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을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민원이 예비심사 단계에서 종결됐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인공지능(AI) 기반 물류 시스템과 배송 체계 고도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정위가 적법성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을 제시하지 않은 만큼, 유통업계의 반발과 추가 대응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지난 5월 대웅제약의 거점도매 정책이 부당한 거래거절 및 차별적 취급에 해당한다며 제기한 민원을 지난달 26일 종결 처리했다. 공정위는 정식 사건 조사나 제재 절차로 이어가지 않고 예비심사 단계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약국 물류 개선 추진…콜드체인·새벽배송 도입
대웅제약은 약국 현장의 배송 품질과 반품 절차 등 유통 과정의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블록형 거점도매 모델을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이 모델은 전국 유통망을 10개 권역으로 재편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한 거점 유통사를 중심으로 물류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배송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관리하고 유통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주요 변화 가운데 하나는 콜드체인(저온 유통) 체계 구축이다. 의약품 전용 차량을 활용해 운송 과정에서 일정 온·습도를 유지함으로써 계절과 관계없이 의약품 품질 관리 수준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배송 서비스 또한 하루 2회 배송을 기본으로 긴급 배송과 새벽 배송을 운영해 약국의 주문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직배송 반품 절차도 개선해 반품 신청부터 정산 완료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보다 단축, 10일 이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AI·TMS 기반 물류 고도화…"수요 예측·배송 추적 강화"
대웅제약은 디지털 물류 시스템 구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거점 유통사에는 자체 개발한 의약품 배송관리시스템(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을 무상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약국은 전문의약품의 배송 위치와 도착 예정 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 기반 수요예측 시스템인 'AI DCM(Demand Chain Management)'도 운영한다. 회사는 지역별 수요를 분석해 특정 품목의 공급 편중이나 품절 가능성을 사전에 관리하고 보다 안정적인 재고 운영 체계를 구축한다는 설명이다.
"객관적 기준으로 선정" vs "시장 집중 우려"
거점도매 정책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거래처 축소에 따른 시장 집중 가능성이다.
유통업계는 직거래 도매상을 제한하는 방식이 특정 업체 중심의 시장 구조를 만들고 중소 도매상의 영업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를 제기한 배경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반면 대웅제약은 거점 유통사 선정 과정에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의약품유통관리기준(KGSP) 준수 여부와 고객서비스(CS) 조직 운영 계획,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 수준 등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바탕으로 파트너를 선정했다"며 "매년 재평가를 실시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고, 새로운 유통사에도 참여 기회를 열어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점 유통사로 선정되지 않은 도매상도 거점사를 통해 대웅제약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어 공급 자체가 차단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유통업계는 이번 공정위 민원 종결이 거점도매 제도의 적법성을 인정한 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비심사 단계에서 절차가 종료된 만큼 공정위의 구체적인 법리 판단이 제시되지 않았고, 기존 거래처 축소와 거래 질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는 공정위 결정의 내용을 검토한 뒤 행정소송이나 추가 신고 여부 등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절차는 일단락됐지만 거점도매를 둘러싼 제약사와 유통업계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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