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너무 영광인데, 올해 잘해야 내년에도 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키움 히어로즈는 김하성(31, 그윈넷 스트리퍼스)이 2020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번번한 유격수가 없었다. 역시 메이저리그로 떠난 김혜성(27,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이 2021년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따냈으나 2022시즌에 2루수로 옮겼다.

이때부터 키움에는 붙박이 주전 유격수가 없었다. 외국인타자 에디슨 레셀을 시작으로 신인, 저연차, 이적생, 타 구단 방출생 출신 베테랑 등 안 써본 카드가 없었다. 그러나 전부 1년 이상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는 키움 내야가 전반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작년에는 신인 어준서가 자리잡았는데, 타격 재능은 있지만, 수비에서의 안정감이 좋은 스타일은 아니다. 결국 설종진 감독은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오선진, 김지석 등을 쓰다가 이 선수를 붙박이로 기용하고 있다.
대구고를 졸업하고 2025년 7라운드 61순위로 입단한 2년차 내야수 권혁빈(21). 타격은 사실 크게 별 볼 일 없다. 62경기서 149타수 29안타 타율 0.195 12타점 13득점이다. 하이볼에 약점이 뚜렷했으나 최근 많이 개선해 후반기 초반 달라진 모습이 보이긴 한다.
그러나 이 선수의 진짜 강점은 수비다. 신인이 맞나 싶을 정도의 미친 듯한 안정감이 돋보인다. 이미 439⅔이닝으로 리그 유격수 중 5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그럼에도 실책이 단 4개밖에 없다. 발이 아주 빠른 편도 아니고, 운동능력이 딱히 엄청나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날렵하다. 좌우 풋워크가 민첩하다. 타구를 커버하는 범위가 넓다. 그리고 강한 어깨를 자랑한다. 포구부터 송구까지 자세가 부드럽고 물 흐르는 듯하다. 설종진 감독은 “수비가 안정적이다. 그래서 쓴다”라고 했다.
권혁빈은 23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어릴 때부터 수비는 자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차민규 코치님과 열심히 준비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기본기 훈련을 엄청 많이 했다. 그때 수비가 늘었다”라고 했다.
물론 서건창 등 베테랑 내야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권혁빈은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인다. 아마추어 때는 한, 두발 옆으로 오는 타구도 다 걷어냈는데 확실히 프로는 한, 두 발 더 옆으로 지나가더라.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갈수록 눈에 익으니까. 지금은 좀 괜찮은 것 같다”라고 했다.
현 시점에서 권혁빈의 제일 큰 적은 체력이다. 이렇게 긴 일정을 주전으로 소화하는 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타격은 물론이고 수비도 집중력이 떨어지게 돼 있다. 권혁빈은 “힘들기도 하지만, 코치님들이 체력안배를 해주고 있다. 연습 대부터 관리 받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주전 유격수지만, 내야 전 포지션에 외야도 가능하다. 권혁빈은 “유격수를 가장 많이 봤지만, 중견수도 가능하다”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권혁민은 23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 연장 11회초 수비에 유격수에서 좌익수로 이동했다. 물론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는 게 제일 좋다.
타격은 결국 경험이 중요하다. 최근 흐름은 나쁘지 않다. 권혁빈은 “원래 수비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이었는데 타격이 너무 안 되다 보니까 수비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대한 분리를 시키려고 한다. 처음엔 아무 공이나 적극적으로 치려고 하다 보니까 볼도 치고 그랬는데, 지금은 내 존에 있는 공만 치려고 하다 보니까 높은 공도 덜 치고 유인구에도 손이 덜 나가고 있다”라고 했다.

권혁빈이 김하성, 김헤성을 잇는 키움 대표 유격수가 될 수 있을까. 당연히 멀었지만,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다. 권혁빈은 “과분하다. 더 성장해서 선배님들처럼 될 수 있도록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해아 한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너무 영광인데, 올해 후반기에 잘해야 내년에도 뛸 수 있다. 올해 잘해서 내년에도 주전으로 뛰고 싶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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