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유격수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방점이 찍히는 포지션이다. 그런 유격수 자리에서 엄청난 홈런 페이스를 보인다. 리그 최고의 타자 김도영(KIA 타이거즈)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재현(삼성 라이온즈)의 이야기다.
지난해 이재현은 139경기 116안타 16홈런 82득점 67타점 타율 0.254 OPS 0.787을 기록했다. 유격수 중 홈런 공동 1위(오지환 16홈런)를 기록하는 등 쏠쏠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이재현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26시즌에 앞서 타격폼을 바꿨다.
스윙 궤도와 함께 다양한 수정을 했다. 시즌 전 이재현은 공을 보는 시야, 타석에 서 있는 방식, 중심 이동 등을 수정했다. 스윙 궤도도 어퍼 스윙에서 레벨 스윙으로 살짝 내려왔다.
시즌 전 이재현은 "제일 부족한 부분을 꼽자면 꾸준함이 부족했다. 그걸 줄이기 위해 이번 겨울 동안 수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범경기 타율 0.353(34타수 12안타)으로 돌아왔다. 박진만 감독도 이재현의 타격 변화에 갈채를 보냈다. 올 시즌 '1번 타자'의 중책을 맡길 결심까지 했다.

다만 부상과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개막 후 4월까지 타율 0.157(51타수 8안타)에 그쳤다. 흐름을 타기 시작하자 허리 부상으로 1군에서 빠졌다. 이후 허리 쪽 골멍이 호전되지 않아 1군과 2군을 오가기 바빴다.
이 와중에 홈런은 빼먹지 않았다. 한 번 발동이 걸리면 홈런을 몰아쳤다. 적은 경기 수에도 이재현의 존재감이 적지 않던 이유다.
후반기가 절정이다. 이재현은 6월 초 완벽한 회복을 위해 2군으로 내려갔다. 38일의 재활 끝에 7월 21일 1군에 복귀했다. 이후 8경기에서 4홈런을 몰아쳤다. 타율은 0.233(30타수 7안타)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10타점으로 삼성 상승세에 기여했다.
홈런 하나하나가 클러치 상황에서 터진다. 2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양 팀이 7-7로 맞선 8회 결승 솔로 홈런을 뽑았다. 2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2-1에서 4-1로 달아나는 쐐기 투런 홈런을 쳤다. 28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도 2-0에서 5-0까지 간극을 벌리는 스리런 홈런을 신고했다.


29일 홈런 역시 귀중했다. 팀이 6-2로 밀리던 6회 1사 2루. 이재현은 성영탁의 4구 커터를 통타,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쳤다. 경기는 이제 2점 차. KIA는 1회에만 6점을 뽑고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재현의 투런 홈런을 포함해 삼성이 점수를 뽑자 투수 운영을 빡빡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필승조 전상현과 조상우가 모두 등판했다. 이재현의 홈런이 상대의 투수 자원을 소모시킨 것.
홈런 페이스가 가파르다. 이재현은 올 시즌 46경기 34안타 12홈런 28득점 31타점 타율 0.241 OPS 881을 기록 중이다. 안타 중 35.3%가 홈런이다. 12홈런 이상을 친 선수 중 50경기 미만을 뛴 선수는 이재현이 유일하다.
'홈런 1위' 김도영 수준의 생산성이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재현은 11.75타수 당 1개의 홈런을 생산한다. 1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2위. 1위는 11.71타수의 김도영이다. 김도영은 31홈런으로 오스틴 딘(LG 트윈스·30홈런)을 제치고 리그 홈런 1위에 올라 있다. 이재현의 홈런 생산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커리어 하이가 보인다. 지난해 16홈런이 시즌 최고 기록. 올해는 18홈런 페이스다. 삼성은 48경기를 남겨놨다. 현재 추세를 유지한다면 기록을 쓸 것으로 보인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변수다. 이재현은 야구 대표팀에 차출된 상황. 약 2주간 소속팀을 떠난다. 현재 감이 좋은 만큼 홈런을 최대한 쌓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현의 홈런 행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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