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농협중앙회와 주요 계열사 직원들이 본사 지방 이전에 반대하며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섰다. 서울 광화문에 노조 추산 4000명 이상이 결집하면서 농협 내부의 지방 이전 반대 움직임도 본격적인 집단행동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노동조합은 본사를 옮기는 데 최소 2520억원이 필요한 반면 실제 이전 가능한 중앙본부 인력은 약 460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농협이 현행법상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이 아니라는 점까지 내세우며 이전 추진의 실효성과 법적 근거를 동시에 문제 삼고 있다.
2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낮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농협본사 지방이전 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집회에는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NH농협금융지주,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등 범농협 소속 직원들이 참여했다.
당초 노조는 약 2000명 규모의 집회를 계획했지만 실제 참가 규모는 이를 크게 웃돌았다. 노조 측은 중앙본부 소속 조합원을 중심으로 4000명 이상이 결집한 것으로 밝혔다.
본사 이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경기 의왕 IT본부 직원은 물론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3급 이상 직원들도 반대 움직임에 동참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금융노조 산하 43개 지부 가운데 일부 대형 지부를 제외하면 개별 지부 조합원 수가 통상 수백명에서 수천명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일 지부 차원에서도 이례적인 규모다.
◇ “2520억원 들여 460명 이전”…실효성 정면 제기
노조가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핵심 논리는 비용 대비 효과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 측이 추산한 본사 이전 비용은 토지 매입비를 제외하고도 최소 2520억원이다. 신축 비용 2130억원 이상, 지역 이전에 따른 임직원 주거지원 비용 390억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각종 이전·정착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노조가 추산한 농협중앙회 중앙본부 인력 1167명 가운데 자산운용과 데이터센터 등 수도권 존치가 필요한 인력을 제외하면 실제 이전 가능한 인원은 약 460명이다.
노조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본사를 옮기더라도 국가균형발전에 추가되는 효과가 제한적인 반면 이전 비용이 농업인 지원 재원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범농협 조직 상당 부분이 지역에 분산돼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범농협 임직원은 약 7만명으로 전체의 73%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농협중앙회가 전국 1108개 농축협의 협의·의사결정 중심이라는 조직 특성도 강조했다. 특정 지역으로 중앙본부를 이전할 경우 오히려 지역별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농협중앙회 및 계열사의 지방 이전이 사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는 농업인 경쟁력 강화·공동 이익 증진 등의 지원 기능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농협은 이전 대상 공공기관 아니다”…법적 근거도 쟁점
이번 갈등의 또 다른 쟁점은 농협중앙회의 법적 성격이다. 노조는 농협중앙회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데다 현행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상 지방 이전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농협법에 따라 농축협의 출자로 설립된 협동조합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본사 소재지를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금융노조도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농협의 미래는 농협의 조합원이 결정할 일이며 정부의 개입은 아무 근거가 없다”며 “혹여라도 정부가 농협 지방이전을 구상하고 있다면 즉각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역시 이튿날 “농협중앙회를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에 포함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농협 노조에 힘을 실었다.
◇ 광화문 넘어 금융노조로…지방이전 반대 전선 확대
농협 노조의 반대 움직임은 최근 들어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집회를 연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국토교통부 앞에서 간부 집회를 열었다. 지난 22일에는 국회를 찾아 정치권에 지방 이전 반대 입장을 담은 서한도 전달했다.
이날 광화문 집회에는 NH농협지부뿐 아니라 사무금융노조 NH농협중앙회지부 간부와 금융노조 관계자, 금융노조 산하 지부 대표자들도 합류했다.
금융노조 차원의 대응도 확대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방 이전 공동대응 조직을 ‘총력투쟁본부’로 확대해 올해 임금·단체협약 투쟁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에는 금융노조가 주최하는 집회도 예정돼 있다. 농협 노조도 정치권과의 접촉과 국토교통부 면담 등을 추진한다.

특히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노조도 지방 이전에 맞서 공동 집회를 예고한 만큼 금융권 전반으로 반대 전선이 확산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다음 달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최대 2000명 규모의 공동 집회를 열고,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기본계획’ 추진 상황에 따라 쟁의행위와 총파업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농협 노조 역시 정부의 지방 이전 논의가 구체화할 경우 대응 수위를 더욱 높일 방침이다. 노조는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총파업 등 즉각적인 대응 또한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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