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유죄 증거 흔드는 정민용 진술

시사위크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로 선거운동을 벌이는 가운데, 대법원에 계류 중인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서 정민용 변호사 측이 관련 진술의 해석을 문제 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 뉴시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로 선거운동을 벌이는 가운데, 대법원에 계류 중인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서 정민용 변호사 측이 관련 진술의 해석을 문제 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로 선거운동을 벌이면서 대법원에 계류 중인 불법 정치자금 사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금 전달에 관여한 정민용 변호사 측은 지난달 대법원에 의견서를 내고, 수사와 재판에서 밝히지 못한 사정이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진술과 결합해 실체적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원장의 유죄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인 자신의 진술이 직접 확인한 사실과 전해 들은 내용을 구분하지 않은 채 받아들여졌다는 주장인 만큼 상고심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유동규 서랍에서 목격한 출처 불명의 현금

정 변호사 측은 지난달 12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 1부에 접수한 의견서에서 정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의 지위와 역할, 주관적 인식을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견서에는 “피고인이 거짓을 진술한 바는 없으나 검찰 수사 과정과 법정에서 미처 밝히지 못한 사정이 있다”며 “그와 같은 사정이 유동규의 진술과 결합해 실체적 진실 발견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적었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을 전후해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와 공모해 남욱 변호사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8억4,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이 가운데 6억원의 수수와 별도의 뇌물 7,000만원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 추징금 6억7,000만원을 선고했다.

유죄 판단에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과 남 변호사·정 변호사의 진술, 자금 조성 및 전달 과정에 관한 자료와 정황이 사용됐다.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가 마련한 돈 가운데 6억원을 세 차례에 걸쳐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는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두 사람이 불법 정치자금 전달에 관여했지만 돈의 사용과 배분을 결정할 권한이 없어 김 전 부원장 측 수수 공범이 아닌 남 변호사 측 기부 공범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공소사실 검토를 권고했지만 검찰은 기존 기소를 유지했고, 법원은 기소된 수수 공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정민용 변호사 측은 지난달 12일 대법원에 의견서를 내고 자신의 직접 경험과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전해 들은 내용을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뉴시스
정민용 변호사 측은 지난달 12일 대법원에 의견서를 내고 자신의 직접 경험과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전해 들은 내용을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뉴시스

정 변호사가 남 변호사 측에서 받은 현금 1억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넨 뒤 김 전 부원장이 유원홀딩스를 방문했다는 사실은 기존 재판을 통해 알려졌다. 김 전 부원장이 떠난 뒤 정 변호사가 가져온 침향환 상자와 쇼핑백이 보이지 않았지만 김 전 부원장이 이를 들고 나가는 장면은 직접 보지 못했다는 증언도 공개됐다.

이번 의견서에는 여기에 더해 정 변호사가 당시 유 전 본부장의 책상 서랍에서 침향환 쇼핑백과 다른 쇼핑백에 담긴 현금 다발을 봤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 변호사 측은 해당 현금이 남 변호사에게서 전달된 돈인지 유 전 본부장의 개인 돈인지 알 수 없어 수사와 재판에서 이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의견서는 해당 현금이 정 변호사가 전달한 1억원이라거나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받아 가지 않았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정 변호사가 직접 확인한 사실은 김 전 부원장이 양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사무실을 나갔고, 이후 유 전 본부장의 서랍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별도의 현금을 봤다는 것까지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정 변호사에게 한 말도 의견서에 적혔다. 의견서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내가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했잖아, 네가 통화를 들었어”라는 취지로 말했다. 정 변호사 측은 이를 자신도 같은 내용으로 진술하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변호사가 직접 확인한 것은 유 전 본부장에게서 김 전 부원장과 통화했다는 말을 들은 것까지라고 설명했다. 김 전 부원장의 목소리를 듣거나 유 전 본부장이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모습을 목격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스피커폰 통화를 직접 듣지 못했다는 사실은 기존 재판에서도 공개됐다.

◇ 스피커폰 통화와 5억원 전달 과정의 빈틈

현금 1억원의 전달일에 관한 설명도 보충했다. 정 변호사 측은 돈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날 김 전 부원장이 유원홀딩스를 방문한 사실은 기억하지만 그날이 검찰이 특정한 2021년 5월 3일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서 나온 “그럴 수도 있다”는 답변도 방문일을 5월 3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확한 전달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만큼 유 전 본부장과 골프연습장에 다녀온 날 김 전 부원장이 방문한 사실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유죄 판단과 달리, 정민용 변호사 측은 김 전 부원장이 현금을 들고 나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자신의 진술도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진술과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 뉴시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유죄 판단과 달리, 정민용 변호사 측은 김 전 부원장이 현금을 들고 나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자신의 진술도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진술과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 뉴시스

김 전 부원장 측은 첫 정치자금 전달일로 특정된 2021년 5월 3일 유원홀딩스에 가지 않았다는 근거로 구글 타임라인을 제시했지만 1·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5일 이 기록을 언급하며 “구글 타임라인이 알리바이를 증명함에도 기소하고 유죄를 선고하는 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 측은 5억원의 조성·전달 과정에 관한 유 전 본부장의 설명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5월께 “김용이 5억원을 요구했다”며 남 변호사에게 돈을 급히 마련해 달라고 했지만 남 변호사가 처음 정해진 날짜까지 돈을 준비하지 못해 실제 전달은 6월에 이뤄졌다.

유 전 본부장은 재판에서 이 가운데 3억원을 김 전 부원장에게 먼저 전달하고, 남은 돈 가운데 1억원과 이후 남 변호사에게서 받은 돈을 합해 2억원을 추가로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정 변호사 측은 5억원 전액이 전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에게 다시 1억원을 요구한 경위까지 고려하면 “김용이 급하게 돈을 요구했고 유동규가 이를 전달했다”는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 변호사 측은 이러한 사정들을 근거로 자신의 행위와 인식이 유 전 본부장과 구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정 변호사에게 정치자금을 수수할 동기가 있었는지, 김 전 부원장 및 유 전 본부장과 범행을 공모했는지 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상고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의견서는 정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해 달라는 취지로 제출됐다. 하지만 1·2심이 유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면서 정 변호사 진술을 보강 근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김 전 부원장 사건과도 분리하기 어렵다. 그런데 정 변호사 측은 직접 본 사실과 전해 들은 내용이 구분되지 않은 채 자신의 진술이 해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이 정 변호사의 직접 경험과 전해 들은 내용을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따라 김 전 부원장의 유죄를 지탱한 증거 판단도 그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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