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30년 전 재정된 카지노 제도 ‘선진화’ 명분…학계·업계는 “황금 거위 배 가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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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파이어 카지노 영업장 내부. /인스파이어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정부가 30년 만의 카지노 제도 개편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현실을 외면한 과도한 규제가 자칫 “황금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4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정치권은 카지노 산업의 공공성 강화와 제도 선진화를 명분으로 현행 최고 10%인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상한을 15%로 높이고, 영구면허 대신 5년 단위 갱신허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출국세 인하로 기금 재정 ‘비상’…정부, 카지노로 눈 돌렸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카지노 사업자의 기금 부담 상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관광진흥개발기금 재원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 부담 완화를 이유로 2024년 7월 출국납부금을 기존 1만원에서 7000원으로 낮추고 면제 대상도 확대했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주요 재원 중 하나인 출국납부금 수입이 줄면서 기금 재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업계는 정부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카지노 매출 성장세를 이유로 들며 최대 기금 부담률을 15%까지 올리는 방안을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체부 관광 예산의 관광진흥개발기금 의존도는 81%에 달하며, 출국납부금 인하로 연간 1300억원의 관광 재정 수입이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관광대국 시대, 카지노업 제도 선진화 방향' 토론회 전경. /방금숙 기자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관광대국 시대, 카지노업 제도 선진화 방향’ 토론회에서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카지노업계가 성장하려면 관광과 함께 활성화돼야 하는데 관광기금이 늘기는커녕 빚을 지고 가는 식”이라며 “고갈 위기에 처한 관광기금을 확충하고 관광산업 발전과 윈윈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으로 비어가는 관광기금 곳간을 메우기 위해 카지노 기업의 손목을 비틀려 한다”고 반발한다.

◇ 해외는 ‘오픈 카지노’ 내수 탄탄…한국은 ‘외국인 전용’ 한계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마카오와 싱가포르 등 해외 사례를 들어 사업권 갱신제와 공적 부담 확대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마카오와 라스베이거스 등 글로벌 카지노 시장은 카지노를 호텔·쇼핑·공연·MICE와 결합한 복합리조트 산업으로 키웠다. 마카오는 대규모 중국인 관광 수요를 기반으로 산업을 확장했고,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를 도시 전체의 관광·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확장해 세계적인 관광 목적지로 성장했다.

그러나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카지노 시장의 구조가 이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한다. 마카오·싱가포르·필리핀 등 해외 주요 카지노는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오픈 카지노’로, 내수 고객이라는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카지노 영업장 내부. /파라다이스

반면 국내 카지노는 강원랜드를 제외한 17개가 모두 외국인 전용이다. 국내 고객에게 영업할 수 없는 만큼 해외 고객 유치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항공권과 특급호텔 숙박, 식음료 등을 제공하는 콤프(Comp) 마케팅 비용도 상당하다. 매출이 늘어도 비용 부담이 함께 커져 수익성이 낮아지는 구조다.

이런 시장에서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기금을 최대 15%까지 부과하면 대규모 시설 투자와 고용을 늘린 사업자일수록 오히려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를 내는 사업자에게도 추가 부담을 지우는 구조가 돼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2030년 日 오사카 IR 개장…“1시간 거리 오사카에 고객 뺏길 판”

동아시아 카지노 시장의 경쟁 심화도 변수다. 그 중심에는 일본 오사카 복합리조트(IR)이 있다.

일본 오사카는 오는 2030년 총 12조원 이상을 투입한 대형 IR 개장을 앞두고 있다.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오픈 카지노인 데다 한국과 비행시간이 1시간 안팎에 불과하다. 오사카 IR은 연간 2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23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토론 참석자들이 카지노 기금 부담률과 제도 선진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방금숙 기자

전문가들은 오사카 IR이 개장하면 강원랜드는 물론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찾던 해외 VIP 관광객 상당수가 일본으로 이탈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최성욱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장은 “2030년 오사카에 복합리조트가 열리면 강원랜드를 찾던 관광객 상당수는 4시간 걸리는 마카오나 6시간 반 걸리는 싱가포르 대신 1시간 거리인 오사카로 갈 것”이라며 “국부 유출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카지노업계 관계자도 “국부 유출과 국내 관광산업 위축이 우려되는 시점에 국내 기업에 기금 부담률 인상이라는 규제를 얹는 것은 경쟁력을 갉아먹는 행위”라며 “오히려 오사카와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투자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30년 된 제도 손질…“사업자 현실 반영해야”

학계와 정책 전문가들은 제도 개편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률적인 규제 강화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영배 가천대학교 교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라는 우리 시장 상황에서 실제 수익성이 어느 정도이고 관광기금 부담 능력이 되는지부터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며 “재원을 어떻게 쓸지를 명확히 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인하공업전문대 교수는 카지노와 면세업을 예로 들며 “두 산업 모두 국가 전략산업으로 불리면서도 정작 사행산업, 면세소비산업 등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부담금을 확대하는 논의를 하려면 육성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짚었다.

카지노 제도 개편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주요 전문가 및 정책 관계자들. /방금숙 기자

1994년 관광진흥법 개정 당시 실무를 맡았던 권경상 전 문체부 기획조정실장도 “코로나19 여파와 금융비용 부담으로 여전히 경영난을 겪는 기업 상황을 고려해 사업자별 부담 능력에 맞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업계에서는 카지노를 단순한 사행산업이 아니라 체류형 관광과 외화 획득을 이끄는 복합 관광 인프라로 보고, 투자 규모와 고용, 외래객 유치, 비(非)카지노 시설 투자 등 사업자별 공적 기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성욱 카지노업관광협회장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원한다면 지금 수준의 징벌적 규제 개선이 아니라 카지노 산업 전체에 대한 큰 틀의 논의와 연구가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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