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나라 주요 주력 제조업 가운데 철강·자동차·석유화학 등 전통 산업은 전국 주요 권역에 비교적 균등하게 분산 분포해 있는 반면 반도체 단 한 품목의 거대한 수도권 집적과 성장세가 전체 대한민국 제조업 지도의 '수도권 쏠림'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은행 조사국 지역경제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공급망 지도' 책자 및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생산·교역 구조는 인공지능(AI) 확산과 미·중 통상 환경 변화 속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급격한 재편을 겪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자동차(동남·충청·호남), 자동차부품, 철강(대경·동남·충청), 석유화학 등 대다수 핵심 업종은 전국 각지에 생산 거점이 고르게 형성돼 있다. 반면 국내 반도체 생산액 중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4년 74.5%에서 2024년 82.3%로 10년간 7.8%포인트(p) 확대됐다. 여기에 충청권(14.7%)까지 더하면 전체 반도체 생산의 97%가 수도권과 충청권에 몰려 사실상 국가 반도체 생산을 독점하는 양상이다.
아울러 전국 전체 제조업 생산액 가운데 '반도체'라는 품목 하나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12.6%에서 29.1%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정성엽 한은 조사국 지역연구지원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매출과 설비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이같은 몰림 현상이 나타났다"며 "향후 대규모 용인 클러스터 건설 등 추가 업데이트가 이뤄지면 수도권 비중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지방 권역별 제조업은 저마다 다른 생존 전략과 과제에 직면해 있다. 충청권의 경우 수도권 다음으로 반도체 생산 기반(14.7%)을 갖추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기장비, 자동차 부품 품목이 지역 산업의 중추를 떠받치고 있다.
이에 반해 대경권(대구·경북)은 무선통신기기와 자동차 부품이 주력 품목이나 지역 내 제조업 자체가 전체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구조적 악재를 겪고 있다. 호남권의 경우 정제·석유화학, 완성차 비중은 높으나 반도체 생산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과 통상 환경의 지각변동도 확인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현지 생산 확대 정책 여파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대미 전기차 수출 비중은 지난 2022년 33.6%에서 지난해 5.2%로 6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국내 차 업계는 이에 대응해 하이브리드차 비중을 11.6%에서 20.4%로 끌어올리고 유럽향 수출로 물량을 전환하는 등 다각도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중국산 자동차 수입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37.2%를 기록, 전통의 강자인 독일산(37.0%)을 처음으로 역전했다. 지난 2022년 당시 중국산 비중이 3.5%에 불과했지만 3년 만에 비중이 10배 이상 폭증, 독일산(38.5%)을 앞질렀다.
정 팀장은 "통 제조업은 전국에 분산 분포해 있음에도 반도체 단 한 품목의 거대한 수도권 집적과 성장세가 전체 산업 지도의 '수도권 쏠림' 착시를 주도하고 있다"며 "글로벌 통상 충격이 거세질수록 반도체 착시 뒤에 가려진 지자체별 산업 대응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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