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국 통화정책의 방향을 긴축으로 급선회했다. 금통위는 16일 오전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올렸던 2023년 1월 이후 무려 3년6개월 만에 단행한 금리 인상이다. 앞서 한은은 경기 침체 우려와 건설경기 악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총 1.00%포인트 내리며 완화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1년2개월 동안 이어지던 동결 기조를 깨고 전격 인상을 단행한 배경에는 통제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한 물가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중동 분쟁 여파에 국제유가 급등하며 생활물가 압박
금리 인상을 자극한 일등 공신은 유가 폭등에 따른 전방위적 물가 상승세다. 올해 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 4월 말 배럴당 126달러선까지 치솟았다.
원유 공급망 병목현상이 이어지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3.1%와 6월 3.2%를 기록하는 등 두 달 연속 3%대를 뚫고 올라갔다. 장바구니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 또한 지난달 3.4%까지 급등하며 서민 경제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한은은 고유가 충격이 다른 품목으로 번지는 2차 파급 효과가 본격화하기 전에 선제적인 차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뜨거워진 수출 전선과 3.0% 경제성장 자신감
한은이 주저 없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었던 바탕에는 견고한 경기 회복세가 있다. 반도체 수출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를 기록해 5년6개월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 역시 역대 최대 수준을 가뿐히 넘어설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도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대폭 상향 조정하며 경기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처럼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성장세가 확인되면서, 한은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저금리를 유지하며 경기를 부양해야 할 명분이 사라지게 되었다.
가계부채 급증세와 고환율 제어 나선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대출도 금리 인상의 주요 배경이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7조6000억원 늘어나며 약 2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조치 종료 직전 집중된 주택 거래가 시차를 두고 대출 폭증으로 이어진 탓이다. 여기에 수도권 주택 가격이 연율 10~15% 수준의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리를 올려 대출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경고음이 커졌다.
아울러 1500원대 안팎을 맴돌던 고환율 압박도 완화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로 미국(연 3.50~3.75%)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2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좁혀졌다. 3년4개월 만에 한미 금리 차이가 최소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원화 가치 방어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연내에 한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리는 본격적인 인상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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