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유시민 작가의 정치 비평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강성 지지층의 행태를 설명한 이른바 ‘ABC론’과 민주당의 변화를 건축에 빗댄 ‘재건축·재개발론’에 이어 이번에는 검찰개혁과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까지 비판의 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유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대통령의 동기는 ‘관심법’으로 알 수 없다면서도 검찰개혁 지연과 정계 개편의 배후에는 대통령의 지시와 의중이 있다고 단정하는 등 사실과 해석, 가능성과 확신의 경계를 넘나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유시민, 인사·당내 선거·검찰개혁 묶어 정계 개편론 제기
유 작가는 15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앞서 제기한 민주당 재건축·재개발론을 다시 설명했다. 지난달 공개된 ‘다스뵈이다’에서 이 대통령이 민주당을 기반으로 외연을 넓히는 ‘증축’이 아니라 기존 질서와 세력 구성을 바꾸는 ‘재건축’ 또는 정치 지형 전체를 재편하는 ‘재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데 이은 것이다.
이번 방송에서는 인사와 당내 선거, 검찰개혁 추진 과정까지 하나의 정계 개편 구상 안에 배치하며 기존 주장을 구체화했다. 유 작가의 정치 비평은 강성 지지층의 행동을 분석한 ABC론에서 지지층과 여권 내부의 권력관계를 설명하는 재건축론으로 다시 대통령의 통치 방식과 숨은 구상을 추론하는 단계로 확장됐다.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는 근거로 정부 인사와 민주당 내부 선거,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 등을 들었다. 대통령이 서울시장 후보와 당 대표, 국회의장 선출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주요 자리에 앉히려 했고 민주당 바깥의 인사를 기용한 것 역시 단순한 외연 확장이 아니라 더 큰 정치적 재편의 일부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통령이 이걸 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그게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판단을 두고 “거의 확실하다”고 했다.
이는 공개된 정치 현상을 하나의 가설로 묶어 설명한 정치적 해석으로 볼 수 있다. 여러 인사와 사건을 정계 개편이라는 하나의 목적 아래 배열하면 서로 무관해 보였던 현상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의 가설이 일부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과 그것만이 유일한 설명이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인사가 외연 확장이나 실용주의 인사의 결과일 가능성, 당내 선거가 후보와 의원들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진행됐을 가능성, 대통령과 민주당의 이해가 우연히 일치했을 가능성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유 작가는 이런 대안적 설명을 충분히 배제하지 않은 채 자신의 가설을 “거의 확실한” 판단으로 설명했다.
검찰개혁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유 작가는 검찰개혁이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넘게 완성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통령이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두 차례 입법예고는 대통령의 승인 없이 나올 수 없고, 정부가 별도의 개혁안을 내지 않은 것 역시 대통령이 막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건 대통령이 시킨 것”이라며 “그 외에는 다른 설명이 있을 수 없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같은 방송에서 유 작가는 대통령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동기나 이런 것들은 관심법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의 내적 동기는 확인할 수 없지만 외부로 드러난 현상을 통해 정책적 의중은 추론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동기와 의중이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닌 만큼 두 발언이 형식적인 모순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유 작가가 의중을 ‘추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통령이 무엇을 지시했고 무엇을 막았는지까지 사실처럼 확정했다는 점이다. 검찰개혁이 지연됐다는 사실과 대통령에게 최종적인 정치적 책임이 있다는 판단은 가능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특정 내용의 입법예고를 직접 지시했거나 정부안 제출을 막았다는 주장은 별도의 사실 확인이 필요한 영역이다.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 법무부, 여당 사이에서 실제로 어떤 논의와 지시가 오갔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결과만으로 직접 개입을 확정했다면 이는 정책 책임에 대한 평가를 넘어 구체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재구성한 셈이 된다.
◇ 대통령 지시·숨은 구상 단정에 민주당 인사들 잇단 반발
유 작가의 표현은 가설을 제시할 때와 결론을 내릴 때도 달라졌다.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 같다”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 △“오류의 여지는 있다”고 했다. 자신의 말은 공개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추론이며 틀릴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결론에서는 △“다른 설명은 있을 수 없다” △“거의 확실하다”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가능성의 언어로 시작한 가설이 다른 해석을 배제하는 유일한 결론으로 바뀐 것이다.
