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부산 앞바다에 외국인 선원이 국적 선원보다 많아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인 선원 일자리를 지킬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사정과 학계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노동계는 선원법 개정을 통한 노동조합 의견청취 제도의 법제화를 요구했고, 정부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를 다듬어가겠다고 화답했다.
한국인선원일자리 양성 및 고용안정 정책토론회가 지난 28일 오후 부산 남구 아바니 센트럴 부산에서 열렸다. 프라임경제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해양수산부,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전국해운노조협의회 등 노동계와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국립목포해양대학교 등 교육계 관계자 15명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논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해기사·부원 양성 및 제도 개선안, 그리고 외국인 선원 관리 및 운용체계 확립이 두 축이었다. 노동계는 선원법 개정과 고용 쿼터제 등 구체적인 법제화 방안을 제시했고, 정부는 현장 민원과 제도 운영상의 어려움을 함께 짚으며 개선 여지를 열어뒀다.
◆ 데드크로스 이후 다시 그리는 항로 지도
박상익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정책본부장은 주제발표에서 2025년 국적·외국인 전체 취업 선원 수가 6만 543명이며 이 중 외국인 선원이 54.8%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2001년 4만 9130명이던 국적 선원 수는 2025년 2만 7372명으로 44.3% 줄었고, 같은 기간 외국인 선원은 6980명에서 3만 3171명으로 375% 늘었다. 두 수치는 2023년 처음 역전되며 이른바 ‘데드크로스’ 현상을 만들었다. 박 본부장은 이 시점이 노사정 대타협으로 외국인 선원 고용 상한선이 한국인 선원 의무승선 하한선 방식으로 바뀐 때와 겹친다며 앞으로의 정책 설계에서 이 지점을 되짚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수헌 ㈔전국해운노조협의회 의장은 이런 흐름의 원인으로 2023년 11월 노사합의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육상직에 비해 여전히 낮은 승선 환경의 매력도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당시 합의에 반대했던 입장을 밝히며 결과적으로 국적 선원 고용이 급감한 데 대해 노동계 스스로도 돌아볼 지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박상익 본부장은 한국가스공사(KOGAS) LNG 운반선의 국적선 계약 종료도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짚었다. LNG 국적선사 적취율은 2019년 50.0%에서 2025년 28.0%로 떨어졌고 FOB 장기계약 선박 수는 과거 27척에서 현재 13척으로 줄었으며 3년 내 8척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2년 기준 LNG 선박 선원 868명 중 부원이 43.8%를 차지했을 만큼 국내 부원 고용 기여도가 높았던 만큼 이 계약의 향방이 향후 일자리 규모를 가늠할 지표로 거론됐다.
◆ 업종별 편차, 좁아지는 청년 진입로
발제문에 담긴 2025년 업종별 통계를 보면 편차가 뚜렷하다. 외항은 국적 선원 8708명, 외국인 선원 1만 8038명으로 외국인이 두 배 이상이었다. 원양은 외국인 비율이 80.5%로 가장 높았다. 연근해는 국적 선원이 2001년 대비 63.7% 줄어 전 업종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반면 내항은 외국인 비율이 13.0%에 그쳐 유일하게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박상익 본부장은 도입 규모를 쿼터로 통제하고 해기사 도입 자체를 제한하는 카보타지 규제가 있었던 내항의 사례를 두고, 제도 설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박성호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대비 선사 채용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고 신입 졸업생 초기 취업률도 80~90%대에서 50%대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박상익 본부장은 2025년 12월 기준 한국인 해기사 취업자 통계를 근거로 인력구조의 위험도 짚었다. 선장(5816명)과 기관장(4796명)이 전체 취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반면 진입 직급인 3등항해사와 3등기관사는 각각 924명, 803명에 불과했다. 상위 직급만 고령화되는 이른바 ‘항아리형’ 구조가 향후 10~20년 내 선장·기관장 공급 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부원 선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체 취업 선원 2만 7372명 중 부원은 7665명에 그쳤고, 그중에서도 장기 승선이 필요한 외항상선은 812명, 원양어선은 103명에 불과했다. 국립목포해양대학교 김득봉 교수는 2015년 해운협회 요청으로 해양대 정원이 400명에서 500명으로 늘었으나 올해 취업률이 60%대로 급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선원이 약 3만 9000명 부족한 상태이며 2030년에는 부족 인원이 11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인용하며, 인력 확보 경쟁이 국가 간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이 내항선 외국인 고용을 법으로 금지해 외항 선원 수를 20년째 6000~7000명 선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례도 참고할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립목포해양대학교 박태용 교수는 병역 대체 제도인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도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짚었다. 국방부 내 인력난으로 이 제도 자체가 축소되거나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대안으로, 필수선대나 지정선박에 상선업계의 예비 인력 자원을 활용하는 전략선대 개발을 제시했다. 김선태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실장은 연수원의 항해·기관 양성 인원이 지난해 140명에서 올해 80명으로 40%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내항상선 쪽 양성 정원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30% 늘었다며 업종에 따라 온도차가 있다는 점도 함께 확인했다.
