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소은 기자 난민법 시행 13년째를 맞은 가운데 난민 신청 남용을 막기 위한 ‘난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국회는 심사 지연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의 낮은 난민 인정률을 외면한 ‘편의주의적 개악’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대표 발의한 난민법 개정안은 특정 경우에 난민 인정 신청을 심사 없이 각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주요 각하 사유는 △거짓 서류 제출 및 진술이 법원 판결 등으로 명백히 밝혀진 경우 △난민 불인정·철회 결정 후 중대한 사정 변경 없이 재신청한 경우 △면접 등의 출석요구에 3회 이상 연속 불출석한 경우 등이다.
이번 개정안은 난민 신청의 약 10%에 달하는 재신청 건수 중 상당수가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체류나 취업 목적을 이유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행정력이 낭비되고 정작 보호가 시급한 난민들이 적시에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유엔난민기구 지침과 해외 주요국 사례처럼 재신청 기준을 제한해 심사의 효율성과 난민 보호 필요성 간의 균형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은 거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지난 21일 해당 개정안을 ‘개악안’으로 규정짓는 입장문을 내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심사 자체를 거치지 않는 ‘각하’가 가능해져 난민을 위험 지역으로 돌려보내게 되는 셈이다.
이는 국제법상 ‘강제송환금지 원칙’에 위배되는데, 행정적 효율성을 위해 인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민변은 신변 위협으로 본국 내 증명 자료를 확인하기 어려운 난민의 취약성을 외면했다고 꼬집었다. 출입국 행정 당국의 부족한 자원과 심사 역량 때문에 발생한 행정 지연의 책임을 난민 신청자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해외 주요국과의 단순 비교 역시 성급하다고 말한다. 난민인권네트워크 김연주 변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해외 주요국의 난민 인정률은 50%에 육박하지만 한국은 1~2% 수준으로 지난해 인정 인원이 10여 명에 불과했다”며 “인정 안 된 99%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재신청뿐”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재신청 비율이 높은 이유는 그만큼 처음부터 인정받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난민 보호 의무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입구부터 막는 것은 난민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고 덧붙였다.
체류나 취업 목적으로 재신청을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법무부는 재신청자에게 체류 자격을 주지 않아 취업할 수 없다. 한국에 남아 있을 요인이 없는 지위인데도 버티는 분들”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이들이 돌아갈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버틴다는 뜻이다.
대안으로는 ‘기본 지원 확대’와 ‘신속 심사’를 강조했다. 현 구조는 신청자가 한국어나 영어로만 된 신청서를 홀로 작성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소수 언어 신청자들은 시작부터 막힌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결국 통번역 및 법률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예멘이나 수단처럼 내전이 명확한 국가 출신은 신속히 난민으로 인정하고, 추가 검증이 필요한 국가는 면밀히 심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심사의 효율성과 인정률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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