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의 골프 디코드] 당신의 퍼터는 억울하다…스코어 줄이는 진짜 우선순위

마이데일리
골퍼 사이의 실력 차이 가운데 약 3분의 2는 퍼팅이 아니라 롱게임, 즉 드라이버와 어프로치에서 갈린다는 분석이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전문가들은 '스코어를 줄이는 가장 빠른 길은 퍼터가 아니라 어프로치에 있다'고 지적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이준호 칼럼니스트] 라운드가 끝나면 클럽하우스에서, 그리고 그날 저녁 골프 단톡방에서 꼭 나오는 대사가 있다. "오늘 퍼팅만 됐어도 다섯 타는 줄였는데…." 나도 수백 번 들었고, 여러분도 그만큼 읊어봤을 것이다.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격언까지 있으니, 스코어가 무너지면 우리의 손가락은 반사적으로 퍼터를 향한다. 퍼터 입장에서는 여간 억울한 일이 아니다. 데이터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골프 통계의 판을 바꾼 마크 브로디 컬럼비아대 교수의 '스트로크 게인드' 분석을 보면, 골퍼 사이의 실력 차이 가운데 약 3분의 2는 퍼팅이 아니라 롱게임, 즉 드라이버와 어프로치에서 갈린다. 지금의 세계골프랭킹(OWGR) 산정 방식을 설계한 것도 그다. 퍼팅이 차지하는 몫은 15% 안팎에 그친다. 특히 어프로치, 즉 아이언과 웨지로 그린을 노리는 이 한 분야가 스코어 차이의 약 40%를 설명해, 네 분야 가운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퍼팅의 두 배가 넘는 셈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3분의 2 법칙'이 프로들끼리만이 아니라, 잘 치는 아마추어와 주말 골퍼 사이에서도 대체로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는 골프계의 오랜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은 결과다. 그전까지는 숏게임의 권위자 데이브 펠츠가 내세운 '파에 잃는 타수의 80%는 100야드 이내에서 발생한다'는 명제가 상식처럼 통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매번 애먼 퍼터만 잡을까. 답은 의외로 심리에 있다. 퍼팅 미스는 홀의 맨 마지막에, 그것도 코앞에서 벌어진다. 30센티 짧은 퍼트를 놓치면 그 장면이 뇌리에 각인된다. 반면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겨 벙커로 빨려 들어간 순간은 '뭐, 그 라이에선 어쩔 수 없었지' 하며 슬그머니 사면해준다. 정작 어프로치 미스야말로 목격자 없이 조용히 보기(bogey)를 만드는 진범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봐야 할까. 먼저 그린 적중(GIR)이 무엇인지 짚자. 규정 타수보다 두 타 적은 안에 공을 그린에 올리는 것, 그러니까 파4는 두 번째 샷, 파5는 세 번째 샷, 파3는 티샷으로 올리면 된다.

기록은 어렵지 않다. 스코어카드에 별도 칸이 없어도, 제때 올린 홀은 점수 옆 여백에 점 하나만 찍고 놓친 홀은 비워두면 그만이다. 라운드가 끝나고 표시 개수만 세면 그날의 그린 적중 수가 나온다. 한 걸음 더 나가고 싶다면 놓친 홀에 짧았으면 아래 화살표, 길었으면 위 화살표를 덧붙여 보자. 펜 한 자루로 거리 경향까지 드러난다.

골퍼들이 퍼터 결과에 민감한 것은 '심리'적인 부분에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손으로 적는 게 번거롭다면 앱을 써도 좋다. 스마트스코어가 스코어를, GPS 캐디앱이 남은 거리를, 샷 트래킹 기기가 어프로치 근접도까지 알아서 쌓아준다. 방식이 무엇이든 확인할 숫자는 둘, '그린 적중률'과 '어프로치 근접도'다. 십중팔구 '짧았다'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여기서 열쇠가 되는 개념이 '핀하이(pin-high)'다. 공이 핀과 같은 깊이, 즉 앞뒤 거리가 딱 맞는 지점에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스트로크 게인드 이론에서 어프로치의 가치는 결국 '홀에 얼마나 가까이 붙였는가', 곧 근접도로 결정되는데, 아마추어의 미스는 좌우(방향)보다 앞뒤(거리)에서 훨씬 크게 벌어진다. 게다가 그 거리 오차는 대개 한쪽으로 치우치는데, 바로 '짧은 쪽'이다. 대부분의 골퍼가 한 클럽씩 짧게 잡기 때문이다.

거리를 맞추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할까. 앞서 봤듯 아마추어의 가장 큰 오차가 바로 거리이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벌어지는 구멍부터 메우는 것이 스코어에는 가장 빠른 길이다. 게다가 거리가 짧게 어긋나 핀 반대편, 이른바 '숏사이드'에 걸리면 다음 샷은 급격히 어려워진다. 숫자로 보면 프로의 파 세이브(스크램블링) 성공률이 58% 안팎인데, 샷 추적 데이터 기준 10핸디캡 골퍼는 약 32%, 15핸디캡은 25% 수준에 그친다. 결국 관건은 첫 샷을 홀에 얼마나 붙이느냐다. 1.8미터(6피트) 퍼팅 성공률만 봐도 프로는 약 66%인 반면 90타 골퍼는 39%에 불과하다. 그러니 '핀'을 정조준하다 숏사이드에 빠지느니, '그린 한복판, 핀하이'를 노려 얌전히 올리는 편이 통계적으로 훨씬 남는 장사다.

연습 순서도 여기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드라이버로 매트를 실컷 두들기기 전에, 웨지로 '거리 편차'를 줄이는 데 시간을 먼저 쓰자. 100·80·60야드 세 거리를 정해, 방향이 아니라 '핀하이로 떨어지는 비율'을 목표로 반복하는 것이다. 스윙을 더 키우는 연습이 아니라, 같은 스윙으로 같은 거리를 반복해 내는 연습이다. 지루하지만, 스코어는 바로 이 지루함에서 갈린다.

오해는 마시라. 퍼팅 연습이 무의미하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한정된 연습 시간을 어디에 먼저 쓸지, 그 순서를 정하자는 것이다. 오늘의 결론은 한 줄이면 충분하다. 스코어를 줄이는 가장 빠른 길은 퍼터가 아니라, 당신의 어프로치에 있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애꿎게 미움받아온 퍼터에게 사과 한마디쯤 건네도 좋겠다.

이준호 스윙다인 아카데미 대표/KPGA PRO·KPGA Class A

※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이며, 데이터 출처는 마크 브로디 'Every Shot Counts' 및 스트로크 게인드 논문, PGA 투어 통계, 샷 추적 데이터(SwingU·Arcco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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