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반도체 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대들보다. 그러나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환경오염물질은 골칫거리다. 특히 ‘과불화화합물(PFAS)’의 문제가 크다. PFAS는 높은 화학적·열적 안정성을 가져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에 필수 소재다. 하지만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이라는 오명을 갖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기업들도 PFAS 저감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정부 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한 PFAS 대체물질 발굴 관련 연구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 인체독성에 기후변화까지… 반도체 산업 골칫거리 ‘PFAS’
반도체 공정에 있어 필수 소재지만 PFAS는 환경에 있어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물질이다. 가장 대표적 악영향은 ‘인체독성’이다.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기관 ‘미국독성물질질병등록국(ATSDR)’이 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PFAS는 △간 효소 수치의 변화 △임신성 고혈압 또는 전자간증 △신장암 및 고환암 △신생아 체중 감소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 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ATSDR은 “일부 동물 및 인체 연구에서는 PFAS 노출과 훨씬 더 광범위한 건강 영향 사이의 양의 상관관계를 발견했다”며 “혈청 요산 농도, 생식 건강, 당뇨병, 신장 질환, 천식 및 신경행동학적 결과와의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인체독성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도 PFAS의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이 2013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PFAS 계열 물질인 페르플루오로트리부틸아민(PFTBA)은 지구온난화 유발 물질 중 하나로 분석됐다. PFTBA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대표적 PFAS 계열 물질로 분류된다.
토론토대 연구팀은 PFTBA가 지구 대기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데이터 분석으로 예측했다. 그 결과, 향후 최소 500년 간 PFTBA가 대기에 머물며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산화탄소와 비교하면 약 7,100배의 온난화 효과를 유발한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됨에 따라 PFAS 대체 물질 개발은 지속가능한 반도체 산업 핵심 과제로 꼽힌다. 관련 기술 산업도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2034년 PFAS 대체제 시장 규모가 126억8,000만달러(약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13.2% 수준이다.
◇ PFAS 대체제 시장 성장에 관련 연구 활발… 국내선 ‘KIT’ 성과 눈길
PFAS 대체제 시장이 성장하면서 관련 연구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발표한 곳은 ‘국가독성과학연구소(KIT)’다. 27일 KIT 생체진단연구센터 연구진은 ‘과불화헵탄산(PFHpA)’의 장기 독성 시험을 진행, 실제 현장 사용 가능성을 진단했다.
과불화헵탄산은 대표적인 PFAS 대체물질 중 하나다. 기존 PFAS의 장기간 분해되지 않는 특성을 대체하기 위해 고안됐다. 하지만 현재 독성 관련 연구로는 안전성을 평가하긴 한계가 뚜렷하다. 대부분의 기존 연구가 수 주간의 단기 노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에 KIT 연구진은 OECD 시험지침과 유럽식품안전청(EFAS)의 ‘GLP(우수 실험실 운영 기준, Good Laboratory Practice)’를 기반, 26주 동안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암·수 실험용 쥐에 과불화헵탄산을 반복 경구 투여한 뒤, 체중, 혈액검사, 신경행동, 장기중량, 임상병리, 조직병리, 갑상선 호르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실험 결과, 고용량 투여군에서 간세포 비대와 갑상선 여포세포 변화, 갑상선 호르몬 감소 등이 관찰됐으며 위 점막의 국소 자극성 변화도 확인됐다. 반면 체중 감소나 사망, 뚜렷한 신경행동이상, 심각한 장기 손상 등 독성학적으로 중대한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KIT 연구진은 “관찰된 변화가 설치류의 생리적 특성과 간 대사 적응반응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람에게 직접적인 위해성을 의미하는 결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책임자 임병석 KIT 박사는 “PFAS 규제로 대체물질 사용이 늘고 있지만 장기 안전성 자료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번 연구가 위해성평가와 규제정책 수립에 활용될 과학적 근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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