하자, 최 의원은 “그러면 왜 졌냐. 왜 그렇게 졸전을 벌였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코치가 “경기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상황이 생긴다”고 설명했지만, 최 의원은 “그러면 축구팬들이 틀렸냐. 1승 1패는 병가지상사냐”라고 재차 압박했다. 그러나 손흥민·이재성 선수의 기용 여부가 경기 양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해 추궁하는 것은 감독의 전술적 판단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부적절한 질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디까지나 선수 기용은 결과에 대한 책임과 함께 감독에게 주어진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청문회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기보다 기존 의혹들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홍 전 감독 선임을 주도했던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등 핵심 관계자들의 불출석으로 구체적인 검증은 이뤄지지 못했고, 적지 않은 시간이 여야 간 정쟁과 어설픈 질의 때문에 허비됐다. 이에 국회가 축구협회의 책임을 묻기 전에 스스로 청문회의 목적과 운영 방식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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