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쇳물(현대제철)→부품(모비스·위아)→완성차(현대차·기아)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공급망’이 동시에 마비될 수 있는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현대차가 교섭 결렬 후 부분파업에 돌입한데 이어 기아, 현대제철,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 주요 계열사 노조들도 일제히 쟁의권 확보에 나서며 강대강 대치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이날 오후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추가 파업 여부와 투쟁 수위를 결정한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매일 2시간씩 총 12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였다. 전날에는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 동참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의 지난 부분파업으로만 약 5000대의 생산 차질과 2000억원대 중반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측이 기본급 8만9000원 인상, 성과금 350%+1000만원 등을 담은 3차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미 부품 협력사의 동조 파업으로 완성차 생산라인에도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날 금속노조 총파업에 맞춰 현대모비스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에어백 등을 생산하는 유니투스 노조가 동시 부분파업에 돌입하면서 부품 공급이 일시 중단됐다. 이 여파로 기아 화성 1공장은 1·2조가 각각 3시간씩, 총 6시간 동안 가동을 멈췄다. 현대차·기아에 섀시 모듈을 공급하는 모트라스의 파업으로 쏘렌토와 신형 픽업트럭 타스만을 생산하는 핵심 공장까지 영향을 받은 것이다. 모트라스와 유니투스 노조는 사측이 대체 인력을 투입할 경우 추가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생산 차질이 그룹 내 다른 공장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업의 긴장감은 그룹 계열사로도 퍼져나가고 있다. 현대차 노조와 함께 기아 노조 역시 전날 임단협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오는 23일 조합원 파업 찬반 투표를 예고하며 전면 투쟁 노선에 올라탔다.
현대제철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쟁의권)을 이미 확보해 둔 상태다. 5개 지회 찬반투표에서 90.61%의 찬성율로 쟁의안을 가결했으며,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까지 받아 언제든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상태다. 업황 부진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는 사측에 노조는 지난해보다 150% 높은 성과급을 청구하며 맞서고 있다.
현대로템 역시 실무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노동위원회 조정 신청 등 쟁의권 확보 절차에 들어갔으며, 현대위아는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이 거센 노사 갈등의 화두가 됐다.
현대위아 노조는 사측이 추진 중인 특수사업부(방산 부문)의 현대로템 매각 계획에 대해 “고용 불안을 야기하는 일방적 매각 추진을 철회하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그룹을 상대로 상경 투쟁과 직접 교섭 요청을 준비하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환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완성차 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계열사 전반의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안정성과 공급망 관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룹사 전반으로 파업이 번진 배경에는 역대 최고 실적에 따른 노조의 거센 보상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현대차·기아 완성차 노조뿐만 아니라 현대제철, 현대로템, 현대위아 노조 모두 전년도 순이익에 비례하는 역대급 성과급 지급과 정년 연장을 공통 분모로 내걸고 있다.
특히 올해 교섭의 핵심 안건은 인공지능(AI)·자율주행·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기술도입 시 ‘노조와의 협의 의무화’ 단협 신설 요구다. 현대차그룹이 스마트 팩토리 전환과 AI 도입 등 고도화에 속도를 내자, 노조가 고용 안정을 명분으로 경영권 영역인 기술 도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통제권을 쥐겠다고 나서면서 노사 간 평행선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신차 출시와 글로벌 공급망 관리가 시급한 시점에서 쇳물부터 완성차까지 하나로 엮인 현대차그룹의 공급망 동시 파업은 전례 없는 타격이 될 것”이라며 “노사 간 줄다리기가 계속될 경우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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