전국원양선원노조 정찬호 본부장은 해기사 면허 체계도 손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3년제 출신에는 6급, 4년제 출신에는 5급 면허를 발급해 진입 문턱을 낮추고, 2급·1급 면허는 각각 석사·박사 학위와 연계하자는 것이다. 선원노련 김택훈 자문위원은 승선 경력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경험학습인정제 도입을 제안하며 1991년 외국인 선원 도입 당시에도 노사가 상생을 전제로 합의를 이룬 선례가 있다고 짚었다.
국립목포해양대학교 김성국 교수는 부산·통영·군산·여수·제주에 있던 옛 수산계 대학 5곳이 이미 해기사 양성을 사실상 중단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들었다. 그는 지금의 해양대학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며 고용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양성 기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 노사가 함께 짚은 법제화 방향
토론의 또 다른 축은 노동조합 의견청취 제도를 둘러싼 향후 방향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에 따라 개정된 외국인 선원 관리지침은 2년 유예를 거쳐 2027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외국인 선원 고용 시 노동조합 의견서 제출 의무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상익 본부장은 핵심 제언으로 선원법 제115조에 4항을 신설해 선박소유자가 외국인 선원을 고용하려는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선원 대표의 의견을 듣도록 명문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행정지침 개정만으로는 제도가 정권 교체나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다시 흔들릴 수 있으니 법률 단위로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밖에도 박상익 본부장은 육상 고용허가제처럼 국적 해기사·부원 실업률과 연동한 외국인 고용 쿼터 총량제 도입, 국적 부원·초임 해기사를 채용하는 선사에 대한 고용 보조금 신설, KOGAS 등 공공기관 에너지 수송 계약에 국적 선원 고용 비율을 핵심 평가지표로 명시하는 방안 등 네 가지를 종합 제언으로 제시했다.
전국원양선원노조 정찬호 본부장은 노조 의견서 삭제 방침이 시행되면 소속 노조 산하 60여개 노조가 관리해 온 외국인 선원 약 3만 3000명의 승하선 동향, 임금 체불 여부 확인 기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선박관리선원노조 김부영 국장은 세 가지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교육기관이 양성한 인력을 승선실습·초임 해기사·국적 부원 채용으로 연계하는 방안, 소형 선사의 예비인력 부족을 공동 예비원 제도로 보완하는 방안, 선사 지원금을 고용 유지 여부와 연동해 지급하고 외국인으로 대체하면 환수하는 방안이다. SK해운연합노조 김종엽 본부장은 부원 선원 보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필수선박 의무승선 인원 중 한 자리를 부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법무법인 청지 유동승 변호사는 노동조합 의견청취 제도가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리에 해당한다고 짚으면서도, 일부 노동조합이 의견서 발급을 지연시켜 선사의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준 사례도 있었을 것이라며 양쪽의 입장을 함께 짚었다. 그는 노사가 일정 기간 협의하되 시한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예외적으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절충안과 복지기금 사용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외부 회계감사 도입을 함께 제안했다.
장순길 해양수산부 선원정책과 사무관은 정부가 특정 진영의 입장에 따라 일방적으로 제도를 바꾼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근해 어선주들로부터 외국인 선원 부족을 호소하는 민원을 매달 여러 건 받고 있으며 노조 의견서 검증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사례도 실무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노동계가 지적한 문제와 선주 측이 겪는 인력난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뜻으로, 어느 한쪽의 요구만으로는 해법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 사무관은 복지기금 투명성 문제에 대해 외부 회계감사 도입에 공감을 표하며 앞으로도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제도를 다듬어 가겠다고 답했다.
◆ 이견 속에서 확인된 협력의 실마리
이날 토론회는 노동계 참석자가 다수를 차지했지만, 논의는 어느 한쪽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2023년 합의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을 먼저 꺼냈고, 정부 실무자는 제도 운영의 허점과 선주 측 인력난을 함께 인정했다. 학계는 일본 사례와 세계 선원 수급 전망을 근거로 장기적 해법을 제안했다.
김수헌 의장은 토론회를 계기로 노사정과 학계가 정기적으로 만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고, 참석자들은 이번 자리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3만명이 넘는 외국인 선원에 의존해 물류의 절반 이상을 지탱하는 현실 속에서 국적 선원의 자리를 어떻게 남길 것인지는 노동계나 정부 한쪽이 아니라 노사정이 함께 그려야 할 항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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