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폭발에 힘입어 분기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서버용 제품 판매가 늘어난 데다 D램과 낸드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전사 영업이익률은 52.2%까지 치솟았다. 특히 반도체 사업만 89조2000억원을 벌어들이며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실적을 사실상 홀로 이끌었다. 반도체사업의 영업이익률도 70%에 달했다.
그러나 사업별 성적표를 뜯어보면 마냥 웃기 어렵다. 반도체 사업이 전례없는 대기록을 쓰는 동안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을 담당하는 완제품 사업은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실적’과 ‘반도체 의존 심화’ 사이에 해결해야 할 숙제다.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8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56% 증가했다.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약 19배로 불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제품을 100원어치 팔아 영업단계에서 52원 이상을 남긴 셈으로, 대규모 제조시설을 운영하는 글로벌 제조기업 가운데서도 이례적인 수익성이다.
실적의 중심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있다. DS부문은 매출 127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사 영업이익의 99.7%를 책임졌으며 자체 영업이익률은 약 70%에 달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메모리 전반의 수요를 끌어올린 결과다. 에이전틱 AI가 확산하면서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성능 메모리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일반 서버용 메모리 소비도 함께 늘었다.
여기에 공급 부족으로 D램과 낸드 가격이 동시에 뛰었다. 씨티리서치는 2분기 D램과 낸드 평균판매가격이 전분기 대비 각각 44%, 53% 상승한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고부가 제품의 판매 비중이 늘어난 동시에 범용 메모리 가격도 오른 셈이다. 판매량과 가격, 제품 구성이 모두 우호적으로 움직이면서 반도체 수익성이 크게 확대됐다. 달러 강세도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약 3조100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보탰다.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HBM 사업에서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점도 이번 실적의 의미를 키운다.
삼성전자는 2분기 HBM4 공급을 확대하고 업계 최초로 HBM4E 샘플을 출하했다. 앞선 HBM3E 경쟁에서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지만 HBM4 세대부터 추격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 57%, 삼성전자 22%, 마이크론 21%였다.
삼성전자가 HBM4와 HBM4E 공급을 본격화해 격차를 좁힌다면 단순히 메모리 가격 상승에 편승한 것을 넘어 기술 경쟁력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HBM4부터는 삼성전자의 사업구조도 강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제품 경쟁력이 메모리 칩뿐 아니라 고객 맞춤형 베이스 다이와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공정까지 종합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시스템LSI, 파운드리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각 사업의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면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AI 메모리를 설계부터 생산·패키징까지 일괄 제공할 수 있다.
파운드리 사업도 HBM 베이스 다이와 미국 고객사 제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2분기 매출을 늘렸다. 하반기에는 2나노 2세대 모바일 제품 양산을 시작하고 AI·고성능컴퓨팅(HPC) 분야 수주를 확대할 방침이다.
시스템LSI는 전반적인 시장 수요 둔화에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와 이미지센서 판매를 늘리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아직 메모리에 비해 이익 기여도는 낮지만 반도체 사업 전반에서 개선 조짐이 나타났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호황으로 확보한 이익을 미래 기술에 다시 투입하고 있다. 2분기 연구개발비는 역대 최대인 16조원에 달했다. HBM4E와 2나노 공정,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핵심 기술 경쟁을 이어갈 재무적 여력도 한층 커졌다.
하반기에도 반도체가 실적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HBM4와 HBM4E를 비롯해 DDR5, SOCAMM2, eSSD 등 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메모리 공급 부족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의 수익성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기준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HBM4E 샘플 출하가 실제 대규모 매출로 이어지려면 고객사의 최종 품질 인증과 안정적인 양산 수율 확보가 필요하다. 파운드리 역시 매출 증가만으로 수익성 회복을 단정하기 어렵다. 선단공정은 수율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으면 생산 확대가 오히려 비용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수익성도 풀어야 할 과제다. DX부문은 2분기 매출 48조원, 영업손실 8000억원을 기록했다. 갤럭시 S26과 A시리즈 판매는 견조했지만 메모리를 비롯한 주요 부품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TV와 생활가전 역시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원가와 마케팅 비용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DS부문에는 실적 호재지만 스마트폰과 TV, 가전에는 원가 부담으로 돌아오는 삼성전자 사업구조의 양면성이 드러난 셈이다. 하만과 디스플레이가 각각 4000억원,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반도체로 쏠린 이익 구조를 완화하기에는 규모가 작았다.
중장기적으로는 메모리 가격도 변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생산능력을 동시에 확대하면 현재의 공급 부족이 완화될 수 있다. AI 수요가 계속 늘더라도 공급 증가 속도가 이를 웃돌면 가격과 이익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지속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데이터센터 투자로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면 설비투자 속도가 조정될 수 있고, 이는 메모리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관건은 반도체 호황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에 있다. HBM4 이후 기술 주도권을 되찾고 2나노 파운드리의 수율과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DX부문의 이익 체력까지 회복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실적은 AI 시대 메모리 사업의 폭발적인 이익 창출력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HBM에 국한되지 않고 서버용 D램과 eSSD, 낸드까지 수요가 확산되면서 삼성전자의 대규모 생산능력이 최대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은 삼성전자 반도체가 AI 메모리 호황의 중심에 올라섰다는 증거"라며 "남은 과제는 이 압도적인 반도체 실적을 일시적인 호황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굳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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