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없앴는데 3사 나란히 50만원…갤Z8 경쟁은 ‘2년 락인’

마이데일리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3사가 '갤럭시 Z8' 시리즈와 스마트워치 신제품 사전판매에 나선 28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을 찾은 시민들이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된 지 1년 만에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Z8 시리즈의 공통지원금 최고액이 통신 3사 모두 50만원으로 같았다. 단통법 폐지 직전 출시된 갤럭시Z7 시리즈와 동일한 수준이다. 통신사 간 경쟁이 당장 단말 가격을 낮추는 보조금보다 2~3년 뒤 기기변경과 반납을 조건으로 고객을 묶어두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다음달 3일까지 ‘갤럭시Z폴드8 울트라·폴드8·플립8’의 사전예약을 진행한다. 사전예약 고객의 개통은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되며 정식 출시일은 다음달 7일이다.

◇ 상한 사라졌지만 전작과 같은 50만원

통신 3사가 예고한 갤럭시Z8 시리즈 공통지원금 최고액은 모두 50만원이다. 공식 온라인몰의 추가지원금 7만5000원을 더하면 지원액은 57만5000원이다. 다만 유통점 추가지원금 상한이 폐지된 만큼 판매처에 따라 실제 지원액은 달라질 수 있다. 공통지원금도 개통이 시작되는 다음달 4일 최종 확정된다.

최고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요금제 기준에는 차이가 있다. SK텔레콤은 월 10만9000원 이상, KT는 월 9만원 이상, LG유플러스는 월 8만5000원 이상 요금제에 50만원을 책정했다. 저가 요금제 지원금은 SK텔레콤 26만5000원, KT 21만원, LG유플러스 19만8000원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통신 3사의 최고 지원금은 지난해 7월 갤럭시Z7 시리즈 사전예약 당시와 같다. 갤럭시Z8 시리즈의 출고가가 메모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작보다 약 20만원 오른 점을 고려하면 공통지원금만으로 소비자의 단말 구매 부담이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통법은 지난해 7월 22일 폐지됐다. 이에 따라 통신사의 지원금 공시 의무가 없어지고 공통지원금의 15%로 제한됐던 유통점 추가지원금 상한도 사라졌다. 선택약정 요금할인과 유통점 추가지원금을 함께 받는 것도 가능해졌다.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3사가 '갤럭시 Z8' 시리즈와 스마트워치 신제품 사전판매에 나선 28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신제품 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법보다 해킹이 키운 번호이동

규제를 푼 뒤에도 통신시장 경쟁은 크게 달아오르지 않았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통신 3사 간 번호이동은 월평균 26만985건으로 전년 동기 25만2033건보다 3.6% 증가했다.

이마저도 올해 1월 KT의 위약금 면제 기간에 번호이동이 54만5188건까지 급증한 영향이 컸다. 해당 월을 제외한 월평균 번호이동은 23만2565건에 그쳤다. 단통법 폐지보다 통신사 해킹 사고와 위약금 면제가 가입자 이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올해 1분기 통신 3사의 마케팅비는 총 2조42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4% 늘었다. 다만 지난해 SK텔레콤과 KT의 해킹 사고 이후 발생한 가입자 유치·방어 비용이 약정기간에 걸쳐 반영된 결과여서 단통법 폐지에 따른 보조금 경쟁으로 보기는 어렵다.

시장 구조도 달라졌다. 지난해 자급제 단말 이용률은 32.6%까지 높아졌다. 단말기 3대 중 1대는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유통된다는 의미다. 유무선 결합상품 확산과 길어진 단말 교체 주기도 지원금을 앞세운 번호이동 경쟁의 효과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 즉시 할인 대신 2년 뒤 기기변경

통신 3사는 갤럭시Z8에서 공통지원금을 차별화하는 대신 반납·교체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정 기간 뒤 같은 통신사에서 기기를 바꾸도록 유도해 고객의 다음 교체 시점을 미리 확보하는 전략이다.

KT는 24개월 동안 월 7000원을 내고 기존 단말을 반납한 뒤 새 삼성전자 단말로 기기변경하면 출고가의 최대 50%를 보상한다. LG유플러스도 월 6000원의 24개월형 상품을 통해 같은 조건으로 최대 50%를 보장한다. SK텔레콤은 월 이용료를 면제하고 2년 뒤 삼성전자 단말로 기기변경하는 고객에게 OK캐시백 20만 포인트를 지급한다.

KT는 유튜브 프리미엄과 넷플릭스 등을 결합한 요금제를 내놨고 LG유플러스는 구글의 인공지능(AI)·클라우드 서비스와 단말 보상 프로그램을 묶었다. SK텔레콤도 넷플릭스 콘텐츠와 멤버십 혜택을 앞세웠다. 단말 지원금보다 요금제와 콘텐츠, 향후 기기변경까지 결합해 고객당 매출과 가입기간을 함께 관리하는 구조다.

소비자는 최대 보상률뿐 아니라 월 이용료와 단말 반납 기준, 기기변경 조건을 함께 따져야 한다. 반납 보상은 구매 시점에 받는 할인이 아니며 약정한 기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단말 상태가 기준에 미달하면 예상한 보상액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앞으로의 경쟁도 전체 가입자보다 고가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부가가치 고객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통신사들이 일회성 보조금을 늘리기보다 기기변경 시점까지 고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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