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출규제 위반 적발 시 전(全) 금융권의 모든 대출 취급을 금지하겠다."
금융당국의 이 한마디에 대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촌극은 시장의 피로도를 급격히 높이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모기지신용보험(MCI) 가입을 제한하더니 직접적으로 한도까지 축소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개별 은행의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아닌 당국의 '눈치 주기'에 따른 획일적인 줄세우기라는 점이다. 정책 신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은행들이 약속이나 한 듯 움직이는 '행정지도 이상의 지도'가 반복되고 있다.
이 거친 관치(官治)의 후폭풍은 고스란히 금융소비자, 특히 실수요자의 몫이다. 은행마다 수시로 대출 기준이 바뀌다 보니 어제 가능했던 대출이 오늘은 거절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사나 결혼을 앞두고 자금 계획을 세웠던 서민들은 하루아침에 '대출 난민'으로 전락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대출은커녕 당장 어느 은행을 찾아가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시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금융 정책은 당국의 화려한 보도자료가 아니라, 동네 은행 창구에서 결정된다. 총량 규제나 거시건전성 관리도 결국 국민의 경제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숫자 맞추기에 급급해 은행의 팔을 비틀고 그 청구서를 협상력이 가장 약한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떠넘기는 식의 단기 처방은 곤란하다.
가계부채 관리의 진정한 성패는 연말까지 목표치를 억지로 꿰맞추는 데 있지 않다.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일관된 정책과 예측 가능한 금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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