유 작가의 주장에 민주당 인사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 작가가 “지나친 논리와 비약으로 당정과 대통령을 폄훼했다”고 비판했다. 장철민 의원은 이 대통령의 선택이 실패할 것이라는 발언을 “저주의 언어”라고 규정했고, 이건태 의원은 “근거도 논리도 없는 개인 망상일 뿐”이라며 “필연적으로 실패할 것은 유시민 정치”라고 맞섰다. 이들의 반응은 대통령의 의중을 추론한 근거와 ‘실패’라는 표현의 수위, 해당 발언이 당정 관계에 미칠 정치적 파장을 각각 문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 작가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대통령의 태도를 설명하면서 정책 판단을 넘어 통치 방식까지 규정했다.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방향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고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에게 맡겼다며 “욕먹을 일은 밑에 사람을 시키고 인기를 얻을 일은 자신이 하는” 마키아벨리식 통치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공약과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면 그 이유를 국민에게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은 성립할 수 있다. 검찰개혁이 지연되거나 수정된 배경에 대해 대통령이 충분히 설명했는지는 공적 책임의 영역에서 검증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장관과 총리 뒤에 숨었다는 판단은 같은 차원의 주장이 아니다. 전자는 대통령의 공개 발언과 설명 여부를 토대로 평가할 수 있지만, 후자는 대통령이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의도를 전제로 한다. 설명 책임에 대한 비판이 곧바로 통치 전략과 심리에 대한 판정으로 확장된 것이다. 대통령의 동기는 관심법으로 알 수 없다고 했던 유 작가가 이 대목에서는 대통령이 어떤 계산으로 업무를 분담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해석했다는 점도 논리적 긴장을 만든다.
정계 개편 구상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확인된 사실과 해석이 겹쳐졌다. 유 작가는 대통령에게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재건축 또는 재개발의 구상이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별도의 팀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그 팀의 기획 수준을 “형편없다”, “너무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구상이 존재하고, 이를 실행하는 팀도 있다는 두 개의 가설 위에서 다시 그 구상과 기획의 수준을 평가한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되지 않아 그 내용은 알 수 없다고 하면서도 그 계획이 실패할 가능성과 기획자의 역량까지 판단했다는 점에서 추론이 여러 층으로 중첩됐다.
◇ 비판보다 커진 논란… 쟁점은 ‘논리의 일관성’
유 작가가 대통령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한 대목도 논란을 키웠다. 그는 이 대통령이 나름의 검토를 거쳐 하나의 길을 선택했으며 그 선택 자체를 존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 선택은 대통령 자신과 사회에 매우 위험하고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우며,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과 선택의 결과를 비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결정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결정이 잘못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존중한다’와 ‘실패할 것이다’라는 두 문장만을 떼어내 곧바로 자기모순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 수 있다.
그러나 방송 전체의 맥락에서는 ‘존중’이라는 표현과 실제 평가 사이의 간극이 크다. 유 작가는 대통령의 선택이 위험하다고 전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선택의 배경에는 공개되지 않은 정치적 구상이 있으며, 이를 설계한 팀의 수준이 낮고, 대통령은 마키아벨리적 방식으로 책임을 분산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선택의 결과만 비판한 것이 아니라 목적과 과정, 실행 능력, 통치 방식까지 모두 부정적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 때문에 ‘존중’이라는 표현은 실질적인 평가라기보다 강한 비판의 수위를 완화하기 위한 수사에 가깝게 들릴 수 있다.
이번 논란에서 따져야 할 것은 유시민 작가가 대통령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지 여부가 아니다. 정치평론가는 공개된 사실을 바탕으로 권력의 의도와 향후 결과를 추론할 수 있다. 다만 추론은 추론으로 제시돼야 하고 특정한 지시나 비공개 조직의 존재처럼 사실 확인이 필요한 주장은 그에 맞는 근거가 뒤따라야 한다.
유 작가의 발언은 공개된 인사와 입법 과정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논리는 대통령의 숨은 구상과 직접 지시, 통치 의도와 실행팀의 존재를 거쳐 정권과 민주당의 필연적 실패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각각의 단계가 불가능한 추론은 아니지만 단계가 넘어갈수록 근거는 추가되지 않은 반면 확신의 강도는 높아졌다. 가능성은 추론으로 제시하면서 결론은 사실과 예언의 언어로 단정한 것, 이번 유시민 화법의 역설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